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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さようなら!2020

by 나경sam 2021. 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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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도 빠르고 십년도 빠르고 오십년도 이렇게 금방일줄 몰랐는데

어느 날 2020년이 가고 인생 중반이다.

 

지나 간 2020년을 1월부터 쭉 돌아보았다.

1월부터 3월까지는 어찌 되었든 생협에서 일을 하면서 마무리하던 시간이었다.

재미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매출을 일으켜줘야 되는 곳에서 재미로만 일을 할 수는 없고

누구든 더 잘할수 있는 사람이 일해줘야 되는 곳이 맞는 곳이었다.

압박감이 최상에 달해 정신줄 나갈 만큼 힘들다고 느꼈을 때 결국 그만 두었다.

2월 달력 근무표에서 낯익은 이름들 발견

미심,현자,소연,영희

그래 한 때 함께 힘든 일 나누면서 일하던 동료들이었다.

다들 어디에서 있건 행복하게 지내기를..

 

3월 21일 그만두면서 먼저 머리를 탈색했다.

더이상 흰머리 염색을 하지 않겠다는 내 머리카락에 대한 선전포고 같은거였다.

서른 한 살에 수민이를 낳고나서 하나 둘 나오기 시작한 흰머리로 서른 다섯살 쯤에는

본격적인 흰머리 염색을 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였다.

 

남편도 열심히 도와주긴 했어도 물설고 낯선 대구에서 여섯살, 두살, 한살 자식들을 누구의 도움도 없이

키우면서, 육아와 머리색깔을 바꾸었다.

그때 소원은 별게 아니었다.

화장실 편하게 가기

화장대 앉아서 화장 한 번 편하게 해보기

내 밥 한 번 느긋하게 먹어보기

성당에 혼자서 가뿐하게 다녀오기

일요일날 남편한테 애 맡겨놓고 혼자 나가보기

관사의 아줌마중 하나는 일요일날 성당 갈 시간있으면 집안 청소나 좀 하라고 돌직구를 날리기도 했지만

1999년 세례 삼수끝에 대구 칠곡 성당에서 나도 세례를 받고 아이들도 유아세례와 모태신앙으로 태어났다.

머리 하나 내어 주고 받은게 많은 곳 - 대구

 

수민이 나이와 같은 22년 흰머리를 더 이상 염색을 하지 않겠다는 결심을 3월에 했고

생협 사표 수리도 3월에 마무리가 되어서

 

4월에 제주도로 한달살기

 

서귀포 팬션 방 하나를 얻어서 한달동안 제주도를 원없이 걸어다녔고, 제주도 주변에 딸린 섬에도 다시 가보고

오름에도 올라가고, 이것도 저것도 하기 싫을 때는 서귀포 스타벅스에 가서 글을 썼다.

 

그때 쓴 글로 브런치작가가 되었다.

 

브런치작가라는 게 특별한 것은 아니지만 교토에서 보냈던 일년간의 시간들을 일기처럼 정리한 것이 블로그였다면

브런치는 일기위에 다시 색을 입혀서 선명하게 도드라지게 하는 작업이었고

브런치라는 창구를 통해서 글을 올리는 일이 블로그를 쓸 때와는 또다른 즐거움이었다.

뭐랄까 글쓰는 소속감이 생긴것 같은 - 그런 기분

 

4월부터 한달살기 하고 올라와서는 5월, 6월 까지는 살림하면서 일은 한 번도 안하고 곱게만 살았던 것처럼

그렇게 살았다.

 

집에만 있어도 시간은 잘갔고, 브런치에 글쓰는 일과 블로그에 글을 쓰는 일이 돈은 안되는 일이지만

내 시간을 지탱해주는 큰 힘이 되어주었다.

 

7월에는 초등학교 돌봄교실의 대체로 이주동안 일을 하면서 4시반에 끝나고 다시 사당으로 가서

주방보조로 일을 하면서 하루에 돈벌이 두탕을 뛰는 체험 삶의 현장을 살았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때 미쳤었나보다-.-

 

7월에 일했던 초등학교가 연결고리가 되어주어서 8월에는 수원에 있는 초등학교의 돌봄교실에

다시 대체로 2주동안 일을 했다.

 

코로나로 갇혀있던 아이들과 모래놀이터에서 보물찾기를 하다가

모래놀이 삽자루를 부러뜨리고 모래판에 숨겨놓은걸 결국 못찾고 교실로 돌아갔다.

내가 묻어놓은 삽자루는 도대체 어디로 꺼졌을까

 

2주동안 일을 하고 송광사로 템플스테이를 다녀오고 8월을 마무리했다.

 

9월에는 같은 학교에서 기초학력기초강사로 4개월동안 일하게 되어서 규칙적인 출퇴근을 했다.

 

세상에나!

한글을 읽고 쓰지 못하는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같은 초등학생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된 순간

피가 뜨거워져서, 내 손에 걸리는 순간 니들은 다 죽었어

애들이랑 정말 열심히 했다.

소리내서 읽게하고, 받아쓰기 연습 피나게 시키고, 수학 문제 기초부터 심화가지 골고루 시켰더니

결국 1학년 담임 선생님이

나를 보고 "담임이 못한걸 선생님이 하셨다며" 따로 인사를 해주시고

학부모도 전화가 와서 아이가 국어 실력이 굉장히 좋아졌다고 고마워하고

2020년에 했던 일중에서 가장 보람된 일이었다.

 

생각해보니

그런대로 잘 살았던 2020년이었네

 

수고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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