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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메주있어?

by 나경sam 2020. 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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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메주 있어?

 

안양역 바로 앞에 있지만 눈에 확 띄는 자리가 아니므로 생협이 저기에 있었나 하고 한 번 쯤 생각하고 봐야

될곳에 우리 매장이 있다.

바로 옆에 안양의 3대 흉물중에 하나라는 "짓다 만 빌딩"이 있는데 철골로 고층까지 지어 진

그 빌딩이 완공이 되면 상무님은 우리 매장을 그곳으로 옮기겠다는

"빅피처"를 그리고 계신데 정말 그게 이루어질지 아닐지는 그때가봐야 알겠지만

사람의 마음이란게 참 그렇다.

짓다만 체로 방치되어져 있는 걸 봤을 때는 그 건물은 "그냥 짓다 만 건물"이었으나

상무님이 나한테 "우리 저기 완공되면 저기로 들어갈거야"라고 하자

"방치된 체"로 있는 골조뿐인 빌딩을 가끔씩 애정어린 눈길로 쳐다보게 된다.

 

이 빌딩이 완공이 되면 우리 매장이 저 안에 어디 쯤 아주 깨끗하게 있을거야

그런 마음으로 그 앞을 지나서 원래의 오래 된 우리 매장으로 아침에 출근을 한다.

상상력이 하나도 늙지 않은 나로서는 상상만으로도 즐거운 일이다.

하지만 현실은 오래된 매장으로 출근

지금은 가난한 집에서 불쌍한 팥쥐로 살고 있지만 언젠가는 부자 친엄마가 데리러 오는 그 날까지 열심히

빈 독에 물을 붓고 있다.

 

친척집 잔치에 가고 싶은데 빈 독에 물을 채워넣으라는 계모의 말에 열심히 빈독에 물을 채웠지만

독이 깨진 걸 알고 엉엉 울었을 때 어디선가 나타난 두꺼비가 자기 등으로 빈 독을 메꿔주고서야 독 안에 물을

채웠다는 콩쥐의 아름다운 이야기는 전래동화일뿐-.-

 

한 쪽에 치우쳐서 안보일것 같아도 국제화 시대 맞긴 맞다.

어디선가 필리핀 아줌마들도 들어오고 베트남 아줌마들도 장을 보러 오고 어제는 흑인 아저씨 한 명이 들어왔다.

 

"여기 메주있어?"

 

"여기 메주있어"

 

들어오면서부터 메주를 찾는 너의 정체는 무엇이냐

이 아저씨도 장을 담겠다는 얘기군

세계로 뻗어가는 한식인가

누가 메주만 물어봤다하면 자동으로 튀어나오는 " 강원 손틀 메주 한말은 십이만원 반말은 육만육천원입니다"라고

자동으로 튀어나올 뻔 했으나 그 전에 스톱

반말을 하시는지 메주를 찾는 것 까지는 좋으나 반말은 기분 나뻐 이 자슥아

쓱 쳐다봤더니 다시 한 번

"메주없냐고" 아니 이 자슥이 한국말을 어디서 반토막으로 배웠나

 

"뭐라고요" 되묻자 손 짓으로 "맥주"를 한 잔 마시는 연기

그래 이 자식이 찾았던 것은 바로 맥주였던 것

 

"여기 메주있어?"
"메주말고 맥주"

맥주는 혼자서 여행하던 삿포로에서 삿포로 맥주 박물관을 가서 저녁 무렵 혼자 마셨던 그 맥주가 진짜 맛있었다.

삿포로 길가에 내 키만큼 쌓여 있던 눈들을 보면서 지하철에서 내려서 혼자 걸어서 찾아갔던 맥주 박물관

작년 3월에 갔었어도 한국 겨울만큼 추웠던 삿포로

시간은 훌떡

지금은 나는 메주 장사를 하고 있다.

 

생협에서 일하니 내 평생 한 번도 안팔아볼 수도 있는 메주를 다 팔고 있고

어쨌든 그 아저씨는 NO 메주였으므로 다시 퇴장

연휴 전 날 과일 선물세트 팔려나가기를 상상속으로 만 번도 더 했건만

 

공유같은 남자 아니 어쩌면 공유를 바랬었기때문에 벌을 왕창 받았나

어디서 두꺼비같은 남자라도 나타나서 "저거 다 실어"했으면 좋았을걸

다 실어가는 남자는 한 명도 없었고

오늘에서야 겨우 사과 선물세트 한 상자를 조금 친해진 조합원님께 권해서 팔았을 뿐

꿈쩍도 안하는 과일 선물세트

 

과일 선물세트에 고민하는 나를 볼 때마다 동치미에 고민하던 시절이 떠올라

그건 일도 아니었음을 자꾸자꾸 깨닫는다.

