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기

"기다릴 날&지워질 날"

by 나경sam 2017. 12. 26.
728x90
반응형
                                       


"기다릴날도 지워질날도"


치열하게 살아 온 일년이 이제 겨우 한 줄만 가로로 길게 남아 있다.

올 해 1월초에 딸이 정시에 보았던 가군의 학교에서 실기시험을 보고

언덕진 음대 건물에서 거의 울듯이 내려 올 때

나는 언덕 아래에서 그 아이 표정을 보고서

나의 일년이 참으로 험난하고 길것이라는 예감을 했었다.


그날 신촌에서 수원까지의 운전은 가도가도 끝이 없는 길 길 같았다.

뒷 자리에 앉은 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었고

(시험을 망쳤기 때문에 할 말이 없었을 거고 나는 항상 그렇듯이 그냥 눈치만 봤고)

집까지 오는 길은 마른 침만 넘기면서 간신히 운전하고 왔었다.


나군의 원서도 썼지만

아예 시험을 안보겠다고 선언한터라 우리집 시험은 가군으로 끝났었고

기대감없이 보내는 하루하루는 그또한 적응이 쉽지 않아

초저녁에 집에 있는 딸을 보는 일도 어색하기만 했었다.


말로는 쉬고 싶을 때까지 쉬다가 다시 하고 싶을 때 선생님께 연락드리고

다시 하자 라고 말하긴 했지만

그건 그냥 호기로운 말일 뿐

진짜로 하루하루 놀고 있는 아이를 보는 것도 굉장한 내공이 필요한 일이었다.


뭐 이젠 다 지나간 일 끝난 일이 되었다.

지난 주 목요일 최종 발표가 남은 학교의 합격자 발표를 클릭하면서

이 학교는 인생의 덤이라고 생각하자 그런 마음으로 수험번호 집어 넣고

담담한 마음으로 합격 여부를 클릭했다.


워낙 동시 다발로 접속한 사람들이 많아 서버는 폭주하여 열리지 않았지만

참을성 있게 기다리면서 열린 결과는

두 글자였다.

세글자면 떨어진거다.


헛 것 본 줄 알았다.

가족들에게 알리고 정작 자신의 결과는 서버 폭주로 확인도 못한 딸에게 결과를 알려주고

너 합격이다라고 말했을 때 전화기 너머로 딸의 비명소리가 들렸었다.


그로부터 사일이 지났다.

좋기도 했지만 떨어진 아이들은 얼마나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을 까 마음이 아팠고

부모들은 오죽할까 싶었고

또 우리 애가 이쪽 학교로 등록하게 되어서

한자리를 넘겨 받게 된 삼수생 예비 1번이 울면서 좋아했다는 이야기를 전해듣고 마음이 참 기뻤었다.


성탄절 미사를 마치고 가족 모두 저녁에 모여

일년을 정리해보았다.




선물이 필요없는 나이

돈만한 선물이 없다.

오만원씩 주고 다섯이서 전기장판 위에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다.


가장으로 열심히 살았고 아이들의 아빠로서 더할나위없이 자상한 남편에게

박수를 쳐주었다.


우리집 장남에게도 고마운 점을 말하고 다함께 박수

멋진 한 해의 마무리를 선물해준 딸에게도 박수

1월 2일이면 전지훈련을 떠나는 막내에게도 격려 박수

엄마 역할 잘 해낸 나도 박수를 받고


훈훈한 일년 마무리를 했다.


전기장판위에서

분홍 이불 아래 다함께 모여

한시간 쯤 보낸 시간


돌이켜보는 날이 돌아올 때

오늘은 좀 특별한

크리스마스가 될 듯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는 울었네"  (0) 2018.01.01
"졸업"  (0) 2017.12.30
"엄마"  (0) 2017.12.22
"한 해가 간다"  (0) 2017.12.19
"아추추추 토요일이지만"  (0) 2017.12.16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