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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식당

귀염둥이 막내 금박휴가

by 나경sam 2020. 7.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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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가있는 군인들보다 집에 더 못 오는 우리 수민이

시합마치고 감독이 금박줬다고 집에 왔다.

"금박"

운동하는 자녀들을 둔 사람들은 알아듣는 용어지만 나도 처음에 금박이라는 단어를 들었을때는 생소했었다.

중학교때부터 기숙사 생활을 했으니 집 떠나있은지 우리집에서 가장 오래 되었다.

얼마나 집이 그리웠을까 싶다.

하지만 그런 만큼 철도 일찍 들어서 빨래 너는것도 개는 것도 군인못지 않게 각잡아 널고 개고

단체생활하느라 일찌감치 단련되고 숙련된 것들이 우리 수민이에게 보인다.

 

엄마 밑에 있었더라면 자기 빨래나 개고 살았을까

자기 빨래나 세탁기에 넣어두면 잘했다고 칭찬받았을 정도 일텐데 세탁기에 세제넣고 섬유유연제 넣는 것까지도

운동선수 특유의 고집이 있어서 그대로 해야 빨래도 한 것 같다고 하니 집 밖의생활이 아이를 단련시킨것들이

어디 빨래뿐일까 싶다.

 

집에 온 다고 구미에서 마카롱을 사왔다.

 

수민이가 사 온 구미마카롱 - 꼭 우리 수민이처럼 생겼다.

 

엄마 밥 못 먹는 애들이 밖에서 가장 못 먹는 음식이 생선구이다.

고기야 어차피 간단하게 해서 먹을 수도 있고 밖에서 사 먹기도 쉽지만 생선구이는 그렇지않아서

엄마가 차려줄때 아니면 고기반찬보다 먹기 힘든게 생선구이였다고

내가 교토에 있는 일년동안 이미 우리 둘째가 말해줬었다.

 

엄마가 없으니 생선구이 먹기가 힘들어서 일부러 밖에서 사 먹은 적도 있었다면서

딴 반찬이 먹고 싶었던게 아니라 생선구이가 그리웠다고 했었다.

 

친정이 군산이고 나도 먹고 자란게 고기보다는 생선이 더 많았고 좋아했기 때문에 생선은 넉넉하게

구워서 먹지 않으면 먹은 것 같지도 않은데 결혼하고 시댁에서 식사를 할 때 조기구이 한 마리 통째로

가져다 먹고 싶어도 누가 쳐다볼까 혼자불편해서 젓가락질 하다 만 적도 있었다.

 

내가 조기 한 마리 내 앞에 놓고 먹는다고 시댁 식구 누구 한사람 흉봤을까

아니었겠지만 그냥 불편했었다.

결혼이라는게 그런거구나

누가 줘서 하는 시집살이가 아니라 혼자 하는 시집살이를 시댁밥상에서 느꼈었다.

지금이야 용감하게 한 마리 내 앞에 놓고 시작하지만 이십 오년 전에는 누가 와서 앉으라고 부르지 않으면

밥상에 앉기도 불편했었다.

그래서 시댁 갈 일이 있으면 남편에서 미리 말을 했었다.

"당신도 둘째처럼 나 부르면서 와서 밥 먹으라고 해 알았지"

여자들은 부엌에서 일하느라 어차피 함께 밥상에 앉지는 못했지만 둘째 동서는 자기 남편이 와서 밥먹으라고

몇 번은 부르기때문에 일하다가 빠져 나가기가 쉬웠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눈치는 약에 쓸려고 해도 없는

남편은 내 이름 한 번 부르지 않고 식사를 했기 때문에 부탁을 했었다.

 

참고서없이 교과서로만 공부를 했나

정직하기가 하늘 우러러 한 점,두 점도 부끄럼이 없는 남편은 시댁에 가서 식사 시간이 되자

내 이름을 하염없이 부르기 시작했다.

"승범이 엄마 와서 밥 먹어"

처음에는 좋았다.

"오케이 좋았어"

하던 일 마무리 하고 얼른 가서 먹어야겠다. 생선구이가 식기 전에

하지만 남편은 적당히가 없는 사람

직진이다.

이후로 쭈욱 "승범이 엄마, 식사  해"*10번-.-

남편은 신에게 눈치와 외모를 덜 받은게 분명하다.

 

치고 빠지고 밀당이 안 되는 뇌구조를 가진 사람이라 하염없이 나를 부르다가 결국 어머님이 폭발했다.

둘째 아들이 동서를 부를 때는 너그러우시다가 큰아들이 큰며느리 부를 때는 버럭하시는 어머니도 이해할수 없었고

시키는대로 앞만 보고 직진하는 남편도 이해가 되지 않아 서러운 밥상이었었다.

 

이십년도 더 된 이야기다.

남편도 어머니도 아마 기억못할, 나만 기억하는 이야기

 

우리 엄마는 생선 한 가지만 구워주는 것은 성에 차지도 않아 갈치가 있어도 조기도 굽고 박대까지 구워서

생선구이 3종셋트를 차려 주고 꽃게 대하 듬뿍 넣고 꽃게 탕을 끓이는데

생선보다는 고기를 더 위로 쳐주는 시댁 밥상에서 생선 구이는 나에게는 늘 아쉬움이었었다.

 

시아버지 시어머니 생신 상을 직접 시댁에서 차릴 때도 있었지만

이제는 우리 시댁도 그런 날이면 밖에 나가서 한 끼를 먹고 집에서는 티타임만 갖고 각자 집으로 돌아간다.

내 친구 중에는 결혼하자마자 시댁 경조사는 외식으로 해결한다고 했을 때

우리 시댁은 무조건 시댁 가서 하루 자고상차려서 먹고 다음날 집에 오는 시간까지 눈치를 봐야 했을 때라서

내친구 얘기가 마치 개화기 신문물처럼 들렸는데 이제는 우리 시댁도 명절만 빼놓고 나머지 날들은

밖에서 한 끼 먹고 집에서는 티타임만 갖고 집으로 돌아오는 혁신적인 개혁을 이루었다.

 

이제는 어머니도 큰아들이 큰며느리 불러대도 버럭 할 목소리도 나오지 않으신다.

많이 늙으셨다.

 

생선은 각자 접시에 담아 먹고 나중에 남의 식구 맞아들여도 꼭 각 접시에 담아 주려고 한다.

 

수민이가 먹고 싶은 누룽지를 위해 무쇠솥밥을 했다.
누룽지가 먹고 싶어서 닭갈비집에서 시켜서 먹었다고 했다.
깻잎은 잘라서,조기는 무한리필,팍팍 끓인 누룽지

 

계절학기리포트로 바쁜 둘째만 빼고 집에서 저녁에 홈파티

 

푸라닥치킨과 화이트와인,수박,칭따오

 

수민이 400 결승 뛴 장면을 유튜브로 다시 시청하고 수민이가 300미터에서 마지막 역전한거

생중계로 다시 들으면서 나는 해설자 또라이 새끼라고 다시 욕 하면서

새벽 두시까지 넷이서 달렸다.

 

둘째가 없어서 그나마 조용했다-.-

 

우리 수민이가 먹고 싶었던 집 밥이란게 별게 아니다.

누룽지와 생선구이,함께 먹는 치킨,베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 한 통,요구르트

 

 

귀엽고 또 귀여운 우리 수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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