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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일기

"일주일 정리"

by 나경sam 2018. 4.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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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정리"


이번 주 월요일부터 오늘 금요일까지

학교 수업이 시작되고 보니 하루가 시간과의 싸움이 되었다.


일주일 중 5교시 수업이 3일 4교시 수업이 2일이라서 보통 마치는 시간이 1시 25분인데

수업 진도가 나가는 것과 함께 복습과 토론과 작문 읽기와 청해까지

5교시동안 빡빡하게 짜여져 있어서 이번 주는 공부하다 지쳐 잠이 든 일주일이었다.


나를 제외한 15명은 이미 이런 식의 수업 흐름을 일년 경험했고

나만 낙하산이라 새롭게 적응하는 단계이다 보니 더 힘들었을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못하면 챙피하니까 집에서 예습 복습 오답까지 정리하고 다니느라

스스로에게

"참 잘했어요" 도장을 찍어 주고 싶은 금요일이다.


지난 주 작문시간에 "여행"에 대한 주제로 글을 썼는데

주제가 혼자하는 여행과 여럿이서 하는 여행 두가지였다.


그중에서 하나를 택해 일본어로 글을 쓰는 것인데 내가 택한 주제는 "혼자하는 여행"이었다.

이번주 작문


"혼자하는 여행" 

 

지금처럼 이렇게 혼자서 교토에 와서 생활하고 있는 시간을 나는 여행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우리 가족이 동의를 해 줘서 얻은 선물같은 시간이다

혼자서 있어보니 그동안 잘 알지 못했던 내가 보인다.

나는 그동안 내 자신이 굉장히 씩씩한 아줌마라고 생각했지만 일본에서 혼자 있어보니

나는 겁도 많고 두려움이 많은 사람이라는것을 알 수 있었다.

한국의 보통 원룸보다 작은 방에서 지내면서도 화장실에 가는 게 무섭고 문단속을 잘했는지

자다가 일어나서 살금살금 현관쪽에 가보기도 하고 어디선가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나도 심장이 쿵한다.

하지만 반면에 호기심이 많아서 여기저기 모르는 길도 잘 찾아다니고 낯선곳을 구경하는 것을 좋아하다보니

학교갈때와 집으로 돌아 올 때의 길을 달리해서 올 때도 많다.

겁이 많은 나와 호기심이 많은 내가 공존하기 때문에 아마 나는 오십이 넘어 교토에 와서 이렇게 지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동안 내가 나를 이렇게 자세히 고찰할수 있는 시간은 별로 없었기 때문에 나는 내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살 뻔했다.

아마 여기에서 일년 정도를 보내고 나면 나는 나를 더 자세히 알고 돌아갈수도 있을 것 같다.


여기서 지내는 이 시간을 "혼자하는 여행"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딱 일주일 수업을 해보니 우리반 클라스 아이들의 성격이며 특징이 보이기 시작했다.

첫날은 "에상" "소상" "'양상" "토상" "김상" 정도밖에는 모르다가

어느날은 "나쯔"상 "마상" "이호겐상" 등등등 이 보였고

수업시간 내내 핸드폰만 만지는 "김하꾸진상" 도 보이기 시작했다.

 (내가 니 엄마같은 나인데 저걸 뒷통수를 한 대 딱 치고 싶은 마음이 수업시간에 팍팍 든다)


역시 우리반 에이스는 "양상"이고 내 옆자리 "토상"은 여전히 토나오게 공부만 한다.

수업을 마치면 다음날 숙제를 주는데 "토상"은 남들 가방 싸고 얼른 가려고 할 때 혼자서 숙제를 하고 있다.


나 - "토상 스고이네-.-"

토상 - "나니가스고이또이운데스까"

나 - "뭐긴 뭐야 이자슥 좀 보소 너 집에 안가고 숙제 하는거 말이지 뭐긴 뭐냐 "

토상 - "-.-;;;"

나 - "어쨌든 너네 아까쨩이랑 니가 사진 보여줘서 안이쁜게 증명이 된 니 부인이랑 즐거운 주말 보내라"


"토상"은 아침에도 가면 머리박고 공부하고 있고 오후에 헤어질 때도 머리박고 공부만 하고 있다.

(아침에 가면 얼굴보다 정수리가 먼저 보이는 자식.쌍가마는 아니다)

하다못해 수업 중간에 선생님이 읽기 연습을 짝꿍이랑 해보라고 시킬 때도 "토와 나" 한 번씩 읽기가 끝났어도 "토상"은 시간이 남았으니

한 번 더 하자고 한다.

"망할 자식"

공부에 한 이 맺혔나 보다.


타이완에서 온 쉡 "소상"은 체격이 남들 한 배 반인만큼 먹는 클라스가 다르다.


 월요일 수업 첫날 출석 부르는 시간에


선생님 - "지금부터 출석을 부르겠어요 "에상" "

소상  (조용히) - "삐상"

우리들 -  하하하하


첫 수업의 긴장을 풀어 준 "소상" 이 재미있어졌다.

먹는 클라스도 남달라서 다들 수업 시작 전에 책상 위에 각자 물병이나 마실 음료를 올려 놓는데 대부분의 학생들이 500 미리 물을 올려 놓고 있을 때

"소상"이 올려 놓고 있는 음료수는 1000밀리 큰 우유팩같은데 담겨 져 있는 쥬스같은 음료수다.


