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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어디 설겆이를 한다 그래^^;;;

by 나경sam 2023. 6.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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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당신은 가만히 앉아서 주식이나 연구해, 쓸데없이 설겆이한다 그러지말고,이런건 내가 할테니까 신경쓰지 마

주말에 남편이 창틀 청소,설겆이,빨래,집안일 3종셋트를 하면서 나한테는 주식이나 연구하라는 숙제를 주고 혼자서 왼갖 집안 일들을 했다.
당신은 돈 벌 궁리나 하셔, 어딜 여자가 주방을 기웃거려. 

애초에 집안 일을 안하던 남편이었다면 보통은 부인들이 '저 인간이 미쳤나'할텐데 우리집이야 원래 남편이 집안 일을 많이 하기 때문에 남편은 지극히 정상이고 미치지 않았다.

나에게 쓸데없이 집안일하지말고 그럴 시간에 주식 연구나 하란 말에 빵 웃음이 터졌지만 요즘 인스타에 뜨는 '어딜 여자가 주방에 들어와'시리즈의 화서동 실사판같단 생각을 했다. 카톡과 유튜브로 세상 소통 다 하고 사는 사람이 우리집 양반아니던가. 인스타같은 걸 봤을리가 없다. 요즘엔 유튜브로 일본어 공부 삼매경에 빠져 입이 터지기 직전이라하니 우리말로도 말이 끝내주게 많은 사람이 일본어까지 터지면 나는 못산다.



숨만 쉬어도 좋은 주말에, 혜숙이를 만나러 서울에 가서 숙이네 언니, 동생들 숙자매들도 거의 삼십년이 넘게 못보다가 보고 어머니도 보고 세월을 훅 뛰어 넘어서 타임머신 타고 온 것 같았다.

숙 수녀님과 나

우리의 만남은 겨울에 울었던 그 만남이 아니라 이제는 유쾌함만 있는 즐거운 만남이다.

중학교 1학년 때 만나 삼십 삼년이다. 내 인생에 이런 친구 한 명 있으면 나는 이만하면 잘 살았다싶다.

수녀님 친구를 둔 자랑스러움같은거, 맑은 사람을 친구로 둔 자부심 같은 거, 오래 된 친구가 그런 친구라는 거

돈 많은 부자 친구 하나 부럽지 않다.

서관면옥 평양냉면

점심에 만나 먹은 서관면옥 평양냉면, 아무맛도 없다는 평양냉면에 드디어 입문을 했다.

그것도 가난한 수도자의 주머니를 털어서 평양냉면을 먹다니, 그런데 첫 입에 슴슴하더니 먹을수록 맛있는 이건 뭐냐.

대기줄이 빡세게 길어서 대기걸어놓고 있었는데 입장 바로 전에 나타난 우리 수녀님, 역시 하느님과 성모님의 빽은 명품빽 부럽지않다.

 

냉면 먹고 커피 마시고 도움의 성모님 액자도 선물받고 수녀님 오빠네 장남 결혼식을 함께 가서 성당에서 혼배미사드리고

삼십년 전에 삼학동에서 본 수녀님의 언니와 동생들을 보면서 시간이 흘렀음을 느꼈지만 수녀님 동생들은 여전히 그 때 본 어린 아이들 같았고 향숙 언니는 고운 사람으로 딱 내가 생각했던 모습으로 나이를 먹어 있었다.

그게 참 다행이었다. 어머니도 건강해 보이시고 모든게 평화로웠던 토요일이었다.

어머니와 수녀님 1

나는 뒷 줄에서 혼배미사를 함께 드렸고 식 전에 친구와 어머니는 자리에 앉아 있는 걸 사진 찍었다.

어머니와 수녀님 2

곱지 않은가, 참 아름다운 모습이라 생각했다. 결혼식을 올리는 젊은 아이들도 아름답지만 나이를 든 모습도 아름답다는 걸

두 사람의 사진을 보고 느꼈다.

 

지난 겨울 수녀원에서 친구를 보고 왔을 때는 집에 와서 남편을 붙들고 한참 울었지만 이번에는 즐겁고 유쾌했고 다음에 만날 일이 기다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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