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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일기

"살아있는 모든 것은 앞을 향해 나아간다"

by 나경sam 2018. 5.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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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모든 것은 앞을 향해 나아간다"


테스트가 뭐라고 오십 하나에 죽기 살기로 공부해서 오늘 테스트를 그럭저럭 봤다.

한국 나이로는 오십하나였지만 일본에 와서 한 살 어려졌다.(태어나면서 한 살 먹는 우리와 다르게 여기는 한 살이 늦다)

그러니 오십 투혼이라고 해두자.


어제는 하루 종일 빵집에서 빵순이로

그제 토요일은 하루 종일 공부를 하는 스타벅스 죽순이로 하루를 보내고 저녁에는 성당에 갔고

금요일에는 빵집 알바를 하면서 아직도 익숙하지 않은 이제 막 구워 진 빵을 나르다가

빵 상자를 와르르 엎어 버리는 대형 사고를 치고 -.-

보로니아의 비싼 식빵 큰 사이즈를 두 개 쯤 망쳤다.


하마다상에게 거의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말을 했다.


- "쓰미마셍,아무래도 제가 빵을 부순것같아요"

하마다 - "여기서 일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한 번은 그렇게 부숴먹었으니 너무 걱정말고 앞으로 조심하면 되니까 걱정말아요"


하마다상이 그렇게 말해줘서 정말 울 뻔했다.

빵집 아줌마들은 누구나 일이 능숙해보여서 나만 아직도 일을 이렇게 서투른것같아 속상한적이 많았는데

아줌마들도 경력이 오래 되어서 그렇지 다들 처음에는 나처럼 빵도 부숴먹고 실수도 하고 그랬겠지.


이런 실수는 쓰미마셍으로는 안되고


"모우시와께고자이마셍" 이다


"모우시와께고자이마셍 2종 셋트"


1. 미니빵을 두짱씩 슬라이스할때 정해진 두께가 있는데 내가 좀 두껍게 슬라이스를 해서 일요일 빵은 두께가 두껍게 나왔다.


전 날 슬라이스기계를 쓴 사람이 셋팅을 바꾸지 않아 일어난 일이긴 하지만 보통 여기 아줌마들은 알아서 다시 셋팅을 하고 자르기 때문에

나같은 실수는 하지 않지만 나는 아직도 익숙하지 않아 그대로 자른것.


덕분에 일요일 슬라이스 된 빵은 지금까지의 보로니아 슬라이스 2매 빵보다 훨씬 두께가 두껍게 나왔다.


바로 이렇게 말이지-.-



중간에 이상한것을 알아채고 중단했으니 망정이지 어쩔뻔했냐 진짜.

빵 한개에 두쪽씩 슬라이스 된 빵이 10장이 나와야 되는데 나는 8쪽을 만들었으니 보로니아 빵집으로서는 손해고

고객들은 보너스인 셈이다.

덕분에 일요일 빵은 보너스인걸로 넘어갔지만

이 또한 "모우시와께고자이마셍"


2. 금요일에 빵 깨먹은것도 "모우시와께고자이마셍"

빵집 할아버지에게 빵을 깼다고 말했다.


- "제가 빵을 깨먹었어요"

할아버지 - 고상! 부상당하지는 않았어"

- 저는 괜찮고 빵이 부상을 당했어요"

할아버지 - 빵은 괜찮고 고상이 안다쳤으니 다행이야"


할아버지와 일요일 오전 빵집에서 이런 대화를 나누고 할아버지가 오후에 편의점에서 캔커피를 사다 주셨다.

물론 함께 일했던 아줌마들에게도 전부 주시면서 나한테 그러셨다.

 고상이 안다쳐서 정말 다행이라고 하면서 사주시는 거라고 했다.

할아버지랑 많이 친해진 느낌^^


일요일 오후까지 알바를 하고 저녁에는 그동안 배운 교과서 단원을 전부 정리해서 두번 세번 읽고

덕분에 오늘 시험은 그럭저럭 잘본것같다.


