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가시다"
장가계 여행을 마치고 군산으로 내려가지 않으시고 계시던 엄마가 오늘 올케 차로 내려가셨다.
장가계 여행이 힘들었는지 엄마는 수원에 오셔서 거의 일주일을 아파서 매일 병원에 다니셨다.
엄마는 남이 보면 노인이겠지만 딸인 내 눈에는 노인으로 안보여서 나는 엄마가 아직도
목소리 괄괄한 아줌마로 여겨질 때가 많았는데
이번에 아프신걸 보니까 엄마는 노인 맞았다.
그래도 아침 저녁으로 두 딸 거둬 먹일 음식을 끼니 끼니 궁리해서
우리는 엄마가 계시는동안은
나쁜 딸년들의 모범사례가 되어서
밥도 안한다.
엄마가 두 집 밥 해서 퍼주고
찌개도 한 집에서 몽땅 끓여서 한 냄비씩 골고루 나눠주신다.
엄마 계시는 동안은 두 집 메뉴가 아침 저녁으로 같다.
점심은 내가 말하는 대로 해주시는 편이라
잔치국수 하면 자판기처럼 똑하고 만들어내고
비빔국수하면 똑하고 만들어 낸다.
음식하면 우리 엄마 어디가서 2등도 서운하다고 할 만큼 손도 빠르고 맛도 어지간히 있어서
본인 음식에 자부심이 대단한 편인데
그런 엄마가 아프시니
얼굴은 폭삭 더 늙어보이고
기침 할 때 엄마 기침소리는 차마 듣기가 마음이 아팠다.
엄마가 그러셨다.
양약을 너무 많이 먹었더니 입안이 다 말랐다고
그래서 아버지 가실 때 입안이 다 말랐던 게 참 마음이 아팠다고 그러셨다.
동생네야 워낙 일찍 나가고 늦게 들어 오는 편이라
엄마가 수원에 오시면 나랑 많이 돌아다니고
내 차를 타고 여기저기 가는것을 낙으로 여기시는데
이번에는 그렇게 많이 돌아다니지도 못했다.
대신 엄마가 입맛이 없을 까봐
도가니탕도 사오고 엄마 머리 염색도 해드렸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엄마 머리 염색을 해드렸다.
우리 엄마 두상이 작고 동그랬다.
염색약을 꼼꼼이 바르는걸 느끼셨는지 염색 잘한다고 칭찬도 해주시고
젊어서는 몰랐는데 이제는 나이가 먹으니
딸이 옆에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늘 너무나 강해서 약한 소리라고는 할 줄도 모르시더만
엄만 노인이 된거다.
나더러도
꼭 일본 가야겠느냐며
서운한 마음이 든다 하셨다.
본인 감정 표현에는 얄짤없는 구석이 있어서
서운하다 기쁘다 슬프다
엄마에게서는 좀처럼 들을수 없는 말이었는데
이젠 하신다.
그리고 그걸 듣는 나는
우리 엄마 늙었구나
그걸 이제야 알았다.
엄마는 갔고
우리집에는 엄마가 해주신 돼지갈비랑 동태찌개가 아직도 한 끼는 먹게 끔 남아 있고
동생 네 집에는 바쁜 동생 몇 날 며칠 청국장만 먹으라고
무려 곰솥에 하나 가득 청국장을 끓여서 두고 가셨다.
이런 망할 딸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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