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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일기

"겪어봐야만 알 수 있는 것들"

by 나경sam 2018. 5.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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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겪어봐야만 알 수 있는 것들"


"소상"과 짝궁을 한 지 일주일째

그동안 멀리서 소상을 보고 있을 때는

"내가 어떻게 해서든 저 자식을 내 옆에 앉혀야지 낄낄낄 " 했으나

데모-.-;;;


물론 옆에 앉혀놓고 이 자식의 생생한 일본어 헛소리 방송을 듣는 것도 재미는 있었으나

막상 옆에 앉혀놓고 소상을 겪어보니

이 자식 담배를 너무 피워 냄새가 머리가 아플지경이라

진짜 오늘은 얼른 사요나라를 하고 헤어지고 싶었다.

그래도 그동안 내 블로그에 출연료없이 가장 많이 등장했으므로

어제는 한국 라면 세 봉지를 줬다.


나 - "이거 한국라면이야 끓여먹어"

소 - 어머 누님 아리가또^^

나 - 맛있다고 더 달라고 하면 죽는다"

소 - 와까리마스"


아침마다 "소"가 편의점에서 사오는 먹을거리중에서 오늘은 투명 라테를 사왔다고 아침부터 자랑질




소 - "누님 이거보세요 투명 라테에요"

나 - 거짓말하고 자빠졌네 아사히라고 써있고만 맥주아녀

소 - "누님 억울합니다.이거 새로나온 카페라떼맞아요"

"그러네-.-;;; 미안.얼마줬냐"

소 - 화나서 안알려드릴래요"

나 - 말해 이 자슥아"

소 -"햐꾸 니쥬엔구라이" *1200원 정도*


라테이야기를 끝으로 소와는 사요나라

멀리서 봤을 때는 소랑 짝꿍하면 재밌겠다 했는데 막상 옆에 앉아서 일주일을 있어보니

쉬는 시간이면 코골고 자고 담배피워서 냄새에 머리까지 아프고

 소상의 짝꿍이었던 나쯔상이 왜 마스크를 끼고 일주일을 지냈는지 이제야 알 것 같았다.


화요일부터 쭉 달려오던 알바가 내일은 쉰다.

내일 쉬는데 오늘부터 기분이 좋다.

내일은 또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한국에서 놀러오고 그것만 생각하면서 이번주를 버텼다.


아이들 공부하는 작은 공부상처럼 생긴 걸 사지 못해서 줏어온 박스 위에서 공부도 하고 밥도 먹고 차도 마시고 술도 마시고 했는데

어제는 상도 선물로 받고 역시 인간은 도구를 써야된다.

너무나 편한것





빵집 알바도 벌써 다음주면 한 달이 된다.

한달이 되어가니 이제 일은 이것저것 내가 할 만큼은 익혀서 그다지 허둥대지 않고 일본 아줌마들속에서 나름 선방하고 지내는데

문제는 시간이다.

내가 일하는 시간은 2시부터 6시까지인데 언제부터인가 이게 끝나는 시간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10분 늦게 끝나는 건 기본이고 미덕이 되어버렸다.


물론 처음부터 그러진 않았다.

그런데 요즘 "어머니의 날" 5월 13일을 앞두고 빵집에 불이 날 만큼 바쁘다.

일본 사람들은 선물도 소박하게 빵으로 한다고 한다.

그러니 원래도 배송물량이 많은 보로니아에 난리가 난것이다.

택배 물량이 너무 많다 보니 오늘은 아줌마 두 명이서 택배 작업을 하다가 뭔가 잘못 포장을 하는 바람에

두명이서 오후에 둘이서 작업했던 박스와 택배 종이와 내용물을 일일이 확인해가면서 그 많은 상자에서 실수가 난 상자를 찾아내는걸 봤다.


사실은 아주 큰일인 상황이었는데 아무렇지도 않게 둘이서 일을 하는 걸 보고 놀랐다.


아줌마 1 - "미하라상"

아줌마 2 - "미하라상은 이상 없고 패쓰'

아줌마 1 - "고노상"

아줌마 2 -"코노상도 이상 없습니다 다음"


둘이서 작은 톤으로 끊임없이 무슨 상 무슨 상 계속 불러가면서 자기들만의 방법으로 체크를 하고

(덕분에 일본사람들의 성을 한 시간째 계속 들었다)

결국은 찾아냈다.

내가 다 만세를 부르고 싶었다.


하지만 두사람은 흥분하지않고 조용히 한마디로 마무리를 지었다.


"쓰바라시이"


둘이서 자기들이 훌륭하다고 셀프 칭찬을 하는 걸 보고 속으로 웃었다.

(혼마야다 진짜)


어쨓거나 나는 빵집에 불이 나게 바쁜 걸 보고 그냥 나올 수가 없어서 미덕으로 10분 인정으로 10분 그러다보니 어느사이에

제 시간에 집에 오는게 힘들어졌고

그래도 10분 20분에 관계없이 즐겁게 일을 헸는데

오늘은 좀 젋은 여자 책임자가 아예 작정을 하고 5시 50분에 일을 산더미처럼 주면서 함께 하자고 하는데 그때 뚜껑이 날라갔다.


마스크를 끼고 있었으니 그나마 표정을 숨길 수 있었지 안그랬으면 일을 못했을것이다.

더 얄미운건 얘는 시간을 보면서도 나한테 함께 일을 하자고 한것이다.

내 시간은 끝났다고 말을 할까 말까 망설이면서 결국 20분까지 일을 다하고

내가 해야 되는 청소까지 다 마무리를 짓고 얘가 마지막에 쓴 빵자르는 칼까지 씻어놓고 퇴근을 했다.


빵자르는 칼을 씻어놓고 나가는 걸 보고 얘가 나한테 고맙다고 그러기는 했지만

기분이 되게 나빴다.


그래도 나오면서는 서로 웃으면서 인사를 나누고

얘는 나한테 시간이 이렇게 지났는데도 괜찮냐고 물어봐주고

(나쁜년 그렇게 말하는게 더 나뻐 50분에 시계보면서 일을 주는 니 표정을 내가 봤는데 -.-;;;


앞으로는 시간이 지나면 더 오버하지 않게 끔 내가 알아서 해야겠다싶기도 하고

처음에는 일만 하게 되면 정말 좋겠다했는데 이제는 딴 걸로 스트레스도 받고




집에 오자마자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내서 마시고 일본 엔화 한 장 남은걸 찍었다.


"돈 버는 일은 한국에서도 일본에서도 치사하고 드럽다"


그래도 어제 선물받은 튼튼한 밥상이 있어서 맥주를 마실 떄도 흔들리지 않고

어젯밤에는 상위에서 열공을 해서 오늘 테스트는 정말 술술 풀었으니

너무 기분 나빠하지는 말기


이제 바쁜 일이 지나가면 일을 더 할 것도 없을테고

아마 내가 조금씩이라도 더 열심히 해줬다는걸 모르지는 않을테니 그거면 됬고

이제는 일본 아줌마들이랑 웃으면서 일을 할 수 있게 됐으니 그정도면 알바 삼주째 대성공이다.


내가 하는 일을 도와주려고 자기 일이 바쁜 데도 나를 쳐다보고 요령껏 도와주는 착한 아줌마도 있고

학교가서 오늘도 잘하고 왔냐고 늘 물어봐주는 아줌마도 있고


맥주 두 캔 마시고 털어버리고



내일은 교토역에서


즐거운 만남



이번주도 참 애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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