우리반 1등 "타분여사"가 답안지를 시원하게 내고 나갈 때 나도 함꼐 답안지를 시원하게 내고

교실을 나왔으니 아쉬움이 없지는 않지만 그래도 선방했다.


날씨가 더워서 목덜미에서 땀이 쭉 나오는 날씨였다.

학교를 빠져나와 가와라마치 사거리를 걷는데 쇼팽의 연주곡이 들렸다.

어쩐지 눈물이 좀 날것같은 기분이었다.


버스 일일권을 사서 가와라마치 정류장에서 5번 버스를 타고 교토역으로 출발

목적지는 "후시미이나리"


가와라마치에서 5번 버스타고 -  교토역에서 하차 - 교토역 버스 노리바 C4에서 105번 버스를 타고 후시미이나리로 출발


"후시미이나리신사"


사진에는 토리이가 비슷하게 보이지만 실제로 보면 토리이의 굵기가 다르다.

왜냐하면 토리이마다 공양금액이 다르기 때문에 굵기가 달라지는 거다.

토리이가 끝없이 이어져 있다는 건 인간의 욕심이 그만큼 끝이 없다는 얘기다.

토리이를 계속 세워서 회사의 번영을 취한다고 한다면 아마 만리장성만큼 길어질듯하다.

토리이마다 뒷 면에는 공양한 기업의 이름이 적혀있다.

곡식의 신을 섬기는 신사답게 여우가 볏단을 물고 있다.


후시미이나리 신사에서 다시 105번타고 교토역으로

교토역에서 206번 타고 "귀무덤"으로 출발


정유재란때 토요토미히데요시가 조선인의 코를 베어오라고 지시해서 그당시 약 12만명의 코가 베어져서 일본으로 건너왔고

토요퇴히데요시가 죽자 쿄토에 묻힌 코무덤이라고 한다.

원래가 코무덤인데 코무덤이라고 하면 일본인들이 더 잔인하게 여겨질거라고 걱정한 일본 학자중의 한 명이

귀무덤으로 부르자고 해서 이름이 귀무덤으로 바뀌었다지만 원래는 코무덤이라고 한다.


교토 국립 박물관 아래쪽에 있다.

잠시 묵념하고


햇볕이 내리쬐는 교토의 그늘없는 길을 걸어서 다시 버스를 타고 (이번에는 100번)

*교토 100번 버스 - 라쿠버스라고도 부르고 주로 관광지위주로 도는 버스*

은각사로 버스안에서 머리로 절구질을 하면서 갔다.

너무 졸렸어.

마늘을 100개쯤 빻은듯하다.


은각사 철학의 길




철학의 길(일본어: 哲学の道 데쓰가쿠노미치[*])은 일본 교토 시 사쿄 구에 있는 산책길이다.

 은각사부터 난넨지까지 이어지는 약 2km의 산책로이며,

일본의 철학자 니시다 기타로가 이 길을 산책하면서 사색을 즐겼다고 해서 철학의 길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봄의 벚꽃풍경과 단풍이 예쁘다고 한다. 

그늘이 져있는 길이기는 하지만 단풍이 들 때 오면 좋을 것 같다.


철학의 길을 혼자 걸으면서 나도 생각했다.


"나는 어째서 이 길을 혼자 걷고 있는가"


철학의 길에서 철학의 길다운 생각


시험에 지치고 더위에 지친 나를 위로해 준 자판기 라무네



벌써 두 달이 다 되어가고 있는 교토에서의 자취 생활이다.

수원에 있는 가족들도 이제 적응을 해가고 있는것같다.

요리라고는 관심도 없던 남편이 국을 끓였다고 보고를 하고 다음에 뭘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냐고 물어도 보고

어떻게든 다들 살 궁리를 한다.


지금도 익숙한건 아니지만 실수를 하면서도 빵집에서 하루하루 일을 해내는 것도 나도 그렇고

오늘 시험도 그렇고



모든 살아있는 것들은 앞을 향해서 나아간다.



그러니 내일도 열심히 오늘처럼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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