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섭섭씨
공주님, 청주 도련님, 섭섭이, 남편
모두 같은 말이다.
공무원 삼십 이년 차
술을 머리까지 올라가게 마시고 아침에 들어왔어도
한 번도 깨워서 출근시켜본적이 없다.
몸이 기억을 하는지
벌떡 일어나서 출근을 했다.
이제는 그렇게 마시라고 돈을 줘도 못 마실거다.
젊었을 때 얘기다.
나도 젊었을 때라
그런 날은 섭섭이의 구두를 밖으로 던져가면서 싸웠다.
큰 애 유치원 때 그랬던것같은데
감수성이 예민했던 큰 애는 그걸 기억하고 있길래
두고두고 미안했었다.
니네 집으로 가버리라고 구두를 던졌으나
섭섭이는 자기 구두 다시 들고 현관에 얌전히 두고
다음 날 안깨워도 일어나서 직장에 잘도 갔다.
성실하기는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럽지 않은게 우리집 섭섭이다.
스페인과 남프랑스로 공무원 출장인지 연수인지
정체모를 여행을 갔다.
섭섭이에게 섭섭치않을 만큼의 유로를 줬다.
친정에서 준 돈, 내 돈, 은진이 돈
승범이랑 수민이는 한국 돈으로 용돈을 주고
나는 혹시 모르니 카드 쓸 일있음 쓰라고 카드까지 줘서
중국부자도련님처럼 두둑하게 보냈다.
저녁 오밤중 비행기라 5시 리무진을 탔는데
내가 출근했다 들어와보니
빨래도 얌전히 개어놓고
보리차도 끓여놓고
나갔다.
십 년 전쯤 지금처럼 영국갈 일이 있었는데
그때 용돈을 진짜 조금줬던게 마음에 걸려서
이번에는 주머니 빵빵하게 보냈다.
돈같이 생긴게 집에 있으면 애들 렛슨비로 쓸 때라서
섭섭이 영국이 문제가 아니었을 때여서
일행 중 자기가 돈이 제일 적었다고 했었다
그때 돈 쓰던 귀신들이
은혜를 갚느라
아부지 용돈 줬으니
선물 안 사오면 입국금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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