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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3번은 울고"

by 나경sam 2018. 3.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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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번은 울고"


"엄마 나는 망했어"

다다음주면 집을 떠나는 나에게 우리 집 귀염둥이 3번이 울면서 했던 말

귀에서 자꾸만 맴돌아 웃음도 나고 안스럽고 그렇다.

자기 언니보다 15개월 밖에는 어리지 않지만 세 명중에 막내라서 그런지 더욱 애착이 가게 한다.


내가 가기 전에 엄마가 밥사주신다 하여 가족이 모여 갈비를 먹었는데

엄마 모처럼 거금 쓰셨다.



갈비 먹다가 갑자기 남동생이
"누나 내가 시키는대로 한 번 해봐"

나 - "어떻게"

남동생 - "저희 이거 안시켰는데요 이렇게 해봐"

나 - "저희 이거 안시켰는데요"

그러자 남동생이 막 낄낄 거리면서 젓가락 사이에 갈비를 집고는 중국 부자같은 얼굴로 나를 보고 씩 웃는다.

자기가 시켜줬으니까 마음껏 먹으라는 식으로

하여간 시트콤 같은 놈

테이블위에 소주 병이 차곡차곡쌓여가서

엄마한테 맞을 뻔 했지만 꿋꿋하게 다 마시고

다들 멀쩡하게 귀가


우리 막내는 다음주에 오면 더 슬플것같다고 다니러 왔다가 오늘 구미로 돌아가면서

눈물로 이별을 했다.


계단을 내려가면서 나를 안고 한 번 울고

다시 또 안고 한 번 더 울고

또 안고 한 번 더 울고

주말에 다니러 온 딸에게 변변히 해준 것도 없는데 눈물만 한바가지 쏟고 돌아갔다.


엄마란 그런것이지

집에 있는 아들은 먹고 살 궁리를 하느라

내가 뭘 만들면 옆에서 보고 방법도 주의깊게 듣고 있는 요리 연수중이다.


요리에 전혀 관심도 없던 딸도 돈까스 쏘스 만드는걸 보고 배우려 하고

내 손이 아니면 먹고 살 길이 막연해보였던 가족들이 조금씩 달라지기는 했다.


특히 딸은 초등학교 때부터 학교에서 나누어 준 급식 식단표를 책상위에 얌전히 붙여놓고

다음 날 급식 메뉴가 무엇인지 꼼꼼히 읽어보고 기대감을 갖던 아이였었다.

책상에 급식 표를 정성스럽게 붙여 놓고 보더니

대학에 가서는 학교 구내 식당 메뉴 판 어플을 깔아놓고 일요일 저녁에

월요일 점심 메뉴를 고르고 있다.


저렇게 먹는 것을 좋아하니 나없으면 스스로 만들어서라도 먹겠지 싶다.


오늘 저녁에는 남편이 만들어준 비빔면을 다 먹어 보고 별일은 별일이다.

라면은 가끔 끓여주었지만 비빔면은 23년 살면서 처음인것 같다.

남편이 만들어 준 비빔면이 진짜 맛있어서 깜짝 놀랐다.



오늘 아침은 엄마가 만들어준 김밥과 소고기 무국으로 아침을 먹고

엄마가 만들어 놓은 누룽지를 득템해서 집으로 가져왔다.


미슐랭 가이드에 나와도 될 듯한 우리 엄마표 누룽지다.



3번이 구미에 도착해서 잘 들어갔다고 연락이 왔다.

울고 간 것이 마음에 걸리기는 하지만

이 또한 시간이 다 지나가고 견딜수 있는 만큼은 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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