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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귤까는 소리하고 있네,쓰귤"

by 나경sam 2020. 5.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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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이었을 때 마흔 넘은 사람들은 다 노인들인 줄 알았다.

스물일곱에 결혼했을 때 우리 시어머니 환갑도 안되셨었다.

지금 내 나이에서 조금만 보태면 그때 어머니 나이가 되는데 스물일곱 새댁 눈에 우리 어머니는

나이를 아주 많이 먹은 할머니라고 생각했다.

 

그건 상대평가가 아닌 절대평가와 같은 각이었다.

어머니 또래의 분들과 비교해서 어머니를 나이드신 분이라고 평가한 게 아니라 내 나이에서 생각했을 때

노인으로 보였을 뿐이니.

 

지금 내 나이에서 조금만 아주 조금만 더하면 그때 어머니 나이가 나오는데

나도 이제 스물일곱짜리들이 보면 할머니 된 거다.

 

나이 들면 호호 할머니처럼 마음이 너그러워지는 줄 알았다.

꺼져! 그런건 동화책이 만들어 낸 허구일 뿐이야

 

 

이런 할머니는 절대 될 수가 없을 것 같다. 동화와 현실이 다르니 호호 할머니는 동화에나 등장하는

환상의 할머니로 해두자.

 

7월에 보는 jlpt1급 점수를 올리기 위해서 다시 일본어 학원에 등록

문제는 2일차에 터짐

수업시간에 네이버 사전을 찾고 있을 때 강사가 폭탄을 던졌다. 예비 신호 없이 바로 수류탄 핀을 뽑고 던졌다.

 

"수업시간에 사전을 왜 보시느냐고,그게 얼마나 예의가 없는 행동인 줄 아시냐며, 그럴 거면 뭐하러 학원에 나오느냐

 

우리 막내보다 어린 학생들과 수업을 받다가 갑자기 물벼락 맞았다.

수업도 듣지 않고 주구장창 사전만 찾아본게 아닌데 사전찾아봤다고 예의는 날라가고 집에서 공부나 하지 학원비

아깝게 학원에 온 아줌마 진상이 되어버린것이다.

 

그리고 아무렇지도않게 수업을 태연히 진행하는 강사때문에 나는 어이가 없어서 수업 집중 불가

머릿속에서 싸이렌 울려 아 놔 진짜 오랫만에 열받음

 

마스크의 위대함이여.하지만 눈은 화가 나있어서 눈빛은 속일수 없었으니 강사도 나도 둘다 화가 난 상황

 

강사가 먼저 밖에서 이야기 좀 하자고 결투 신청

강의실에서 마스크를 벗고 이야기를 했다.

 

하고 싶은 이야기있으면 해보시라고 하길래

 

핸드폰으로 사전 찾는게 그렇게 실례되는 줄 몰랐고 그게 그렇게 싫으셨다면 첫 날 말씀하셨다면 지켰을텐데

갑자기 화를 내면서 예의가 없다,그럴거면 뭐하러 학원에 나와서 공부하시느냐 집에서 하시지 라고 말씀하시건

비난으로 밖에는 들리지 않았다.

살면서 예의없다 소리는 면전에서는 처음 듣는 소리다. 까지 말을 했더니

 

나한테 말고도 나이든 사람들 수업을 하면서 사전찾지 마시라, 예의없다 똑같은 소리했지만 나처럼

화를 내는 사람은 없었다고 어이없어 하는 강사

 

그래서 내가 말했다.

 

아마 기분은 나빴겠지만 그 사람들은 말을 하지 않았던것일테고, 기분 나쁘다는 소리를 듣지 않았다면 그 사람들이

말을 하지 않았을 뿐이라고 해줬다.

 

모르고 한 행동이나 실수에 대해서 선을 넘는 정도의 비난은 옳지 않은것같으니 앞으로 선생님도 주의해달라고

꼰대짓을 하고 나왔다.

 

물론 이후의 시간 다 채워서 수업을 받았고

나는 어제도 잘 나갔고 이후로도 그 강사에게서 수업을 받을 생각이다.

 

이러다 육십쯤 되었을 때 인상 고약한 할머니 되어 있는거 아닌가 걱정도 되지만

귤까먹는 소리 할 때는 그냥 까줘버리는 걸로 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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