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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일기

"나는 큐우코"

by 나경sam 2018. 5.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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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큐우코"


5월 야칭을 낸 게 얼마 안된 것같은데 벌써 6월 야칭을 내라고 이번에는 청구서로 날라왔다.

시간이 탄력을 받으니까 이제는 저절로 굴러간다.


알바도 처음에 할 때는 시계바늘이 얼어붙은것처럼 안 움직이는것같더니 이제는 네시간이 처음보다는 확확 간다.

학교는 매일 숙제에 테스트가 일주일에 두번 정도는 정기적으로 있어서 공부를 안할수가 없다.

사실 공부안해가도 누가 뭐라고 할 사람은 없는데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사람은 남이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이다.


어제도 알바후에 집에 와서 시험 공부한다고 새벽까지 정신이 들어왔다 나갔다

몸부림을 치면서 공부를 했고 덕분에 시험후에 답안지는 내가 가장 빨리 냈다.

내가 좋아하는 요시코선생님이 그런 나를 보고 격려하듯이 웃어줘서 기분이 좋았다.


"그 정도면 잘했어" 박수 짝짝짝


내일도 시험이고 다음주 월요일은 중간고사쯤에 해당하는 시험이 있어서 마음이 편하지는 않지만

오늘은 좀 살살 해야지 몸도 쑤시고 너무 피곤한 하루다.


소상은 어디가 아픈지 학교를 계속 나오지않고

소상이 없으니까 수업시간에 헛소리하는 사람은 없어서 많이 웃을 일이 없고 소상이 없는 것은 다른 사람 결석한것보다

확실히 표시는 난다.


이제 나랑 멀리 떨어진 자리로 짝을 서로 바꿨으니 그렇게 소상은 멀리두고 보는 걸로

절대로 옆에 앉힐수없어.


한 달 지나 이제 두달쯤 되니 아이들 일본어 하는 발음이나 특징도 파악이 되고 모두들 한두가지 자기만의 특징이 있다는것을 알았다.


"중국 아줌마 "나쯔상"은 우리반 우등생인데 나쯔상은 말을 할 때마다

たぶん 타분 : 대개,아마

"타분" 이라는 말을 말머리에 일단 두고 시작한다. 그래서 나쯔상은 "타분여사"

또다른 중국 아줌마 "진상"은 "난까"를 많이 쓴다.

(なに)か :무언가,무엇인가 그래서 진상은 "난까여사"


나도 난까 여사와 타분 여사처럼 나만의 억양과 발음이 있을것이다.


오늘은 빵집에 출근하면서 큰소리로 인사를 하고 들어갔더니

빵집 아줌마 한 명이 나를 보고 웃으면서


아줌마1::"고상 큐우코"

아줌마2""응 응 큐우코다네~"


나보고 오래전부터 알았던 사람같다는 얘기다.

나는 오늘날짜로 아줌마들의 "큐우코"가 된것이다.

"어머니의 날" 이 5월 13일로 지나갔기 때문에 빵집은 다시 평화를 찾았고

늘 6시를 살짝 살짝 넘긴 시간에 퇴근을 하다가 오늘은 일하기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5시 45분에 퇴근을 했다.


그것도 "이치모토"상이 나한테 좀 빠르긴 하지만 일이 없으니 오늘은 일찍 가세요 라고 했다.

이치모토상때문에 내가 지난주 금요일에 울고 싶었었는데 오늘은 이치모토상때문에 감동받아서 울 뻔했다.

언제나 그 큰 눈을 위아래로 굴리면서 5시 50분 쯤 누가봐도 내가 할 일을 다 끝낸 시점인데도


이치모토 - "에 또 소시따라~ 고상 이거 해주세요"

해석 : 에 - 에 고상 지금 10분이나 남았는데 당신이 일이 다 끝났다고 가고 싶어하면 안됩니다.지금부터 이 일을 하세요.양이 좀 많아요"


이치모토상은 늘 나에게 못 된 새엄마처럼 일을 주고 시키고 나를 이십분 씩 잡아두더니

지난주 일요일 이치모토상과 나에게 있었던 일 이후로 확 변했다.


