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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졸업"

by 나경sam 2017. 12.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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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


드디어 우리집 3번이 졸업을 했다.

초등학교 3번 중학교 3번 고등학교 3번째의 졸업식이니 순서로는 아홉번째의 졸업식이다.


내년에 큰 아이 대학교 졸업식이 있기는 하지만

우선은 세명 다 고등학교를 졸업했다는 것이 나름 의미가 있어서

이번 졸업식에는 온 식구가 다 가기로 했다.




요 며칠 감기에 걸려서 아침에 학교 데려다 주는 일이 힘들었었는데

아침에 우리 막내가 나한테 "엄마도 졸업이네 그동안 나 데려다 주느라 고생했어" 이런다.

사실 운전하느라 내 등꼴을 빼먹은건 둘짼데 둘째한테는 그 소리를 안들었던같다.

자식한테 해주는 일에 생색이 어디 있으랴만은 막상 막내가 그런 소리를 아침에 하니까

둘째한테는 그런 말 들었었는지 큰애한테는 들었었는지 되짚어졌다.

막내는 중학교 3학년때부터 기숙사에 있다가 고 3 후반기에 나와서 짧은 기간만 내가 운전을 해주었는데도

엄마 수고했다고 한마디하고 학교에 가는데 참 고마운 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 물건만 2+1이겠는가

사람도 그러하다.

우리집 막내는 어찌보면 두명 키우는데 덤으로 딸려온 한 명이다.

중학교도 체육중학교 고등학교도 체육고등학교




6년을 같은 교문으로 다니면서 오늘 졸업을 하는 아이

오늘 졸업식을 하는 이 강당에서 6학년때 체육중학교 입시를 치렀었다.

오빠 언니처럼 음악하고 싶어해서 첼로를 몇년 배웠었는데

큰 애 작은애는 시간이 가면서 음악이 완성도가 있어지는데

막내는 첼로를 몇 년 해도 톱소리가 났다.

그 길이 아니었던거다.

미련갖지 않고 그만 두기를 참 잘했다 싶다.


짧게 체육 입시학원을 다니고 체육 중학교에 얼떨결에 합격해서 오늘 까지 6년이었다.

 체육 중학교는 운동이 힘들어서 입학하더라도 그만두는 아이들이 많았었다.

참고 잘견뎌주고 새벽 운동까지 진짜 이 악물고 다녔다.

새벽에 운동 데려다 주는게 나도 힘들고 저도 힘들어서 택한 기숙사행이 중 3때부터 고 3까지 였으니

아이도 어지간히 고생스러웠을것이다.


막내라서 주로 결정에 따르는 편이라 자기 주도적인 부분이 많이 부족했었는데

기숙사 생활을 하고 운동에 단련되면서 성격이 강해진 부분도 많아

가끔은 자기 언니보다도 더 어른스럽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모범상을 받았다.

모범상 받을 만한 아이라는 생각을 엄마인 나도 하는데 선생님이 우리 아이를 그렇게 봐주신게 고마웠다.




우리 막내는 이 운동장을 6년 동안 뛰었다.

너무 힘들어서 울면서 트랙을 돈 적도 있다고 말했었다.

음악하는 아이 둘에 운동하는 아이 한명을 키워보니 제일 힘든건 운동이 으뜸이었다.

고 3때 경기 실적이 좋아야 원하는 대학교에서 콜을 받는데

자기가 원하는 만큼 성적이 나오지 않아 울고 짜고 하면서 마음앓이를 할 때

지켜보는 우리도 함께 속앓이를 했다.


남편이랑 성격이 맞네 안맞네 해도 세 명 키우면서 함께 넘어 온 산을 생각하면

한편으로는 전우같은 느낌도 든다.


요즘 졸업식은 당사자없는 점심을 먹어야 된다.

막내는 우리랑은 사진만 찍고 친구들이랑 이미지 사진찍고 수원역가서 논다고 가버리고

우리끼리만 점심을 먹었다.


앞으로 더 신경 써야 될 대학교 과정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세 명의 아홉번째 졸업식을 하고 나니

나는 어쩐지 좀 애쓰고 산 엄마같고

남편도 무척 수고한 아빠같아

우리 둘에게 칭찬해주고 싶은

그런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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