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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준비"

by 나경sam 2018. 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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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떠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눈치없기로는 참 답이 없는 남편은 내가 침대 옆에 꾸려둔 가방 두개가 일본 들고 갈 가방이라는 것도 모를것이다.


대청소를 하면서 그동안 아이들이 사놓기만 하고 잘쓰지 않던 화장품이라든가

샘플로 받아놓고 버리지 않고 두던 것들을 모아보니 그것도 꽤 분량이 되어서

일본가서도 당분간은 샘플로만 연명해도 충분할 만큼 양이 되었다.


씽크대 서랍안에 있던 자른 미역 몇 봉투도 집어 넣고 하여간 이제 이 집에서는 나아니면 쓰지도 않을 것들은

다 내가방안에 넣고 나니 벌서 작은 손가방이 두개다.


엄마가 갈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도 모르고 날마다 놀러 다니는 일에 청춘을 바치고 있는 둘째는

늦은 귀가후 항상 뭘 만들어달라고 한다.


"고식당" 단골 메뉴 떡볶이




"고식당" 문은 아침 일곱시부터 밤 열두시 한시까지도 영업을 하는 특이한 식당이라서

손님이 말하는 대로 만들어 주는 편


오늘 떡뽁이는

뒤포리 멸치와 다시마로 육수를 내서

오뎅 듬뿍 떡 조금 메밀 국수 삶아서 라면 사리대신 넣고

쏘스는 엄마표 집고추장 고춧가루 케첩 설탕을 푹푹 넣고 그걸 사과즙으로 잘 섞어서 기본 쏘스를 만든 후

휘리릭 만들었다.


멸치 육수 낸 물에 오뎅을 한참 넣고 끓이면 오뎅에서도 맛이 우러나오고 오뎅도 푹 익혀져서 한결 맛이 난다.

저걸 한솥 만들어서 큰애랑 딸이랑 한개도 남김없이 먹었다.


저 또한 엄마가 없으면 못할 일

그때는 사다가 먹겠지

그때나 알려나

엄마는 아무때나 말만 하면 해줬다는 걸


엄마가 있고 없고는 별거는 아니고

디테일의 차이인것같다.


교묘한 한 끝 차이라고나 할까

수치상으로는 몇밀리가 안되지만 그게 안맞으면 집을 짓지도 못할 만큼 계산착오가 일어나는 뭐 그런것


며칠 전 딸이 복통이 나서 한밤중에 약을 먹고는 속이 가라앉자

낮부터 굶었다면서 죽이 먹고 싶다고 했다.

쌀을 불려 죽을 끓이다가  끓기 시작하자 반을 덜어 믹서기에 갈아 쌀과 함께 죽을 끓여주었다.


엄마가 아프실 때도 한 번도 이런 죽을 끓여드리지는 못했는데

자식이 좀 아프다고 하니까

뜨거운 걸 퍼서 믹서기에 넣고 갈아서까지 죽을 끓여주는 내가 이게 엄마니까 하지 아니면 못 할 노릇이구나 싶었다.


그걸 먹고는 또 언제 아팠냐는듯 맛있다고 먹는다.

속으로 그랬다.

"엄마 없음 이제 이런 것도 못 얻어먹지"


짐을 줄이고 나머지는 현지에 가서 사야겠다고 생각했어도

짐을 꾸리다보니 버리지 못하고 물건을 쟁이고 있다.


어리석은 일

홀가분하게 가서 가볍게 살다 올 일이지

여기서 버리는 물건 거기서도 버릴텐데 애들이 안쓴다고 그걸 다 내가 가져갈 궁리를 하고 있다.


내가 주는 나의 "안식년"

준비는 시작되었고

사실 나 없어도 잘 살 가족들을 나만 걱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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