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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시간이 나한테만 이러는건가

by 나경sam 2026. 7.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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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흐름이 예사롭지 않게 빠르다. 나한테만 이러는 건가. 다른 사람들에게도 이러는 건가. 올 해가 유독 빠르다.

월드컵은 벌써 16강전이고 여행간다고 티켓 끊고 준비하던 딸은 벌써 그날이 되어서 오늘 아침 파리로 떠났다.

항상 도둑님이 다녀간 방처럼 하고 다니더니 오래 방을 비우는 유럽 여행에는 새벽에 나가면서도 방을 깨끗이 치우고 나가 감동을 주고 떠났다.

 

딸이 방을 열흘이상 비우면 그 방에 다음 주면 셋째가 짧은 휴가를 받아 집에 올 것이다. 나가면 들어오는 자식이 있고 주말에 오는 아들이 있고 이제 아이들은 집에 베이스캠프여서 들랑달랑하고 있더.

그저 집을 지키고 있는 사람들은 나와 남편뿐이다. 

 

나도 일년을 집 비우고 교토에서 살았던 적이 있고 남편이야 주말부부 10년 넘었던 경력자에 셋째는 중학교 때부터 기숙사에 들어갔었고 둘째와 큰애는 대학교 때 나가서 살았으니 우리 모두 한 번씩 집을 나가서 산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다.

집은 언제든 돌아올 수 있는 베이스캠프였다. 

 

유럽 여행에서 에어비앤비의 좋은 현지 사람 숙소를 빌려서 여행을 했을 때도 그 집보다는 한국의 우리 집이 더 좋았고 편했다.

하물며 지금 집은 이사해서 아직 때도 안묻은 아직도 좋고 앞으로 더 좋아질 것이다.

 

이 집에 이사와서 청소병에 걸린 나는 주말에는 스팀청소기를 사서 뜨거운 스팀을 인덕션 위나 세척기 안에 분사해 가면서 청소를 했다. 꿉꿉한 날씨에 스팀이 지나간 자리는 마음까지 개운했다.


축구가 이렇게 재미있었던가. 남편은 기아 야구 경기에 진심일 때 나는 남의 나라 월드컵 32강과 16강에 진짜 마음이 되어서 남의 나라를 응원했다.

 

아르헨티나와 32강에서 시합했던 '카보베르테'라는 나라는 졌지만 나라 이름을 알렸다. 스페인을 막았고 우루과이와 비겼고 마지막에는 월드컵 챔피언 아르헨티나를 연장전까지 끌고 간 나라다. 

 

지도에서 찾아봤다. 작은 섬나라였다. 메시와 유니폼을 교환한 이 골키퍼는 패배한 골키퍼였지만 선방했고 끝까지 잘 버틴 멋진 골키퍼였다. 

월드컵에서 모두가 우승컵을 들 수는 없다. 하지만 이 나라는 멋지게 져서 국가 이름을 알렸고 홍명보는 '출입금지'를 남겼으니

스포츠가 우리에게 주는 것은 생각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날 만큼 큰 것이다.

 

당신은 충분히 멋졌지만 골키퍼나 메시나 얼굴은 우리집 그분이 훨씬 잘 낫다. 

 


주말에 여섯끼를 차리다 보면 다섯 끼쯤에 울화가 치밀고 여섯 끼에 폭발한다는 아는 사람의 경험을 들었는데 나는 그 사람보다는 한 끼 더 무딘 걸로!! 여섯 끼에 살짝 욱하고 올라왔지만 그런대로 주말에도 잘 차려먹었다.

토종닭 사다가 삼계탕도 끓이고 비빔장을 직접 만들어서 사과 채 썰어 넣고 오징어 데쳐서 넣고, 열무 김치 넣어 비빔국수도 만들어서 잘 먹었으니 그렇게 하고 여섯 끼쯤에 욱 하는 것은 욱했다 할 수도 없는 일이다.

 

주일에 성당가서는 2027년 WYD 세계 청년 대회 홈스테이 지원 가정도 신청했다. 내년 여름이라 망설이긴 했지만 순례길로 우리나라에 오는 가톨릭 청년들을 손님으로 맞아 아침밥 차려주고 빨래해주고 재워주는 일을 해야 한다.

누가 우리집에 손님으로 오게 될지. 너는 잘 걸린 거다.

 

둘째는 열심히 일 하고 대학원 종강하고 유럽으로 여행을 갔고 셋째는 시합 후에 휴가로 집으로 돌아올 것이다.

아들은 열심히 일하고 주말에 올라오는 우리 집은 들어가고 나가고 바쁘지만 우리는 붙박이 장처럼 집에 있는 부모가 되었다.

시간이 이렇게 만들었지만 이런 변화가 당연한 것이 되도록 산 결과이니 이또한 감사한 일이다.

 

오늘이 가장 젊은 날이라더니 요즘 내 마음이 그렇다. 무서울만치 빠른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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