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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by 나경sam 2018. 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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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집에 살다보니

집이 추우면 나도 춥고 내가 추우면 집도 추운 법

사는 공간을 앞 뒤 베란다라는 보호막으로 감싸고 살던 아파트 시절과 달리

이 오래된 집은 온 몸으로 찬바람 불면 찬바람맞고 태풍오면 태풍 막아내고

어젯밤에 사납게 내리던 눈도 최전방 수비수처럼 묵묵히 견뎌주고

아침이 왔다.


사방으로 뻥뻥 뚤린 창문들은 모두 외벽으로 통해 있어

꽤나 늙은 이 집은 바깥 기온이 조금만 떨어져도 집안까지 찬바람이 동서남북으로 들어와

밖에 나가지 않더라도 기온을 짐작하게 한다.


구미에 딸을 두고 올 때만 해도

그아이의 무거운 짐보따리 하나쯤은 내가 평생 짊어지고 가도 좋을 마음이더니

막상 떨어져 지낸 일주일

곧바로 제주도 전지훈련 들어가서

새벽운동 오전 운동 오후 운동까지 하루 세번의 스케쥴을 해내는 딸의 일과표에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말았으니

그중에 어느것 하나라도 에미가 대신 하라 하면 할 수가 없을 것 같다.


새벽운동 나가서 가족 대화방에 올려놓은 제주도 새벽 바다의 미친 소리만 들어도

이불속에서도 한기가 느껴지는데

아이가 해내고 있는 세개의 스케쥴중에서 어느 하나도 나는 못하네 암 못하고 말고


그건 우리 막내니까 꿋꿋이 참고 해내는 거지

집에 있는 두아이들도 할 수가 없다.


다 삶의 무게가 다르고 짊어져야 할 자기만의 무게는 아무도 대신할수 없다.

둘째가 입시 치를 때 다시는 나올 것 같지 않던 실기고사장 문을 밀고 들어가는 뒷모습을 볼 때도 그랬다.

아무리 걱정하고 애가 타도 그안에서 견뎌야 되는 것은 오로지 그아이만의 몫이었고 아무도 대신할수가 없는 법


큰아이도 그랬다.

연병장에 모여서 운동장 한바퀴를 돌고 점으로 사라지던 큰 아이

뒷모습을열심히 눈으로 쫓아갔으나 멀어지는 물리적인 거리는

부모라도 어쩔수 없어 연병장 뒷문으로 사라진 후는 온전히 그아이만의 힘든 몫이었을 뿐

대신 할 자가 아무도 없으니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라는 말이

꼭 왕에게만 해당되겠는가


각각의 왕관이 따로 있는 법

크든 작든 무겁든 덜 무겁든

그게 내것이면 견뎌내야 하고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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