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이야기"
소상과 짝꿍을 한 지 오늘이 삼일째
소상은 아침에 등교를 하면 자리에 앉기 전 가방안에서 오늘 하루 일용할 양식을 꺼내서 좁은 책상에 가지런히 놓고
하루를 시작한다.
물,커피,쥬스 - 물종류만 세개
과자,카스테라,삶은 계란 - 가방안에서 또 뭔가를 더 꺼낼 때도 있지만 기본은 저렇게 깔아놓고 시작
자리에 앉지도 않고 먹을걸 꺼내느라 소상은 항상 한침동안 서있다가 물건들을 다 꺼내 놓으면 그떄서야 앉는다
(앉아서 꺼내도 되는데 참으로 이상한 버릇이다)
오늘 아침에는 오니기리도 있었다.
그렇게 먹을걸 좋아하면서도 반아이들에게 먹을걸 잘 나눠주고
어제에 이어 오늘도 소상이 준 과자를 먹고
수업을 시작했다.
* 먹을걸 좋아하는 소 답게 소가 주는 과자는 다 맛이 있다 *
수업 시작하기 전에 선생님이 단어카드를 보여주면서 복습을 시키는데
*호루 - 掘る 구멍등을 파다* 라는 단어가 나오자
가만히 있을 소상이 아니다
선생님 - "호루"
소상 - "호루몬"
선생님 "호루 "
소상 - "호루몬"
아마 다른 애들이 그렇게 깝쭉거렸으면 짜쯩이 났을텐데 소상은 봐줄만하다.
함께 낄낄낄웃고
그룹을 지어서 네명씩 이야기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그동안 살면서 가장 기뻤던 일이나 슬펐던 일 놀랐던 일 자기 경험을 이야기하는 시간이었는데
소상은 자기가 키우던 고양이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고양이가 아파서 매일매일 우유병으로 고양이에게 우유를 주고 매일같이 병원을 데리고 다녀서
그 고양이가 다시 살 수 있게 되었다는 이야기였는데
소상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그 일이 가장 기뻤던 일이라고 했다.
감동적이었다.
나 - "소상 그게 바로 엄마 마음인거야 소상 대단하다"
소 - 그니까요 누님 우리 고양이 사진 보여드릴까요"
나 - 응 한 번 보자"
소 - 보세요 귀엽쪄^^ 지금은 할머니가 됐는데 아주 뚱뚱해졌어요"
나 - 너 닮았다"
소 - "낄낄낄"
어쩐지 인정이 있는 아이같더니만 역시 내 생각이 맞았다.
장난을 좀 치긴해도 수업시간에는 열심히 수업을 듣고 쓸데없는 질문도 많이 하고 나름 열심히 한다.
그러다가 쉬는 시간이면 딱 5분인 수업 시간에 곧바로 코를 골고 자는 능력자다.
쉬는 시간이라고 해도 교실이 조용한 편인데 소상의 코고는 소리가 드르렁드르렁하고 교실에 울린다.
수업이 시작되어도 소상은 안일어나고 내가 깨운다.
나 - "이 자슥아 일어나"
월요일에는 공부를 했어도 테스트를 망쳐서 기분이 완전히 꿀꿀꿀이었는데 화요일은 한 단원끝내고 하는 요점 정리를 내가 제일 잘해서
깐깐하기로 소문이 난 "야마구치쎈쎄이" 에게서 만점이라고 칭찬을 받았다.
월요일은 테스트를 망쳐서 짜쯩이 이빠이였지만 화요일에 받은 칭찬으로 기분이 좀 나아졌다.
한단원 끝내고 저 작은 원고지에 모자라지도 않고 넘치지도 않게 교과서 내용을 다 집어 넣는다는게 참 어려웠었는데 처음으로 만점받았다.
어버이날이라고 꽃도받고
빵집 알바 다녀와서 양상추 채썰어넣고 고추장에 비벼먹었더니 기운이 좀 난다.
그릇을 줏어왔지만 밥은 양푼에 비벼야 맛이 있다.
내 인생에서 다시 한 번 이렇게 뭔가에 몰두해서 열심히 살아볼 기회를 얻게 된 데 감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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