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일기2"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댁 일박 이일
어머님과 한마디 말도 하지 않은 체
친정으로 가는 길
내 마음은 물적신 스폰지같았지만
그건 나만 느끼는 감정일뿐
아무도 내마음의 무거움은 모르지
다행이 형님이나 동서나 서방님등
어머님과 아버님을 제외한 나머지 시댁 식구들은 격려의 분위기여서 다행이었고
언제나 나와 쿵짝이 잘 맞는 막내 서방님은 곧바로 나에게 "교토댁" 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기 시작
술 한잔 마시고 계속해서 "형수는 교토댁"을 일분에 한번꼴로 외쳐서
"오빤 강남스타일"처럼 말춤 출뻔했다.
"형수는 교토댁" 이라고 할 때마다 시어머님 눈치가 나혼자만 보여서 아주 불편했는데
하여간 우리 시댁 남자들은 눈치라고는 약에 쓸려고도 해도 없는 사람들이라
술들어간 막내 서방님은 자기가 하고 싶은 만큼 "형수는 교토댁"을 외쳤고
차를 타고 친정으로 출발하는 금마면사무소 대로변에서조차
"형수는 교토댁"
( 아 진짜 어쩔거야 너를 )
"형수는 교토댁"을 버퍼링처럼 듣고 군산 출발
친정은 아직도 막내 남동생네 애들이 남자애들만 유치원생까지 셋이나 있어서
각오를 하고 들어가야지
소음데시벨이 장난이 아니다.
그래도 친정가서 그 애들이랑 놀려고 집에서부터 해적룰렛을 챙기는 나
친정가서 동생네 애들 셋 모아놓고 돈내기 해적 룰렛 시작
해적머리 튀어나올때마다 천원씩 내다가 다섯번째 판에 가져가는 게임을 다시 시작
시끄럽게 놀다가 게임 마감하고
다시 두번째 판은 윷놀이
달력뒤에다 말판 그려서 둥근 연필을 연필심빼고 반을 쪼개 윷을 만들고
겨울에 매일 안방에 모여서 윷놀이 하면서 놀았다는건
우리집 다섯 형제만 가지고 있는 교집합이다.
이긴 팀이 진팀 별명부르기를 하다가 분위기가 살벌해져서
우리들이 스스로 그린 달력 말판도 찢고 새로 그리기도 여러번이었다.
어떤 때는 우리가 윷놀이 하는게 너무 웃기는지 아버지랑 엄마가 보고 웃은 적도 많았지만
우리들은 그때 굉장히 심각했었다.
돈이 오고가지 않았어도
일곱글자나 아홉글자로 상대팀 별명을 굉장히 약올리면서 부르는건 그때 우리들이 아주 즐기던 놀이여서
왜 그렇게 서로 놀리고 지지고 볶고 살았었는지
지금 막내 남동생네 아이들 셋이서 떠들고 노는 것도 우리집안 내력이지 싶다.
윷놀이후에 마지막은 민화투
엄마 며느리 사위 둘 넷이서 치는 민화투는 다섯장 가지고 여덟장 깔고
피는 아무짝에도 쓸데가 없다.
계산을 할줄 몰라 엄마가 계산은 해주고
아무리 민화투라도 도박은 시간 딱 정해놓고 해야 한다는 엄마말씀으로
엄마가 정한 시간은 사십분
정해진 시간에서 오분도 넘기지 않고 엄마는 판을 접는다.
해적룰렛 - 윷놀이 - 민화투
설날 3종셋트 놀이가 끝났어도 끝난게 아닌 우리집
결국 마지막에는 해적룰렛으로 게임을 해서 돈을 모은 후 친정에 오면 늘 먹는 가마솥 통닭과 맥주로 끄읕
친정에 오면 방이 작아 남자는 남자끼리 여자는 여자들끼리 한방에서 자고 막내 남동생네만
자기 식구들끼리 방하나 차지하는 호사를 누리고
우리들은 각자 아무곳에서나 누워서 하루를 보낸다.
집에 돌아왔다.
길도 막히지 않아 편히 와서 엄마가 싸준 음식으로 점심 저녁 먹고
명절연휴 하루 더 남았지만 내 집에 왔으니 이제 끝이다.
남편은 초저녁부터 코를 골면서 잠이 들었고
내 인생 오십 첫번째 설날이 또 이렇게 지나간다.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작이 두려운 20대" (0) | 2018.02.28 |
---|---|
"화성둘레길" (0) | 2018.02.18 |
"명절일기1" (0) | 2018.02.17 |
"시작이 주는 두려움과 설레임" (0) | 2018.02.13 |
"어서와 이렇게 살아본건 처음이지" (0) | 2018.02.1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