지난주 금요일 이치모토 상이 5시 50분에 분명히 본인의 그 큰 눈으로 시계를 뻔히 봤으면서도

나한테 일을 엄청 주면서 하라고 해서 내가 울고 싶은걸 참고 그 일을 다하고 6시 30분쯤 집에 왔었다.

빵집 모자와 마스크가 있어서 울고 싶은 걸 들키지 않았지 안그랬으면 나는 표정이 드러나서 그날 일을 못했을것이다.

 한 두번이 아니라는게 더 화가 났었고 그날은 뚜껑이 날아갔지만

그래도 참고 일을 마무리 다하고 집에 왔었다.


그게 금요일이었고 토요일은 알바 휴일이었고 일요일에 이치모토 상이랑 또 일을 함께 했다.

이치모토상도 어머니의 날 때문에 바쁘고 더구나 이치모토상은 준 책임자 급이라서 일이 더 많아 보였다.

일본은 여기만 그러는지 다른 곳도 그러는지는 모르겠지만 보로니아 아줌마들은

12시에 점심 먹으러 가는게 아니라 자기들 하던 일을 마무리 지어야 식사를 하러 간다.

일요일에도 점심을 2시 넘어서 먹으러 갔었는데

물론 나도 2시 넘어서 점심 시간이었고 이치모토상은 그나마 우리들이 다 점심 먹으러 가면 사무실이 비어 있기 때문에

혼자만 지키고 있었다.


그래서 내가 아줌마들보다 빨리 사무실로 들어갔다.그랬더니 뜬금없이 이치모토상이 나를 보고


이치모토- (원래도 큰 눈이 더 커지면서)"고상 빨리 돌아오셨네요"

나 - (나쁜 년-.-아) ""이치모토상이 걱정이 되서 빨리 왔어요 얼른 식사하러 가세요"

이치모토- (너무 감동받은것같은 얼굴로)"고상 아리가또"

나 - "그렇게 고마우면 앞으로 나한테 그렇게 무리하게 일시키지 마"- 물론 나혼자 마음의 소리로


일본에 와서 마음의 소리가 많이 늘었다.


나쁜 년이라고 욕은 마음속에서 했지만 그래도 이치모토가 안스러웠던 건 진심이었으므로 아마 이치모토상도

내 마음을 알았을것이다.


그리고 오늘

5시 45분 쯤 되었을 때 청소기를 이리저리 빙글거리고 돌리고 다녀도 일은 끝나버렸다.

걱정이 되었지. 이치모토가 또 새로운 일을 줄 까봐

그런데 이치모토상이 가라고 한것이다.


이제 이치모토상에게도 나는 "큐우코"가 된 것이겠지


빵집 할아버지도 나를 보면 챙겨주고 말한마디라도 재미있게 해주신다.


아까 오후 늦게 할아버지가 빵집에 들어오셨다.

일하면서 하는 인사는 "오쯔까레사마" 보통 이렇게 하는데 나는 아까 너무 피곤해서 할아버지를 보고

나혼자만 헛소리를 했다.


빵집 아줌마 전체가 할아버지를 보고 - "오쯔까레사마~"

나 혼자서만 - 오하요오고자이마스"


아침으로 돌아가고 싶은지 혼자서만 아침 인사를 했다.

시험공부의 여파로 정신이 가출을 했던것이다.


내가 정신을 차리고 인사를 잘못했다고 했더니


할아버지 - "오쯔까레면 어떻고 오하이요면 어때 나는 다 괜찮아"


할아버지의 농담이 지난주 1편 "우산"에 이어 또 귀에 그대로 꽂혔다. 2편 "인삿말"


1편 - 고상은 집이 가까워서 비가와도 우산이 필요없겠네"

2편 - "오쯔까레면 어떻고 오하이요면 어때 나는 다 괜찮아"


이로써 할아버지에게도 나는 "큐우코"


우리반 나쯔상은 "타분 여사"

진상은 "난까 여사"



나는 "큐우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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