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역국"
소갈비는 생일인 자슥이 먹고 미역국은 내가 먹자고 끓였다.
결혼 초에 미역국도 끓일 줄 몰라서
어머님이 주신 산모용 기장 미역을 가위로 잘라 물에 불리지도 않고 그대로 미역국을 끓였던
요리 쌩초자 시절이 내게도 있었다.
지금도 잘하는 요리는 아니지만 결혼할때까지
엄마 김장 할 때 마늘 한번 안까주고 결혼했는데 미역국은 난이도 10
하지만 어머님은 내가 미역국도 잘끓이고 뭐든 잘할줄 하셨는지
미역을 물에 불리지도 않고 미역국을 끓여먹었다는 걸 알게 되신 후에
"너는 친정에서 엄마가 미역국 끓이는것도 한 번 안봤냐" 그러셨다.
우리 어머니가 미역국에 대해서 나를 바보로 생각한 부분은 물에 불리는것도 불리는 것이었지만
기장 미역은 물에 불린 후 깨끗하게 빡빡 씻어야 된다는데 나는 그걸 씻지도 않고
불리지도 않고 그대로 끓였다는것이 어머님이 우리 엄마까지 소환해서
나를 미역국 무식자로 여기신 중요한 포인트였다.
그때 얼마나 서럽고 짜증도 나고 울고 싶던지
아직도 그 기분이 생각난다.
어머니 Me too -.-
그리고 우리 엄마가 미역국 끓이는것도 한 번도 못봤고 먹기만 했으니 어머니 말씀이 맞기는 했지만
어머니 "너는 친정에서 미역국 끓이는것도 한 번 안봤냐 -.-
나 "네 안봤는데요 먹기만 했어요"
라고 말 할 수는 없는 일
결혼 전에는 엄마한테 말대답도 잘했는데 결혼하자마자 나는 자아를 분실하고 며느리라는 새로운 자아가 들어와서
한동안 다중인격자로 살았으니
하지만 곧바로 내 자아를 찾고 어머님께 말대답을 따박따박하면서 우리 어머니 속깨나 상하셨을거다.
결혼초에 미역국은 내게 요리였으나 지금은 너는 그냥 미역국
" 미역국 넌 내게 모욕을 줬어 "
핏물 잘 빼고 덩어리가 큰 고기는 조금씩 더 잘라서 참기름과 집간장으로 조물조물 무친후
자글자글 볶아준다.
그러다가 깨끗하게 씻고 불려놓은 미역을 고기 위에 던져 넣고 또 함께 들들들
저렇게 들들들 하다가 물 붓고 팍팍 끓이면 미역국된다.
멸치액젓이나 참치액젓 넣으면 마법의 미역국이 되고
나는 이제 미역국은 잘 끓이는 아줌마가 되었는데
우리 어머니 이제는 어지간한 일에는 잔소리를 안하시고 싫은소리도 안하시고
내가 미역국 잘 끓이는 아줌마가 되는 동안에
우리 어머니는 그 새 팔십 먹은 할머니가 되셨다.
그나마 우리 어머니가 미역국 가지고 짜증을 낼 때만 해도
우리 어머니는 젊으셨던거다.
그걸 이제야 알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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