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하게 더운 날들이었다. 오전에 NHK에서 일기예보를 할 때 38도가 너무 흔한 뉴스 내용이라 남의 나라 더운 건 남의 일, 나만 안 더우면 된다 그랬더니 벌 받았다.
이렇게 더운 날도 모처럼 아닌가. 단열에 신경쓰고 앞 뒤로 바람이 펑펑 통하는 남향집이면 뭐하냐. 여름을 이길 수는 없다.
에어컨을 안 틀수가 없었다.

틀었을 때 31도, 설정온도를 24도로 낮추고 잠시 후 집안의 온도가 조금씩 떨어지니 더위로 올라갔던 텐션이 진정되었으니
추위보다 더위를 참기 힘들어졌다. 그전에는 반대였음.
집을 피해서 카페에서 하이든 전시미사곡 연습이나 해 볼까 나가는 길에 무인 아이스크림가게 들러서 비비빅 하나 때려줌.

하이든 전시미사곡이 이번 정기 연주회의 중요한 곡이라서 연습을 해야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을테니 연습을 하시오.
혼자 자유롭게 돌아다닌다는거는 남편이 동창 아들 결혼식에 갔기 때문입니다. 혼자 자유롭게 남편도 자유롭게 어느 정도는 필요한 슬기로운 생활의 필수 덕목인것같습니다.
투썸에서 시간을 보내려고 저러고 나간 것이나 비비빅 하나 먹고 그대로 다시 집으로 컴백. 한증막 같은 훅하고 올라오는 열기에 카페도 가기 싫어졌기 때문입니다.
집에서 옥수수 삶아서 먹으면서 연습하는게 정답. 알토 파트 '키리에'부터 연습. 하지만 나의 연습은 '키리에'에서 시작해서 '키리에'에서 끝났음. 옥수수는 한 개로 끝나지 않았다는 게 흠-.-

오후에는 남편이랑 보라매 병원 장례식장가서 조문하고 지인 어머니 82세에 돌아가셨던데 거기 가면서 남편에게 그랬습니다.
'우리 아버지도 딱 10년만 더 사셨어도 좋았겠구만, 일흔 두살은 지금 생각해도 서글픈 나이다'
남의 부모 여든 둘에 돌아가신것도 아직 돌아가실 나이 아니라 그러는데 아버지는 왜 그렇게 빨리 돌아가셨을까요.
속상하다. 증말. 나는 좀 오래 살아야겠어. 아버지보다는.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너무 일찍 죽어도 자식이 속상하고 너무 오래 살면 자식이 힘들고 어디까지가 좋을 지 선을 정하기가 힘들지만 어쨌거나 아버지보다는 오래 살겁니다.
집밥은 정말 나처럼 열심히 차리는 아줌마 없을겁니다. 엄마!! 왜 이런 유전자를 물려주신겁니까. 엄마한테 보고 배운게 집 밥 열심히 차려주는 게 포함되어 있어서 어쩔수가 없습니다. 유전의 힘입니다.
비빔장 만들기부터!!

비빔장만들기 유목민을 청산하게 만든 정착 레시피입니다. 김칫국물 넣기가 치트키일줄. 그동안 사먹었던 오뚜기 비빔장 꺼지세요.
이제 저 레시피대로 우리집은 갑니다.


열무김치 비빔국수 위에 복숭아는 매운 맛을 싹 씻어주더라요. 남편 크게 한 대접, 나는 작게 한 그룻(그다지 작지도 않습니다 ㅋ)
열무김치 국물을 비빔장에 넣고 만들었더니 사먹었던 비빔장의 들척지근한 맛이 없이 시원한 맛이 났습니다.

저녁은 김치 콩나물국에 토마토 올리브 그릭 요거트 , 달걀찜, 콩나물 무침, 열무김치. 집 밥을 열심히 차린 주말이었습니다.
월드컵축구 노르웨이 응원했지만 노르웨이 짐 쌌네. 홀란드 그래도 열심히 잘했어.

머리끈이 한국거였다니. 홀란드 멋진 놈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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