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에는 소갈비를 먹자"
오늘은 큰 애 생일
생일인데 소갈비정도는 먹어 줘야지
소갈비를 사다 놓고 핏물을 빼면서
나 "아들 생일이라고 소갈비 해주는 엄마 별로 없을걸 니 친구들한테 물어봐"
소갈비 몇 만원어치도 안되게 사다가 핏물을 빼면서
있는대로 생색을 냈다.
2월 생이라 생일도 봄방학때 있어서 초등학교때 다른 친구들과 피자집같은데서 하는 생일 파티를
한 적이 없이 유치원때나 관사 살 때 동네 친구들 불러서 파티 한 두번 해본게 전부라
생일에는 어쩐지 손해가 이만 저만이 아닌 아들
그래도 작년남편 생일에는 돼지갈비도 안해줬으면서 아들 생일에 소갈비라니
돈은 남편이 벌어다 주는데 하는짓 보소 -.-;;;
(더군다나 작년 남편 생일에는 수험생 있다고 미역국도 안끓여 먹었었는데)
미역국 끓이고 갈비만 해서 생일 상 차려주기로 하고
갈비 시작
핏물 빼고 끓는 물에 갈비 한 번 튀겨내서 찬물로 깨끗하게 씻어서 준비
갈비를 재울 간장을 야심차게 끓여본다.
그냥 간장을 넣어도 되지만 간장에 대파나 양파 설탕 물 마늘 생강 과일등을 넣고 끓여서 사용하면
갈비 양념이 그냥 간장을 넣는것보다 더 맛있다.
심영순 할매 한복입고 목소리 쫙 깔고 각종 즙들을 만들어서 심미장으로 이름 짓고
요리에 그냥 처덕처덕 넣으면 맛이 좋다고 하도 얘기를 하길래
나도 내식으로 아무렇게나 만들어서 쓰는데
확실이 그냥 간장보다는 요리에 넣었을때 강한 맛은 사라지고 감싸주는 맛이 나는 것 같다.
홍시 맛이 나서 홍시라 하온 것이온데 간장을 간장이라 생각한것이 어찌 잘못이옵니까
대장금 대사가 튀어 나와도 이건 간장 맛이 나도 좀 나은 간장이여
이 간장을 끓이는데도 엄니의 사람이 느껴져
둥둥 떠있는 배는 바로 황경예 여사의 사랑이지
저렇게 끓여서 체에 걸러 간장 베이스를 만들고
한김 나가게 식힌 후에 맛간장에 배가 잠길 만큼만 넣고 믹서에 갈아
배간것과 간장 베이스를 합해서 기본 양념 완성
갈비에 넣고 물은 갈비가 반 잠길 정도로 붓고 푹푹 끓여 준다.
갈비가 어느 정도 익었을 때 감자를 넣어서 함께 끓이면 감자 먹는 맛도 괜찮은 편
저녁 늦게 갈비를 했더니 연습실에서 늦게 들어 온 아들만 저 갈비를 개시했고
생일 축하한다고 하자
"엄마 아빠가 고생했고 고맙다고"
세상에 내가 살면서 저 자슥한테 이런 말도 들어보다니
냉장고에서 물 꺼내 마시면서 쓱하고 던지는 저 말에 물은 저 자슥이 마시는데 목은 켁하고 내가 메이다니
점심 먹을 때는 도장 열개짜리 동네 커피숍 쿠폰으로 효자짓을 하더니
저녁에는 말한디로 천냥빚을 갚는다.
둘째나 셋째는 첫아이를 키워본 경험으로 육아가 좀 수월했었지만
큰 아이는 뭐든 그 아이가 처음으로 겪어내는 일들이 나에게도 처음인 일들이라
아이도 힘들고 나도 힘들었던 육아였다.
큰 애를 키우면서 나도 부모가 되어갔고 엄마가 되어 갔다.
셋째는 큰 애가 유모차 밀면서 키워주기도 했고 저 자슥이 사춘기때 말 안들어서 내다 버리고 싶던 마음도
셋째 키워 준 은혜 생각하고 내가 참았었다.
아침까지 럭셔리하게 소갈비 몇 대 뜯고서 바이올린 들고서
렛슨을 간다.
항상 멋지게 당당하게 살았으면 하고 오늘 나는 너에게 축복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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