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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일기

"드디어 손이 시려운 계절이 돌아왔다"

by 나경sam 2018. 1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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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손이 시려운 계절이 돌아왔다"


하루가 다르게 추워져가는 걸 밤에 자면서 느끼고 아침에 학교에 가면서 느끼고 있다.

바닥난방이 안되어 있는 마룻바닥 원룸은 벽에 붙어있는 에어콘 겸용 난방기로 방안의 난방을 하고 있지만

벽에 붙어 있는 온풍기는 잠시만 틀어도 방이 답답해져서 오래 틀고 있지는 못하고 그렇다고 그걸 끄면 다시 쌔하게 추워져서

켜고 끄고 켜고 끄고의 반복 패턴이다.

오늘 아침 학교가는 길은 손끝이 시려서 집에 두고 온 장갑 생각이 간절했었다.

봄에 오면서 한 계절 옷만 챙겨왔었는데 계절이 이렇게 금방 바뀔 줄 오십년을 살았어도 짐작을 못한다.

더울 땐 더워서 한 걱정

추워지니 가뜩이나 추위를 많이 타는 나는 또 추워서 한 걱정

오늘은 학교에서 오자마자 전기장판과 물아일체가 되어서 전기장판 탈출을 하지 못한 원룸 집순이가 되었다.

일주일에 한 번 있는 화려한 야스미를 맞이하여 어디론가 홀로 나가고 싶었으나 집에 오자마자 그 생각이 싹 사라지고

온풍기와 전기장판을 위 아래로 가동시켜놓고 시간을 부셨다.



"타마니와 이인쟈나이" - 내가 아주 마음에 들어하는 문구 - 때로는 이런것도 필요해 괜찮아 뭐 그런 뜻이다.


겨울 해가 한국보다 짧은 교토 다섯시면 깜깜하다.

겨울 해가 짧다는 걸 충실하게 보여주고 있는 동네

그래도 밖에 나가면 또다른 세상이 있지만 집에만 있으면 고요 그 자체의 동네다.

학교는 1차 테스트 후 약간의 휴식기같은 느낌

그래도 이주에 한 번 자리바꾸는 걸 하기 때문에 월요일에 자리 바꾸기를 했는데

개학하고 이번이 두 번째의 자리바꾸기였다.


첫번째는 토상과 짝꿍 - 그리고 자리바꾸기 할 때 토상과 또 나란히 옆 자리를 뽑아서 함께 2주를 더 앉았고

이번에는 중국 에상과 짝꿍을 2주동안 하고 자리바꾸기 번호표를 뽑았는데 이번에도 에상과 나는 나란히 옆자리를 뽑아서

다시 2주동안 같은 짝이 되었다.


중국 우루무치 출신의 중국 의대 졸업생 "에상"은 봄학기부터 같은 반이었었는데

이렇게 짝이 된건 처음이다.



이렇게 생겼다.만약에 에상이 내 블로그를 보면 자기 얼굴그려놓은거 보고 나한테 항의할수도 있지만

사실 내가 그린 그림이 실물보다 더 낫다.

중국에서 의대를 졸업했는데 막상 취직할 곳이 별로 없어서 일본에 와서 다시 의대에 편입하려고 하는 애다.

다음주에 원서를 넣은 의대에 면접을 위해서 학교의 선생님들과 면접 연습을 하고 있지만 

의대 졸업한 애가 공부를 어쩌면 그렇게 안하는지

저번에 한자 시험본거 결과 나온 걸 봤더니 20점 만점에 11점맞은걸 보고 내가 깜짝 놀랐다.


그래도 진로에 대한 고민은 자기 머리가 빠질만큼 고민이 많다면서 가뜩이나 머리가 큰 왕대갈장군 에상이 자기 머리카락 빠진걸 보라면서

한숨을 쉬었다.

봄학기때 같은 반이었을 때는 한번도 짝꿍을 한 적이 없어서 이야기를 해 볼 기회가 없어서 나는 에상을 마음편한 중국

유학생인줄 알았더니 알고보니 고민이 저 큰 머리에 한가득있었다.


진로이야기 잠깐 하다가 갑자기 자기 흰 셔츠에 술먹고 안주를 묻혀서 얼룩이 졌는데 어떻게하면 되느냐고 뜬금없이 물어서

"세탁소에 맡겨야지 그걸 질문이라고 하냐" 했더니 "네 "하면서 급 반성을 했다.

머리만 대갈장군이지 마음은 순박순박하다.


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일본에 와서 좋았다고 생각되는 것이 있으면 한가지씩 발표해보라고 했는데

한국 학생들은 대부분 "자기 성장의 기회가 되었다"라고 대답을 했는데

중국 애들은 대부분이 "가짜가 없어서 좋다" "먹을 거리가 안심이 되어서 좋다" "환경이 좋다" 그런 대답들이 많았다.

가짜 이야기가 나와서 내가 에상한테 나도 조금은 알고 있지만 중국에는 가짜가 정말 많냐고 했더니

에상이 "물도 가짜 계란도 가짜,중국에서는 인터넷 쇼핑에서도 가짜 물을 팔기 때문에 함부로 사서 먹을 수가 없다"고 했다.


진짜 가짜 물건을 떠나서 뭔사 중국 애들을 봐도 우리와는 조금 다른 분위기가 있는 걸 알 수있다.

시험날 결석 한 쵸상만 보더라도 그렇다.

얘가 시험날은 결석했어도 월요일에는 학교에 나왔기 때문에 내가 왜 시험날 결석했느냐고 어디 아팠었느냐고 물었더니

대답이 아주 간단했다.


"나오기싫어서"


역시 너는 왕서방의 딸이자 야쿠자의 사모님맞다.


대답을 하면서도 역시나 맥도날드 아침셋트를 열심히 먹으면서 씨익 웃는데 이상하게도 그런 "쵸상"이 그닥 밉상은 아니라는거


차리리 밉상이 있다면 듣기 평가시간에  깝죽대면서 답을 낼름낼름 말해버리는 중국 남자애 써글놈 이름도 생각이 안나네

청해 문제를 들으면서 답이 1번이면 자기만 알면 되는데 그걸 혼자서 자랑스럽게 1번 이렇게 말을 해버리까 다음 2번의 예를

들을 때 집중력이 없어져 버린다. 한 두번이 아닌데 오늘은 청해 시간에 계속 그따위 짓을 해서 내가 노골적으로

기분나쁘게 쳐다봤는데 가위들고 저 자의 상투를 잘라버리든지 해야 내 속이 풀릴 지경이다.

머리를 상투처럼 묶고 다니는데 저걸 잡고 가위로 그대로 잘라버리고 싶다.





지난 교토의 여름을 생각하면 겨울은 아무것도 아닐것 같아도 겨울옷 잔뜩 챙겨서 내일 오는 딸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마음이 따뜻해진다.




월동준비의 시작은 딸과 함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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