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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군산행

by 나경sam 2020. 5.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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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0일까지 EBS 공모 브런치 작가 "나도 작가다" 마무리를 해서 완결 지었다.

1편에서 11편까지 쓰고 났더니 혼자서 단편소설 쓴 것처럼 매우 피곤 모드다.

 

제주도에서는 하루하루 노는 것도 일이더니 집에서는 내 일들이 나를 반겨,

 

은진이는 관악구청 앞에 방 얻어서 분가시키고 이제 승범이랑 나, 둘만 남은 집

 

남편이 어서 빨리 공주에서 집으로 오든지 해야지 왔다 갔다 하는 남편도 못할 짓이다.

하지만 물론 그것은 내 생각

성격이 낙천적인 남편은 공주에서도 혼자 공주처럼 잘 살고 있다.

 

수원에 와서는 자기 집이니까 더 잘살고 돈 안 드는 멘트도 팍팍 날려주고

남편 "당신은 마스크 쓰고 다니면 안 되겠다"

나 "왜?"

남편 "당신처럼 예쁜 사람이 마스크 끼면 손해지! 얼굴을 가렸으니까"

 

 

나 -.-;;;

이런 대화를 둘이서 나누고 남편 말에 대한 대가는 무거웠다.

익은 김치 넣고 감자탕 끓여서 들고 내려보냈으니 나도 밥값 아니라 칭찬들은 값은 하는 여자다.

 

감자탕 끓여놓고 나니 원룸에서 저녁은 제대로 먹었는지, 술집에서 안주로 때우는 건 아닌지 집 나가 있는 은진이가

맘에 걸려 전화를 했다.

 

나 "이태원에서 확진자 확 나온 거 봤지. 어디 돌아다니지 말고, 술집도 위험하니까"

은진" 안 돌아다녀. 지금 집이야"

나 "엄마가 감자탕 끓였는데 너 생각나서"

은진" 내일 집에 갈 거야"

나 "엄마, 브런치 글 완결했어 11편이 마지막이야"

은진" 응 봤어. 나는 과제로 짧은 글만 쓸려고 해도 어렵던 데 엄마는 진짜 대단한 거 같아"

       근데 중간중간 오타가 있더라, 말해주려고 했어

나 "알아, 그런 건 너네 아빠가 귀신같이 잘 잡아 내. 그리고 글 쓰는 것도 어쩌다 한번 써서는 안 늘어.

     남 욕이라도 매일 써봐. 그럼 글쓰기가 늘 거야

 

수민이는 구미에서 치킨 시켜먹고 쉬고 있다고 하고 감자탕 들고 공주로 공주님처럼 가버린 남편은 도착했다고 연락이

왔고 연습실에 갔던 승범이도 12시 반 되니까 돌아와서 집에는 나랑 승범이 둘

 

둘도 감사할 일이지

언젠가는 혼자가 될 테니

8일 날 군산에 엄마 보러 당일치기로 다녀왔는데 엄마가 늙은 것 같다.

늙었다는 건 마음이 늙는다는 것, 외롭다는 것이다.

 

"나는 됐으니까 돈만 보내고 오지는 말어라 니들 힘들다" 원래 엄마의 멘트는 이거다.

그러던 엄마가 내가 아침 일찍 군산 갔다가 다시 올라온다고 해도 안 말려, 나를

심지어는 점심먹고 이런 말까지

"나는 많이도 안바래,군산 아니래도 익산이나 전주만 살어도 좋을텐데 어떤 때는 혼자서 참 답답허다"

남동생이 올케는 아주 짜증이 날 정도로 왔다갔다하는 효자도 그런 효자가 없지만 소소한 얘기나

남흉은 나랑 보기 때문에 엄마는 가까이 사는 딸이 아쉬운 거다.

 

엄마랑 점심 먹고 또 뭔가를 싸서 들려 보내 주고 싶은 엄마는 주방에서 계속 일을 했다.

 

둥글 납작 쑥개떡도 찌고 미나리도 삶아서 주고 생선도 꺼내서 주고 승범이 베고 자라고 편백나무 베개 속도 챙기고

마른 대추까지 챙겨 주느라 엄마는 냉장고를 비우고 있고 나는 챙겨주는 짐이 5킬로 넘으면 안 가지고 간다고

짜증을 냈지만 편백나무 베갯속 때문에 10킬로 되었나 보다.

 

무겁다고 짜증을 냈더니 그걸 들고 차타는 데 까지 와서 차비도 주고

결국 유성에서 만난 남편이랑 명절때처럼 막히는 길 에서 배가 고파 엄마가 쪄준 개떡을 다 먹었다.

 

 

"엄마 잘 올라왔어,배고파서 차에서 개 떡 다 먹었어"

"아이고 더 찔것을,쌀가루도 있었는데 맘이 바빠서 더 못쪘는데 어쩌냐,후회된다"

 

아니 엄마들 인생은 별게 다 후회 할 일이 되는지,딸한테 개떡 부족하게 쪄준것도 남한테 돈 뗀것처럼

진심으로 속상해한다.

 

사실 엄마보다 더 맛있는거 먹고 힘 안들이고 사는데 자기 딸은 다 안쓰럽게 사는 줄 알고

엄마가 외롭지 않게 잘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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