동치미는 애교수준이었고 로봇 청소기는 웃을 수 있는 정도의 것이었음을 이제서야 깨닫는걸 보면

생협 생활 5개월 차에 득도의 수준이 되었다.

 

거기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바로 난리가 난게 마스크와 손 소독제

 

상무님 말에 의하면 시국이 이럴 때는 동물적인 감각으로 알아차려야 된다는데

나는 아직 동물이 아니고 사람맞네

코로나바이러스때문에 지하철안 사람들이 대부분 마스크를 하고 있어도 11시반까지 죽기살기로 넣는 주문창에

마스크를 넣을 생각은 1도 못했으니 점장의 역량 꽝이라 할 수 있겠다.

 그 뿐만 아니다.

손소독제도 생협의 생활재인데 나는 다른 점장님들이 그걸 100개 아니면 최소한 30개를 넣을 때

10개를 베팅하듯 넣었으니 간이 작고 소심하기가 이럴 때 드러나는 것

이후 손소독제 주문창은 곧바로 닫혀버렸다.

 

생협의 점장은 유정란과 두부 콩나물만 주문을 잘넣는다고 일을 잘하는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이럴 때는 윗사람이 있어서 얼마나 좋은지

손 크기가 강남 사모님 따위는 깨박살 내버릴 우리 상무님

94지수 방역 마스크를 1000개 안양매장으로 주문 떡허니 넣으셨다.

나는 생각하지도 못한 마스크 주문

상무님의 통 큰 헛발질에 과일 선물세트도 포함이 되나 이럴 때는 리더의 역량이 빛이 나네 빛이 나

나같으면 손이 떨려 1000개는 주문을 못하는데 1000 "이거 실화냐"

아무리 코로나바이러스라고 해도 상무님 정말 너무하시거 아닙니까 라고 말하고 싶었는데

 

 

바로 어디선가 전화가 왔다.

 

"마스크 500개 주문요"

 

회장님 우리 회장님 딸랑딸랑

상무님의 통 큰 클릭이 빛을 발하는 순간 되시겠다.

 

이제 겨우 세개 쯤은 그냥 주문하고 다섯개를 주문할 때는 한 번 생각해보고 열개를 주문할 때는 깊이 고민하고 있는

나로서는 뭐든 천개를 주문한다는건 "넘사벽"

그래서 나는 초보 점장이고 상무님은 상무님인거다.

 

그리고 주문창에서조차 실제로 100개만 주문해도 주문창이 묻는다.

"주문하신 수량이 100개가 맞습니까"라고

이엠 비누를 100개 주문하신 조합원님의 주문을 넣는데 100개를 클릭했더니 주문창에서 바로 접수가 되지 않고

100개가 맞는거냐고

화면이 다시 뜨는 걸 보고 100개 주문단위는 확인이 되는걸 알았다.

가끔은 주문한 물건을 찾지 않는 조합원들 때문에 과다한 물량의 주문은 꺼려지는데 그때 비누 주문하신 조합원도 그걸 찾아가지 않을까봐 내가 얼마나 전화로 물어봤던지

그 조합원도 나도 입에 거품물뻔했다.

 

결국 비누가 오자마자 조합원이 그 비누 100개를 다 찾아가셨고 다행히 입에 거품물 일은 없어지긴 했지만

예약=본인이 찾아간다 라는 상식적인 룰을 지키지 않는 조합원들도 있기 때문에

반복해서 이야기하지 않으면 안되는 경우가 종종 생기고 자기가 예약한 걸 아무렇지도 않게 취소하는 걸 보면

생협의 조합원이라면 적어도 그러지는 말아야지라는 마음이 들지만 어디나 명암은 있는 법

지금도 매장에 그렇게해서 찾아가지 않은 아카시아 생꿀이 한 병 그대로 있다.

나도 처음에는 "조합원님 꿀이 조합원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라고 꿀떨어지게 문자를 보내다가

문자도 씹히고 전화도 씹히는 상황이 되면 "꿀 찾아가세요"라고 딱딱하게 보내버리고 만다.


김치사건때는 집으로 찾아 갈 명분이라도 있었지만 예약 한 물건 찾아가지 않았다고 그 집으로 꿀단지 들고 갈 수는

없는 일

팔 수도 있었던 생꿀을 예약 걸어놓고 가져가지 않은 조합원 때문에 타이밍을 놓쳤다.

 

그래서 판매가 어려운것같다.

 

그래도 생협을 믿고 이용하는 조합원들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 조합원보다 더 많다.

오늘은 어린이집에서 급식 상담 전화가 와서

내일은 어린이집으로 상담 출장을 나간다.

 

"배 선물세트는 잊어"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뜰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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