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째: 엄마, 드디어 태백 탈출.
나 : 뭐 먹고 싶어.
셋째: 갈치구이...
여름 하계 훈련을 태백에서 했던 셋째가 드디어 훈련이 끝나고 자유 시간을 얻어 집으로 왔다.
아직도 아기 냄새가 날 것 같은 얼굴이지만 다리는 검정 스타킹을 신은 것 처럼 까맣게 타 있었다.
땡땡 시청 놈들, 미쳤구만, 우리 애기를 이렇게 만들어 놓다니.
집으로 돌아 온 셋째가 먹고 싶어하는 것들은 돼지고기 김치 찌개, 갈치구이같은 가정식이지 소고기 구이같은 것들이 아니었다.
집 떠나 있는 애들은 생선구이 먹기가 참 어렵다. 운동 선수들이라 끼니 때마다 소고기 살치살은 사 먹여도 생선구이 먹으로 가지는 않으니 갈치구이 먹고 싶다는 말이 가슴이 애렸다.
진미채 볶음도 엄마게 맛있다, 계란찜도 맛있다, 먹는 거마다 집밥이 맛있다하니 파리까지 따라가서 주먹밥 싸서 시합장 따라다니는 신유빈이 엄마가 골백번 이해가 된다.
엄마는 밥이지, 밥!! 그래 평생 밥이고 싶다만... 끄응 그것은 안 될 말. 집에 있는 도련님 밥으로도 나는 충분하다.
큰 애: 그러지 말고 소고기 살칫살 먹고 싶다 그래
살살살, 지 동생에게 소고기 먹고 싶다고 하라는 오빠에게 셋째가 말했다.
셋째: 소고기, 질려. 오전에 운동 죽어라 시켜놓고 살려놔야 되니까 점심은 살칫살 사주고, 또 다음날 죽게 운동 시키고..
소고기 주고 살려놓으니까. 죽였다, 살렸다. 소고기는 안 먹고 싶어.
안 그래도 마른 아이가 안아보니 뼈와 근육만이 남아 집으로 돌아왔다. 소고기는 패쓰.. 옥상에서 대하와 회, 라면 끓여서 옥상 파티를 했다.
아니 올 여름이 얼마나 더웠는지 모르는 사람이 있었겠냐고,진짜 개더웠던 올 여름을 아무리 프로 운동선수라고해도 그렇게 뻉뺑이를 돌리다니, 그런 다음에 소고기만 주면 다냐, 다리에 올 여름 햇빛이 만들어 준 검정 스타킹을 신고 온 셋째는
힘들었던 마음 다 내려놓고 함께 지지고 볶는 파티를 했다.
셋째는 태백에서, 아들은 서현에서 둘째 딸은 전국 곳곳에서 남편과 나만 집에서
우리의 여름은 그렇게 갔다가 옥상에서 마지막 여름을 보냈습니다.
주말 옥상 파티 후 거짓말처럼 바람 결이 달라졌네요. 쓰읍....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딸 덕에 가평 산 골짜기 (4) | 2024.09.08 |
---|---|
시간이 나한테만 빠른겨. 남들도 그런겨 (7) | 2024.09.04 |
딸 덕에 파주. (3) | 2024.08.05 |
이게 아닌데.... (1) | 2024.07.30 |
역지사지 (0) | 2024.07.18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