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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가을 우체국 앞에서

by 나경sam 2021. 7.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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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일 미사 후에 신부님이 짧게 말씀하셨다.

"앞으로 2주간 성당에서 미사는 없습니다"

알퐁스 도데의 마지막 수업에서 선생님이 하시는 말씀

"오늘은 여러분의 마지막 프랑스어 수업입니다" 를 들었을 때 주인공의 기분이 그랬을까

마지못해 다니고 힘들어서 다니고 기뻐서 다니고

신자라서 습관처럼 다니고 성가대였기 때문에 의무감에 다니던 성당이 막상 코로나때문에

미사가 없다 라고 신부님이 말씀하시니 이게 무슨 마음일까

나는 쫌 슬프다.

 

새로운 상황도 아니건만 말이지

마지막 파견 성가할때 승범이 바이올린 연주곡이 느려서 잠시 슬픔

그리고 김봉기 마태오 신부님이 선종하셨다는 신부님의 말씀에 또 슬픔

 

사실 나는 김봉기 신부님을 모르지만 찾아보니 우리 남편 또래 쯤 되시는 분이라

아직 하늘나라 가기에는 아까운 분이신데

세상에 안 슬픈 일이 일어나지 않는 날이 하루도 없다.

다만 우리가 모를 뿐이다.

 

원래 승범이랑 은진이랑 나랑 셋이서 해볼려고 했던 곡인데 승범이가 친구 만나러 나가서 은진이랑 둘이

연주해본 "가을 우체국 앞에서"

 

아버지가 사준 삼십 칠년 된 피아노는 페달을 밟을때마다 삐걱대는 소리가 난다.

피아노도 늙었다.

그래도 가끔 피아노를 칠 때 그렇게 갖고 싶었던 첫 마음이 생각나고 집에서 시끄럽게 젓가락행진곡을

치던 동생들이 생각난다.

 

 

이제는 우리 승범이가 은진이가 수민이가 그리고 내가 치는 우리 아버지가 사 준 피아노

남편만 못 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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