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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딸 덕에 가평 산 골짜기

by 나경sam 2024. 9.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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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어디고 불러주는 곳이 있고 연주할 무대가 있으면 가야 되니, 오늘도 둘째는 거북이 등딱지같은 클라리넷 가방을 메고 간 곳은 가평. 혼자갔겠습니까. 남편은 세상에 이런 아부지없습니다 정도는 되는 길바닥 매니저

 

일요일 오후 매니저님과 나는 딸을 태우고 가평으로 네, 네, 갔습니다.

그리하여 지난 번 딸 덕에 파주에 이어서 딸 덕에 이번엔 가평입니다.

 

목요일 연주를 위한 노비따스 음악학교. 가평군 설악리 산골짜기에 있었지만 우리 매니저님은 운전도 잘하셔.

 

큰 애 중학교 때는 춘천에서 수지까지 데리고 다니면서 렛슨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시 차가 꽉꽉 막히는 경춘국도를 달려서 춘천에 돌아와, 다시 월요일 새벽에 과천을 출근하는 미친 주말도 보냈던 사람이니, 일요일 오후 가평까지 가는 것 쯤은 아무것도 아닐수 있으려나, 그래도 힘들었는지 집에 와서 눕자마자 바로 자긴 하더라..


처음 와 보는 동네, 가평군 설악리에서 둘째는 학교에 내려놓고 도토리마을에서 들깨 도토리 수제비로 저녁을 먹고

 

가평군 설악리에 있던 유명산 도토리마을- 도토리 수제비 맛있었어요.

 

설악리에 새로 이사들어온 은퇴한 부부처럼 느릿느릿 동네 산책하면서 성당도 찾아보고 뱔견한 미원성당

한복입고 곱게 쪽진 머리하고 계신 미원성당 성모님

 

미원성당 이름을 듣고 바로 나온 말은 MSG 성당, 성모님 죄송합니다^^;;;


정말 어디에나 있는 스타벅스. 이게 없었더라면 삶의 질이 좀 떨어졌을것같습니다.

가평 설악 스타벅스

 

교토에서도 스벅은 언제나 고마웠다. 그리고 언제나 옳았다. 호토코이 (Hot coffee) 한 잔 사 마시고 다시 그 영수증으로

같은 커피를 100엔에 사서 리필할 수 있었던 일본의 스벅은 혜자로운 곳이었다.


헤이안진구 앞 츠타야 서점과 함께 있던 스타벅스는 나에게는 도서관 겸 휴게소같은 곳이었다.
무거운 삼성노트북을 가지고 가서 블로그도 쓰고 학교 공부도 하다가 일찍 해가 지는 교토의 이른 초저녁에 혼자 사는 집으로 돌아가는 일본의 밤공기는 추웠었다.

낮의 일본은 견딜만했으나 불켜진 집들을 보는 밤의 일본은 낮의 감성과 달랐다. 혼자있는 시간이 인생에서 진심으로 필요해서 떠나왔으면서도 저녁에 불 켜진 집을 보면 잠시 영혼이라도 다녀오고 싶었던 일교차컸던 교토의 저녁 공기. 


가평의 작은 마을을 걸어다녔다. 호박이 덩쿨째 늙어 가고 있었고 치자꽃이 말라가면서도 씨 한 톨을 곱게 쥐고 있었다.

우리 집에 가서 살아 봐. 치자꽃 씨도 훑어서 가방에 넣고 길 가에 핀 꽃씨도 받아서 가방에 넣었다.

좁은 화단에 씨들이 서로 싸워가면서 피는 거 아닌가 몰라.


바람은 이제 가을 바람이 되었고 남편은 촌 길을 걸으면서 모기에게 한 방 물렸다. 스벅에 가서 야구를 보는 남편과 블로그를 숙제하듯이 쓰는 나. 우리는 앞으로도 이렇게 늙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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