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살기에 가장 쾌적한 28도"
가을이 아닌 가 싶을 정도로 쾌적헸던 28도의 오늘 교토 기온
한달 여름 방학을 마치고 학교에 가는 길
방학하고서는 카모강 다리를 건널 일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삼주만에 다리를 건넜나
비가 많이 오지 않아서 여전히 카모강은 강바닥이 훤히 비칠 정도로 말라 있었다.
폭우였을 때 강물이 엄청 불어 난 것을 본적이 있던 나로서는
저게 같은 강이 맞냐 싶을 정도로 카모강은 두 얼굴을 하고 있었다.
정지용 시인의 "압천" - 교토의 카모강을 한자로 압천이라 읽는다.
교토의 도시샤 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한 정지용 시인의 시비가 도시샤 대학교안에 있다.
윤동주 시인의 시비에는 서시가 적혀 있었고 정지용 시인의 시비에는 "압천" - 카모강이 젹혀 있었다.
정지용 압천(鴨川)
압천 십릿벌에
해는 저물어…… 저물어……
날이 날마다 임 보내기
목이 잠겼다…… 여울 물소리……
찬 모래알 쥐여짜는 찬 사람의 마음
쥐어짜라. 바시여라. 시언치도 않어라.
역구풀 우거진 보금자리
뜸북이 홀어멈 울음 울고
제비 한쌍 떳다
비마지 춤을 추어
수박 냄새 품어오는 저녁 물바람
오랑쥬 껍질 씹는 젊은 나그네의 마음
압천 십리벌에
해가 저물어…… 저물어……
낯선 일본에서 아마도 향수에 젖어 쓴 시 일것이라 짐작된다.
강은 그대로고 다만 그 길을 걸어 다니는 사람들만 달라져있다.
불판에 다리를 올려놓고 익히면서 걸어다니는것 같았던 며칠 전에 비하면 오늘은 걷기에 기분좋을 지경이었다.
오랫만에 가는 학교
늘 가는 길에 보는 정해진 풍경들이 있었다.
카모강을 건너기 전에 보게 되는 것들
1. 신자부로 함푸 가방 가게 직원들의 출근 길 "이들은 모두 자기 회사의 가방을 어깨에 매고 다닌다.가방만 보면 그 회사 직원인지 아닌지 알 수 있음
2.늘 보던 여학생 "얘는 개학을 아직 안했는지 나타나지 않았다.
3.몸이 불편한 부인과 부인의 한쪽 손을 잡고 늘 함께 걷는 아저씨 - 볼 때마다 마음이 짠했었는데 여전했다.
4.전철역 앞 노숙자 아저씨 - 항상 가방을 단정하게 정리하고 주변도 깨끗하게 하고 노숙을 한다.여전히 그 자리에 "살짝 반가울 뻔"
5.다운 증후군 청소년 - 아침마다 어디 학교에 가는지 방학 전에도 열심히 다니더만 얘는 방학도 없는지 오늘도 만났다.
이 밖에도 자전거 앞 뒤에 애들 둘 태우고 열심히 페달 밟는 아줌마
강아지 데리고 산책 시키는 아저씨
아침 8시부터 8시 반까지 교토의 히가시야마 산조 거리에서 만나는 단골들이 이제는 하나 둘 더 늘어간다.
학교는 뭐 여전했다.
늘 핸드폰을 끼고 사는 "슈"상은 지각을 했는데 방학전에 앉았던 자기 자리를 몰라 어디에 앉아야 할 지 모르고
지각 한 주제에도 그냥 서 있었다. "멍충이 지 자리를 몰라"
그래서 내가 알려줬다. "야 이노므 시키야 젤 앞자리가 니 자리 아녀"
"소상"은 여전히 더위로 고생을 해서 인상을 팍팍 쓰고 있고 수업 시간에 농담도 잘 하지 않고 더위에 얘가 살짝 맛이 가 있었다.
오늘은 살 만한 날씨였는데도 그 동안의 더위가 얘를 너무 우울하게 만들었나보다.
"이호겐" 상은 우리반 19살 짜리 중국 남학생인데 얘는 방학동안 중국의 자기집에 다녀 왔다고 했다.
엄마 밥을 실컷 먹고 와서 가뜩이나 투실투실한 애가 더 둥글둥글해져서 왔다.
"내 귀에 캔디"가 아니라 "내 귀에 용수철"이 달려 있는지 일본어가 항상 반은 튕겨져 나갔었는데
짧은 방학이지만 유튜브로 청해 연습을 좀 하고 개학을 했더니 세상에나 오늘은 듣기 시간에 얼추 내용이 파파팍 들려와서
스스로 감격했다. 용수철이 완전히 떨어져 나간 건 아니지만 탄성을 좀 잃긴 잃은 모양
다시 일상이 되었다는 것은 학교가 끝나자 마자 빵집으로 뛰다시피 걸어야 한 다는 얘기다.
오봉의 바쁜 일들이 정리가 좀 되었는지 오늘은 무시무시하게 빵을 포장하지도 않고 비교적 설렁하게 끝났다.
더구나 5시 40분에 끝났으니 그동안의 오봉 특공대 활약에 비하면 오늘 일은 일도 아니었다.
하지만 여전히 "키타무라"아줌마는 철벽
오늘도 이 아줌마가 빵의 이물질 검사를 하고 나한테 주면 내가 받아서 다음 공정을 하는 작업이었는데
이 아줌마한테 빵이 가면 도무지 올 생각을 안해
그래서 내가 살짝 "우선 검사한것부터 제가 받아서 일하면 안될까요" 라고 했음에도 단호박이다.
"아니예요. 곧 끝나요 기다려주세요"
아니 뭐가 곧 끝나냐고 끝나기는
구구단을 2단부터 9단까지 한 바퀴를 돌아도 이 아줌마는 빵봉지 두드리고 있다.
다른 아줌마들은 우선 자기가 검사한것부터 받아서 일을 하라고 하는데 "키타무라"아줌마는 융통성이라고는 1도 없는 일본 아줌마.
오봉 때도 내가 본가에 안가시냐고 물었더니 "저 이혼했어요" 그냥 한마디를 내게 확 던지고 빵 포장
오메나 그런 대답 듣자고 물어 본게 아니었는데 이제는 그런 말도 못 물어보겠다.
그래도 오늘은 일이 많이 없어서 키타무라 아줌마가 비 협조적이었어도 일은 일찍 끝났고
이렇게 하나 저렇게 하나 어쨌든 시간이 가면 일은 끝나는 것이고
키타무라 아줌마가 빵을 두드리면서 이 물질 체크를 하든 안하든 내가 조금만 참으면 되는 거고
나름 그 아줌마는 자기 방법으로 일을 열심히 하는 거니까 이해를 해야지 별 수 없다.
그래도 아직 끝나지 않은 빵집 오봉
내일도 모레도 종일 일을 해야 되고 학교 공부도 다시 열심히
시이작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