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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이게 아닌데....

by 나경sam 2024. 7.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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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이 되기 전, 군산 엄마 집으로 기차타고 다녀왔다. 갈 때는 새마을, 올 때는 무궁화

새마을이나 무궁화나 시간이 같으니 앞으로는 무궁화,우리나라 꽃 기차를 이용해야겠습니다.

보령 머드 축제를 해서 그런지 외쿡인 노무 새끼들이 타서 어찌나 시끄럽게 영어로 떠들던지 아주 짜증이 났지만

동방예의지국 코레일 승무원님들은 못 본 척 지나가는 놀라운 장면을 봤고, 영어가 안되니 뭐라고 할 수도 없는 짜증의 신세계를 경험하면서 군산 우리집, 아니 엄마집에 도착했습니다.

 

그래도 한마디 알아들었으니 "아이 러브 유" 만국공통어였으니 그래 위아더월드다 이 놈들아.

 

저녁 늦게 들어가니 치킨 사다 놓고 캔맥주 시원하게 준비해놓고 넷째 여동생과 엄마가 기다려주는 반가운 우리집, 아니 엄마 집이었습니다. 

넷째: 언니, 오느라 고생했어. 오늘 내 생일이었잖아. 내가 엄마한테 여름에 낳느라고 고생했다고 하니까 엄마가 뭐랬는줄 알어???

나: 몰라...

넷째: 나까지 네번째 딸이라고 아빠가 엄마한테 니들끼리 잘 먹고 잘 살아라 하고 오토바이타고 집 나갔대.

나: 어머나, 세상에다.

 

그 날의 사건은 이랬답니다. 엄마는 넷째까지 딸을 연속으로 낳았고 아버지는 딸을 낳을때마다 괜찮다, 딸들은 속을 안 썩이더라, 딸이라고 절대 구박말어라, 라는 등의 멋진 말을 날려주면서 엄마를 위로해주었다지만 넷째까지 딸이었을때 아버지 마음을 장사익의 노래로 대신해봅니다.

 

 

아버지는 자식을 낳았다는 말에 30분 거리의 검문소에서 일하다말고 오토바이로 집으로 오셨다고합니다. 이렇게요.

검문소의 순경이었던 아버지는 멋지게 어깨 뽕넣고 집으로 아들아니면 딸이겠지 하고 오셨다가, 이런 장면을 목격하셨을겁니다. 

아빠라고 부르는 세 딸들과 이제 막 낳아서 꼬물거리는 딸이 분명한 한 생명체를요.

그래서 아버지는 절규합니다. "이게 아닌데"

 

그 다음, 아버지의 행동은 아주 빨랐으니 누워있는 엄마와 세 딸을 아니 네 딸들을 뒤로 하고 다시 오토바이를 타고 검문소로 돌아가면서 엄마에게 칼침같은 한 마디를 날렸으니 바로 이겁니다.

"니 들끼리 잘 먹고 잘 살아라" (여기서 니들이란= 엄마+ 딸 넷)

나는 월급타서 혼자 직장 동네에서 살라니까 니들끼리 잘 먹고 잘 살아라. 논 있으니 먹고는 살 것이다, 라는 심청이 인당수에 퐁당 빠지는 소리를 하고 왔던 오토바이로 돌아갔다고 합니다. 

아버지, 왜 그러셨어요

그리고 저녁....

양심이 아주 없지는 않았는지 아버지는 어둔 밤, 오토바이 불빛을 마구마구 쏘아대며 집으로 돌아오셨는데 하고 기가 막혀 잠도 안 왔다는 엄마가 아버지가 대문 두드리자 마자 열어주고 두 사람의 대화는 이렇습니다.

아버지 : 잠도 안 잤어. 왜 이렇게 일찍 열어줘.

엄마 : 니 놈이 다시 돌아올 줄 알았다.

 

딸이라고 차별받은 적이 없었던 우리가 아버지가 그랬다는 말에 놀라웠지만 아버지는 키우는 동안에는 한번도 "니네가 딸이라서 섭섭하다" 소리는 한 번도 하지 않으셨고 엄마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래서 아버지의 "니들끼리 잘 먹고 잘 살아라"가 슬프지 않고 웃겼는지 모르겠지만 아버지의 말씀은 그대로 이루어졌네요.

엄마랑 닭 삶아 먹고 닭죽 먹으면서 막걸리 한 사발

 

네, 네. 잘 먹고 잘 살려고합니다. 그러니 아버지도 거기서 잘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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