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와 이렇게 살아본건 처음이지"
감자탕은 바닥을 드러냈고
집안의 온갖 밥그릇과 국그릇들은 설겆이만 되어 있고 정리가 안되어서
높이 높이 쌓여 있는 씽크대
할 줄 아는 요리라고는 라면과 삼겹살 굽기뿐이라 감자탕이 떨어지자 고기만 구워먹었는지
나름 자기는 닦는다고 닦았겠지만 고기기름에
인덕션옆이 반질반질했다.
금요일 오후에 제주도에서 도착해서
곧바로 가평으로 일박이일 모임이 있어서 출발
나도 살면서 여행갔다 오자마자 짐도 정리하지 않고 곧바로 연결해서 어디로 간 것은 처음 있는 일
"어서와 너도 이런거 처음이지"
제주도에서 수원으로 수원에서 가평 청평 찍고 이제는 돌아와 내 집 쇼파에 앉은 노곤한 몸이 되었다.
넓지도 않은 쇼파 한쪽에 내가 화요일 제주도 가면서 가방을 비우느라 쇼파 한쪽에 소지품을 그대로 빼서 두고 갔는데
다녀와보니 그 자리에 내 소지품이 고대로 놓여져 있었다
제주도에 간 사이에 막내가 구미에서 와 있어서
마음에 걸렸지만 친구들 만나고 고등학교 선생님께 인사드리러 간다고 나름 자기만의 스케쥴이 있고
언제나 걱정은 나의 몫
나 없어도 다들 잘만 산다.
이번 여행을 하면서 보니까 걱정한다고 해서 못사는것도 아니라는걸 알게 되어서
앞으로는 밖에 나가서는 집 걱정 안하는걸로 미리 마음의 예행 연습이 되었다.
감기는 뚝하고 떨어지지 않는다.
할머니 해소기침이 자꾸만 나서
여행에서 남아서 가져온 와인에 사과와 귤을 넣고 팔팔 끓여 뱅쇼를 만들었다.
"뱅쇼"
따뜻한 와인이라는 뜻
와인에 각종 과일을 넣고 팔팔 끓여서 감기약 대용으로 마시면 된다.
와인의 떨떠름한 맛이 날아가고 과일향이 와인에 스며서 감기약으로 좋다.
한잔을 마시고 푹 자면 쌍화탕처럼 효과가 좋기 때문에 자주는 아니지만 와인이 남아있고 감기 기운이 있을 때는
가끔 해서 먹는 편이다.
제주도에서 사온 갈치를 굽고 김치찌개도 돼지고기 듬뿍 넣고 끓여서
저녁상을 차려주고
"뱅쇼" 한잔에 기분이 저절로 좋아지는 저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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