쉬는 시간에 먹을 걸 나눠주는 사람도 "소상"

이건 "소상"이 어제 준 과자



오늘은 초렛을을 줬고 "소상"은 거의 매일 먹을 걸 한봉지 확 까서 반아이들에게 나눠주는데

다른 반은 그런게 거의 없다고 하는 걸 보면 "소상" 너는 우리반에 꼭 필요한 사람이다.

오늘 배운 내용 중에 "모쥬우"라는 맹수라는 단어가 있었다.


선생님 - "모쥬우"

소상 - "봉쥬르"

선생님 - "이이에 소상 모쥬우"

소상 - "봉쥬르"


꿋꿋하기가 그래 저 정도 고집은 있어야 "쉡" 이지

니가 하는 요리를 먹으러 이 누님이 갈테다

(빵집 알바 합격하면-.-)


학교가는 길에 있는 "진진당"


산죠역 근처에 있는 빵집인데 1913년에 문을 연 교토의 유명한 빵집이라고 한다.

교토가 예전에 일본의 수도였기 때문에 빵이나 커피를 다른 지역보다 빨리 받아들였고 그래서 빵 소비도 많은 도시라고 하던데

커피도 같은 이유로 유명한 집들이 많은 있는지도 모르겠다.

학교 가는 길에 있어서 아침에 쫌 마음이 괴로운 체 이 빵집 앞을 지나간다.







"빵집알바" 합격하면 여기도 와서 조식을 근사하게 먹고 가리라

 교토에 와서 인생 목표가 "빵집알바합격"이 되버린 여자


금요일 오후 수업을 마치고 삥돌아서 "기온"신사 앞 쪽으로 집에 왔다.

교토에서는 기모노차림의 관광객을 너무 많이 보게 된다.


한국사람도 기모노 일본 사람도 기모노 중국 사람도 기모노

머리 꾸밈을 해주고 기모노를 빌려주는데 우리나라 돈 5만원 정도가 든다고 한다.




처음에는 신기해서 뒤돌아보고 그랬는데 교토에 와서 관광지보다 기모노를 더 많이 본 것 같아서 이제 별 감흥도 없다.

차라리 지난주에 우리나라 젊은 여자애들이 셋이서 예쁜 철릭한복을 입고 교토역 앞을 런웨이 하듯 걸어가는게 더 신선하고 예뻤다.


흔한 교토의 풍경중의 하나가 기모노 입은 여자들인것같다.


이번 주 화요일에는 교토에 워홀비자로 와 있는 우리나라 대학생 여학생을 만나 함께 런치로 점심을 먹었다.

그 날 내가 먹은 점심 클라스 좀 보소


교토에 와서 처음으로 먹은 고기였다.

"고기교" 신자 가 된 듯 천천히 한점한점 음미하듯이 고기를 구워 먹는게 50년만에 처음이었다.

딱 10점을 저렇게 계단 모양의 그릇에다 두점씩 깔아놓고 테이블 가운데 화로에 자기 고기를 자기가 구워서 먹는다.

물론 고기의 빛깔이나 맛은 더할나위없이 훌륭했다.

데모-.- "너희 들 이렇게 살지 마아 고기가 훌륭하면 뭐하냐 반찬도 리필 안해주고 콩나물 담은 접시 좀 보소 우리 박서방 소줏잔만하다"


(주) 우리 박서방 - 내 동생 남편되시겠다



그날 먹은 고기는 그래도 한동안 못잊을만큼 맛있었지만 저 집 사장을 우리 동네 "큰손갈비"로 데리고 가서 연수 좀 시키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말만하면 와서 반찬 리필해주던 "큰손갈비" 사장님 너무 고마웠어요 흑흑흑



그동안 엄마가 해 준 반찬으로 만 먹고 살았더니 새로운게 좀 먹고 싶어서 오는 길에 햄을 사가지고 왔다.

고기나 햄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햄을 보는 순간

나는 마음이 둑흔둑흔데쓰네

"기온"거리고 나발이고 얼른 집으로 뛰어가서 햄을 구워서 먹어 버리고 싶은 마음때문에

일본와서 처음으로 집에 빨리 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주머니에서 전화벨이 울렸다.

일본 전화를 개통하기는 했지만 그동안 전화를 받은 일은 다섯번도 안되기 떄문에 나는 나의 벨 소리를 잘 모른다.

하지만 이번에는 "기온"거리 그 사람많고 시끄러웠던 속에서 본능적으로 전화를 받고

이미 일본사람 다 된 듯


나 - "하이 모시모시 고땡땡 또 모우스마스" 중급반의 위엄 좀 보소

교토 보로니야 - " "여기 보로니아 빵집인데요 고상과 더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요 시간이 언제가 좋으세요"

나 - "지금요 롸잇놔우데쓰요"

교토 보로니야 - " 당황하면서 -.- 내일 오전 10시에 이야기를 더 하고 싶어요"

나 - "알겠어 원한다면 가줄게"


갑자기 "갑"의 기분을 느끼면서 이것이 2차 면접인가 ㅋㅋㅋ

집에 와서 설레는 마음으로 햄을 구워서 차린

 

점심



나 진짜 햄이 이렇게 맛있는 건 줄 오늘 알았다.

고기도 진리요 햄도 진리라


아껴가면서 먹느라 볶음 김치 두번 멸치 두번 먹을 때 햄은 한 번 먹었더니

나중에 밥은 다 먹었는데 햄만 남아 있었다.


이 또한 몰랐던 나였으니


혼자하는 여행은 참 많은 것을 알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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