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고도 어려운 갈치조림
생선은 언제나 해망동 배 들어 올 때 짝으로 사서 쟁여 놓던 엄마 덕분에 집에 늘 있는 건 줄 알고 살았다.
돼지고기 소고기는 정육점으로 엄마 심부름을 다니면서 내가 사 온 적도 많았지만
생선은 엄마가 주머니에 돈넣고 비장한 각오로 가서
매의 눈으로 고르고 흥정을 해서 손도 크게 짝으로 들여 놓으셨다.
잘 살아서 짝으로 사서 들여 놓은 게 아니라
엄마 입장에서는 목돈을 들여서라도 그렇게 사놓아야 반찬 걱정 안하고
생선 한 마리라도 우리한테 구워 줄 수 있으니까 그러셨던거다 싶다.
자식이 다섯이라는 건-.-
무서운 일이다.
우리 엄마가 그랬을것이다.
엄마 덕분에 생선은 원없이 먹고 살았다.
오죽하면 막내 남동생은 군대 가서 가장 먹고 싶었던 게 엄마가 무친 꽃게 양념 무침이었다.
우리 식구들은 그걸 무젓이라고 부른다.
우리 애들도 외할머니가 해준걸 먹고 자라서 맵게 무친 꽃게를 어렸을때부터 잘 먹었다.
꽃게가 아무리 비싸도 무젓이 빠지면 우리집 잔치 음식이 아닌걸로 치기 때문에
엄마는 꽃게값이 집 팔아서 살 정도만 아니면, 어지간하면 사서 무쳐 두는 게 엄마만의 손님 접대 상차림이었다.
셋키우는 건 엄마와 비교하면 일도 아니겠지만
생선은 냉동실에 어느 정도는 비축이 되어 있어야 마음이 놓이는 건 마찬가지이다.
갈치를 일곱마리 분량 홈쇼핑에서 손질 된 걸 사서 넣어놓고 나니 은행에 돈 놓어둔것마냥 든든하다.
남편이 오는 날 저녁
갈치조림
알토란에서 본 대로 갈치에 칼집을 내고 맛술과 진간장의 같은 비율로 밑간을 하고
감자를 깔고 고춧가루,진간장,마늘,매실청,맛술,물엿,소금으로 조림장을 만든 다음
표고버섯 가루로 육수를 내서 뭉근하게 졸였다.
옥상에서 매운 고추 따다 넣고 중불로 은근하게 끓였더니 소리부터 맛있는 갈치조림
엄마가 없으면 얻어먹기 힘든 갈치조림이 완성되었다.
작은 눈을 갈치조림에 푹 박고 먹는 남편을 보면 간단하게 차려주지 않은 밥상에 대한 보답같아서
다음엔 뭘해줘야 되나 생각하게 된다.
아마 남편 나름 전략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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