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밖에 해 줄게 없는 아침이었다.
묵주기도를 하면서 출근했고
우리 애들같은 아이들이 나 보다 먼저
정해진 곳으로 가게 된 걸 덤덤히 기사를 보고
슬프지 않은 사연이 없음을
그 곳에 있었다고 해서 아이들이
비난받을 이유가 없음을
남겨진 가족이 헤쳐나갈 현실을 기도했다.
우리 딸도 이태원에서 놀고
남편이 금요일 저녁에 데리러 간 적도 있었다.
몇 주전에 금요일 저녁 이태원으로 데리러 갔다 와서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진짜 깜짝 놀랐다며
수원사람 티를 냈었다.
도대체 얼마나 많으면 같은 이야기를 몇 번씩 할까 그랬는데
수원역 로데오 거리만 걸어가도 앞에서 걸어오는 사람들
때문에 현기증 날 때가 있고
700-2번 버스에 사람이 많아 눈을 감고 평정심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내가 봤더라면
무서움을 느꼈을정도였을까
남편의 말이 다시 생각나는 월요일 아침이다.
10월 26일은 순교자 현양대회가 있어서
수원교구 합창단이 영예로운 자리에 성가대에 설 수 있어서
봉사를 갔다.
60명 쯤 되는 단원에서 11명이 간 자리였으니
한 사람이 다섯사람 소리를 내야 되는 부담이 있었고
성가를 많이 불러야해서 걱정이 됐지만
언제나 걱정은 사람의 몫
해결은 주님이 하신다.
가을의 미리내는 현숙쌤 말처럼 계절의 진리같다.
주교님 집전 미사로 강복을 듬뿍받고
등이 따땃한 햇살을 받으면서 도시락을 먹고
짧은 이야기에 마음을 나누는 가을이 기뻤다.
재미있는 일들이 많았었다.
주말 전에는 섭섭이의 생일이 있어서
깜짝 이벤트로 청주 직장으로 떡배달을 시켜서
섭섭이를 놀래켰고
"상우니를 부탁해" 떡잔치는
꼬깔모자를 쓰고 "상우니를 부탁해 생일잔치로 끝났다.
70명 근무하는 기관의 기관장인데
상우니를 부탁해 떡을 보낸 나란 아줌마
때문에 여직원들이 자기들은 왜 이런 생각을 왜 못했는지
모르겠다며 사모님이 쎈쓰있으신것같다고
사모님 칭송대회가 열려서 섭섭이가 째지게 좋아했다.
우리 학교 교장선생님 사모님이
종궈니를 부탁해로 떡을 보내셨다면
받아먹으면서도 말도 안되는 이미지라고
흉을 봤겠지만
우리 상우니는 딱 저 이미지라 욕은 안먹었을것같다.
떡집은 은지니가 찾고 문구는 함께 고민하고
돈은 넷이 나눠냈지만
상우니를 부탁해 생일 후기가
직원들에게 전해져
생일잔치 후에는
저녁 식사까지
섭섭이는 섭섭하지 않은 생일을 보냈다고 했다.
기분좋고 행복한 일들만 있을 것 같아도
세상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아
오늘 아침은 어제 일로 슬프지만
그래도 남아 있는 우리들은
일을 하고
아침에 돌봄교실 들어오는데
복도를 늘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보면서
뛰지 말고 걸어다니라고 진심으로 잔소리를 했다.
살아있는 오늘을 책임감있게 살기
그게 할 일같다.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공포의 필라테스 (0) | 2022.11.02 |
---|---|
많아서 더 없는 사진 (2) | 2022.10.31 |
찾아가는 음악회-안성 대천동 성당 (2) | 2022.10.24 |
나는 밥을, 섭섭이는 운전을 (3) | 2022.10.24 |
각자 어딘가에서 바쁜 계절 (6) | 2022.10.13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