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니 남편이 퇴직하는 날도 있다.
34년을 했다는 그의 직장 생활 이력에 내가 아침에 깨운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셋을 키웠지만 저녁 육아는 함께 해줘서 밤 잠이 그도 부족했을테지만 저녁이면 들어와서 애들 데리고 몸으로 놀아줬고 차에 태워서 데리고 다닐 일이 있을 때는 물 불 안가리고 운전하고 다녔다.
심지어 대학 들어가서는 술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데리고 온 아빠다.
내가 봐도 이런 아빠 드물지 싶을만큼 애들한테 헌신적이었다. 중 고등학교 다닐 때는 교복 다려 입혔고 주름많기로 유명한 계원 예중 예고 교복을 세탁소에서 맡긴 것 처럼 다려 입힌 게 남편이었다.
감정 기복이 별로 없어서 직장에 대해서 투덜거리거나 사람 욕하는 것도 많이 듣질 못 했다.
나는 힘든 사람이 있으면 주구장창 풀릴 때까지 욕하고 남편이 들어 줬는데 남편은 하다 말았다.
아마 속으로 삭혔던 모양이다.
청년으로 시작했던 직장은 남편이 됐다가 아빠가 되고 끝났다.
11시면 자야 된다고 습관처럼 누워서 자던 사람이 졸릴 때까지 유튜브도 보다가 나랑 이야기도 하다가 졸리면 자는 불규칙한 생활을 하기 시작했다.
눈 뜨면 작은 꽃밭에 나가서 꽃멍을 때리고 부지런하지 않으면 난리가 나는 주택 생활인지라 쓰레 분리 수거 해놓고 늦게 출근하는 나를 출근시켜주고 퇴근 시간에는 미리 와서 기다리는 스토커 생활이 시작되었다.
몇 달동안 속썩이던 테슬라 주식이 미친놈처럼 올랐다.
3주 가지고 있을 뿐이지만 마이너스 15프로까지 찍고 악재만 나왔지 좋은 소식은 없던 테슬라 주식이라 그런가보다 하고 그냥 가지고 있었는데 갑자기 며칠 새 난리가 났다.
마이너스를 회복하다가 수익이 보이길래 3프로만 되면 팔아야지, 아니네 이게 더 오르네 5프로, 7프로 하다가 설마 10프로까지 오르겠어 하고 10프로에 설정해서 매도를 걸어놨는데 하룻밤 사이에 수직 상승을 하더니 순식간에 팔려버렸다.
그리고 지금은 30프로까지 올라갔으니 한 주라도 안 팔고 가지고 있는게 다행이다 싶지만 수익을 보고 팔아도 나중에 오르는 것을 보면 내가 손해 본 느낌이 강한 것이 주식이라, 10프로 수익을 봤어도 욕 나오는 테슬라였다.
아침에 태워다주는 남편에게 테슬라 2주 판 돈에 내 돈 합쳐서 100만원을 줬다.
나 : "우리는 부자야. 테슬라 차는 없어도 테슬라 주식은 있었잖아. 두 개 팔았어도 한 개는 있고"
남편: "테슬라도 다 필요없어. 나는 당신만 있으면 돼. 그리고 내가 당신이 돈을 줘도 허투로 쓰는 거 봤냐"
사실 당신만 있으면 돼 다음부터는 웃느라 입이 벌어져서 맨 정신으로는 말을 못했다.
평생 벌어다 줘 놓고도 돈 100만원에 정신 못 차리고 웃는 남편은 싼마이임에 틀림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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