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목요일, 성금요일, 부활성야 미사, 부활 미사까지 사일을 내리 성당에서 미사를 드릴 수 밖에 없는
성가대원이고 성가대의 총무, 나더러 그렇게 준비해서 성가대원 멕여 살려 이런 언니들, 형제님들 아무도 없었지만
그동안 성탄 미사 때부터 내가일벌이면 언니들이 뒷수습했고 그렇게 우리는 배불리 먹고 성탄 미사를 드렸고
이번에도 그렇게 부활을 맞이했다.
그냥 김밥 먹어, 뭘 그렇게 하지 말고, 언니들이 말은 그렇게 해도 내가 조용히 사고를 치면 뒷수습을 했다.
알았어, 알았어, 해놓고 이번주에는 비빔밥 할거야 하면 갓지은 밥 뜨거운줄도 모르고 비닐 장갑 하나만 끼고
손이야 익건 말건 주걱 놔두고 손으로 비벼서 나눠줬고
새초롬하게 내가 콩나물국 끓여올까 했던 큰소피아 언니는 당장에 콩나물 국 집 오픈해도 오픈런해서 사먹게 생긴
명품 콩나물 국을 들통으로 하나 끓여왔다.
사진 안 찍어놓은게 아쉽다.
하긴 성탄때 큰 소피아 언니 나물이랑 잡채 해 온 것도 맛없다는 사람있으면 쌍욕 얻어먹을 각이었다.
작은 소피아 언니 침대랑 한 몸이 되어 (19금 아니고, 감기로 생고생하다 겨우 부활 성야 미사 때 나왔는데, 그런 몸 상태로
비빔밥에 올릴 계란 부침을 서른개나 해왔으니), 언니들 내가 이제 뭐든 사서 먹게 하지 손가게 하지 않을게
내가 해서 줄 게 뭐 있을까, 나는 컵과일로 하기로 하고 섭섭군과 과일 고르고, 씻고, 승범이랑 셋이서 수작업으로 컵과일을 만들었다. 부활에는 달걀이지만 요즘은 무지개떡으로 대체하는 곳도 있다니까 나는 내맘대로 컵과일로 정했어.
섭섭 - 이건 색이 안 예쁘잖아, 포도를 위에 올려야지
나 - 어디, 그러네 맞네 잘도 봤네, 눈은 작은데 보는 건 잘보네
섭섭 - 저건 컵 위에 꽂이가 없네
나 - 눈도 작은데 잘 보네
섭섭군의 감시아래 승범이랑 함께 컵과일을 만들어서 성가대 식구들에게 조공하고 나는 컵과일 이상의 도움을 받았고
은혜로운 부활이었다.
늘 일상처럼 다니는 성당, 미사였지만 이번에는 좀 달랐다.
특송 지휘하고 승범 군 위로 확 처드는 것 보고 물었다.
나 - 승범아, 마지막에 곡 끝나고 왜 위로 확 올렸어?
승범 - 끝나서, 속이 시원해서, 야 이제 끝났다. 그래서 그런거야
성령이 강림하사, 손에 신이 들려서, 그 분이 오셔서 그랬던 게 아니라 목요일부터 사일 동안 미사 드렸던 부담감이
지휘할 때 터진거다.
그래도 성가대 형제님들도 그렇고 자매님들도 다들 칭찬해주셨다.
우리 지휘자님 그렇게 즐겁게 지휘하는 거 처음 봐요
성장하는 걸 보는게 기뻤습니다.
지휘하는 손 끝이 야무져졌어.
다들 우리 여러분 덕입니다.
평화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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