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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명절일기1"

by 나경sam 2018. 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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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일기1"


수원에서 구미로 막내 3번을 태우러 출발하는것부터

우리의 설 명절이 시작되었고

170킬로 정도 달려 구미에 도착

3번은 그때까지 오전 운동을 하고 토나올정도로 뛰어서 기진맥진한 상태


다시 시댁이 있는 익산으로 대략 170킬로

달리고 달려 도착

이미 부침개나 나물등 손하나 댈 것이 없이 동서와 어머니가 해놓은 상태라 일은 없었으나

어떨때는 차라리 할 일이 남아 있는 시댁이 훨씬 마음이 편한거라는걸

나밖에는 모른다.


겨우 하루밤 자고 오는 시댁인데도 들어가면서부터 시계를 보기 시작한다.

결혼한지 이십 삼년이 되었지만 시댁은 며느리에게는 여전히 낯선 공간이지 싶다.


그래도 딸둘에 아들 하나를 데리고 우리집이 가야만 시댁이 명절 분위기가 나는데

이년동안 고3이라고 안가 재수한다고 안가

어쨌든 2년동안이나 가지 않다가 올 해는 갔으니 시부모님들도 굉장히 기다리셨고 좋아하셨다.


대체로 시댁의 조카들이 말이 없는 편인데 우리집 애들만 말들이 많아 시끄러운 편이고

할아버지 어려운 줄도 모르고 말대답도 잘한다.


머리를 거의 은발로 탈색한 딸을 보고


시아버지: "너는 대학생이라면서 머리가 그게 뭐냐"

둘째 : "대학생이니까 이런 머리 하죠"


두사람 사이의 대화가 팽팽하다. (시아버지 의문의 1패)


드디어 명절이 되기만을 바라며 미루고 미루었던 "며느리 일본가요" 폭탄을 꺼내서

이야기를 꺼냈다.

이야기를 먼저 들었던 대학생 조카들은 환영하는 분위기

(자기 엄마 아니니 달리 반대할 이유도 없겠지만 요즘 아이들은 다들 쿨하다)

내가 일본가서 못견디고 오면 그것도 걱정이라고 하자 한 녀석이 "그럼 여행다녀오셨다고 생각하시면 되잖아요"

그래 맞는 이야기다.


시어머님이 안계신 자리에서 먼저 시아버지에게 말씀을 드렸더니

농담인줄 아셨나

"네 마음대로 해라" 시원하게 말씀을 하셔서 이렇게 쉬운걸 뭘 그렇게 걱정했나 했으나

사실 아버님은 살짝 충격을 받으셨던것 같고 내 말이 반은 농담인줄 아셨던것 같기도 하고

그후로 안방에 들어가셔서 거실로 나오질 않으셨으니 반응을 살피기도 어려웠는데

문제는 우리 어머니


어머님은 귀가 좋지 않으셔서 보청기를 끼워야 말씀이 들리는데

보청기를 끼고 있지 않은 어머니께 "어머니 저 공부하러 일본가요"

말씀드렸더니 잘안들리셔서 다시 보청기를 끼고 들으시겠다고 보청기 가지러 안방에 다녀오시더니

며느리 일본 가겠다는 이야기를 들으시고는

자꾸만 한달만이냐고 되물으셔서 그걸 나는 아니요 "일년"이요 라고 강조하게 되고

어머니가 드디어 며느리가 당신 아들두고 일본으로 일년동안 공부하러 간다는걸 정확하게 아시게 되었다.



이후로 밤을 지나 아침 차례 지내고 점심 먹고 우리 친정으로 갈 때까지

우리 어머니는

나하고 한마디도 하지 않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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