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엔 잔치국수"
딸은 입학식 연주 연습으로 일찍 집을 나가고
아들과 점심으로 "잔치국수"
울 엄니 설때 들어 온 국수 다발까지 챙겨주셔서
나는 이번주 내내 우리 황경예 여사님 덕으로 먹고 살고 있다.
일인분 기준으로 한롤씩 포장되어 있어 요리에도 편하고
엄니의 은혜는 끝이 없는데 명절 때 드린 돈은 은혜에 턱없이 부족햐
어쩜 좋으냐 너를
(엄니 기다려 언젠가 돈을 저 국수다발처럼 말아서 드릴게 돈세다 일년가게 해줄게)
헛소리처럼 혼자 뻥이라도 쳐야 덜 죄송할것 같아 헛소리 좀 했는데
속이 하나도 안시원해
국물은 다시팩 두개 씩이나 넣고 팔팔 끓여
(우리 형님 - 명절 때마다 선물로 몇 년째 유과를 주셨는데 한번도 끝까지 먹지 못하고 먹다먹다 나머지는 그냥
버리기도 하고 참 죄송했었는데 우리집에 감시카메라를 달아놓으셨는지 몇 년전에는 갑자기
형님 - "유과 괜찮아" 급질문을 하셔서 ( 훅 치고 들어 와 당황했으나 시댁 식구와 대화에서 침착함을 잃으면 망한다 )
나 - "아니요 형님 딴 거 주시면 좋겠어요" 라고 말하고 싶었으나
시댁 식구와는 속에 있는 말은 그냥 담아두고 진심이 아닌 말을 해야 한다는 걸 깨달은 바가 있어
웃으면서 "네 형님 우리 애들이 유과를 얼마나 좋아하는데요" 이렇게 말했다.
형님 - "그 집 유과 줄서서 사먹는 거야"
나 - "어쩐지 맛이 달랐어요"
그무렵 중학생이던 딸은 엄마와 고모사이의 정다운 대화를 듣고 엄마의 가증스러움에 토나올 뻔 했다는 -.-;;;
그런데 형님이 우리집이 유과를 버리는 꿈을 꾸셨는지 아니면 조상님이 나타나서 더이상 그 집구석에는 유과 한개도 주지 말라고 하셨는지
(형님은 강직한 성품으로 본인이 정하는 것은 진리요 길이요 생명이라 한 번 정한 물건이나 원칙에 변함이 거의 없다)
선물이 바뀌는 기적이 일어났다.
바로 형님이 주신 다시 팩
얼마나 실용적이고 맛또한 훌륭한지
유과를 오년 참고 받은 다시 팩 선물 셋트
"참으면 바뀐다"
다시 국물에 맛간장 대충 넣고 대파썰어 놓고 계란 후루룩 몽실거리게
넣으면 잔치국수 된다.
맛간장은 진간장에 물넣고 온갖 채소 짜투리 집어 넣고 팔팔 끓여 만들어서 빈 쨈병에 넣고 냉장 보관
잔치국수할때 넣으면 간이 아주 좋아
심영순 할매가 심미장이라고 설레발을 치면서 만드는 걸 보고 나도 했더니
나름 그 할매 설레발 칠만했어
음 - 맛이 좋더라규
김치 쏭쏭 썰어서 얹고 끝
저걸 한 그릇 다 먹고 다시 전기장판 위에 누운 아들
누가 보면 산후조리하는 줄
아 진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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