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고식당

"미역국"

by 나경sam 2018. 2. 24.
728x90
반응형


"미역국"


소갈비는 생일인 자슥이 먹고 미역국은 내가 먹자고 끓였다.

결혼 초에 미역국도 끓일 줄 몰라서

어머님이 주신 산모용 기장 미역을 가위로 잘라 물에 불리지도 않고 그대로 미역국을 끓였던

요리 쌩초자 시절이 내게도 있었다.


지금도 잘하는 요리는 아니지만 결혼할때까지

엄마 김장 할 때 마늘 한번 안까주고 결혼했는데 미역국은 난이도 10

하지만 어머님은 내가 미역국도 잘끓이고 뭐든 잘할줄 하셨는지

미역을 물에 불리지도 않고 미역국을 끓여먹었다는 걸 알게 되신 후에

"너는 친정에서 엄마가 미역국 끓이는것도 한 번 안봤냐" 그러셨다.


우리 어머니가 미역국에 대해서 나를 바보로 생각한 부분은 물에 불리는것도 불리는 것이었지만

기장 미역은 물에 불린 후 깨끗하게 빡빡 씻어야 된다는데 나는 그걸 씻지도 않고

불리지도 않고 그대로 끓였다는것이 어머님이 우리 엄마까지 소환해서

 나를 미역국 무식자로 여기신 중요한 포인트였다.


그때 얼마나 서럽고 짜증도 나고 울고 싶던지

아직도 그 기분이 생각난다.

어머니 Me too -.-


그리고 우리 엄마가 미역국 끓이는것도 한 번도 못봤고 먹기만 했으니 어머니 말씀이 맞기는 했지만


어머니 "너는 친정에서 미역국 끓이는것도 한 번 안봤냐 -.-

나 "네 안봤는데요 먹기만 했어요"

라고 말 할 수는 없는 일


결혼 전에는 엄마한테 말대답도 잘했는데 결혼하자마자 나는 자아를 분실하고 며느리라는 새로운 자아가 들어와서

한동안 다중인격자로 살았으니

하지만 곧바로 내 자아를 찾고 어머님께 말대답을 따박따박하면서 우리 어머니 속깨나 상하셨을거다.


결혼초에 미역국은 내게 요리였으나 지금은 너는 그냥 미역국

"  미역국 넌 내게 모욕을 줬어 "


핏물  잘 빼고 덩어리가 큰 고기는 조금씩 더 잘라서 참기름과 집간장으로 조물조물 무친후

자글자글 볶아준다.



그러다가 깨끗하게 씻고 불려놓은 미역을 고기 위에 던져 넣고 또 함께 들들들



저렇게 들들들 하다가 물 붓고 팍팍 끓이면 미역국된다.

멸치액젓이나 참치액젓 넣으면 마법의 미역국이 되고

나는 이제 미역국은 잘 끓이는 아줌마가 되었는데

우리 어머니 이제는 어지간한 일에는 잔소리를 안하시고 싫은소리도 안하시고

내가 미역국 잘 끓이는 아줌마가 되는 동안에

우리 어머니는 그 새 팔십 먹은 할머니가 되셨다.


그나마 우리 어머니가 미역국 가지고 짜증을 낼 때만 해도

우리 어머니는 젊으셨던거다.

그걸 이제야 알겠네





'고식당'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양배추토스트"  (0) 2018.02.28
"돈까스"  (0) 2018.02.24
"생일상에 빠지면 섭섭한 갈비"  (0) 2018.02.24
"내맘대로 잡채"  (0) 2018.02.23
"점심엔 잔치국수"  (0) 2018.02.22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