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만원짜리 이사라서 이번 주부터 우당탕탕 짐을 싸야 한다.
이사 아저씨한테 받은 박스는 11개, 그렇게 크지도 않은 사이즈의 박스다. 옷은 비닐 봉투에 넣기로 하고 그릇과 자잘자잘한것들을 담으면 11개 금방 찰 것이다. 그게 우리집 이사의 끝이다. 역대급 이런 이사는 없었다. 바다 건너 제주도로 들어가는 이사까지 해 본 이사 중에서 이번이 가장 가벼운 이사가 아닌가 싶다.

많이 버렸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서랍에 버려야 될 것들이 있었다. 가지고 싶어서 끌어 안고 있던 것들, 이젠 버려야겠다.
재봉틀에 푹 빠져 있을 때 옷본 책을 사다 만들어 입혔던 딸들 원피스다. 주로 전주에서 네 살, 세 살때 입혔던 원피스들이다.
저걸 입고 사진을 찍었던 둘째와 셋째의 표정이 생각난다. 낡고 색이 변한 원피스가 뭐라고 다른 거 다 버려도 못 버리고 가지고 다녔었나 싶다. 단순히 옷이 아니라 아이들의 표정과 웃음과 그때의 애들 냄새가 베어있는 옷이라 버리지 못하고 가지고 다녔었나보다.

이제는 버려야겠다. 물건을 버리는 일은 집착을 끊어내는 일이다.
하지만 이건 못 버린다. 둘째의 애착 베개다. 시댁갈때 저게 없어서 중간쯤에서 돌아온 적도 있다.
베개를 챙기지 않았다는 것들 남편과 내가 알아차렸을때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올라오던 한숨.
이미 반쯤 도착한 시댁이었지만 우리는 미련없이 돌아갔다. 좋아하는 베개가 없으면 잠을 안 자고 성질을 있는대로 부리던 세 살짜리의 성질을 이겨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사랑을 주고 키운다고 해도 둘째에게는 걸러지는 것들이 있었는지 큰 애와 셋째는 애착물건이 없었는데 둘째는 파란색 타올 천의 베개를 굉장히 좋아했다.
타올로 된 베개를 한 손으로 문지르면서 잤던 둘째의 아기시절, 얼마나 문질문질했는지 베개 커버가 닳아서 헤졌을정도다.
아이가 얼마나 저 베개에 집착했었는지 우리는 안다.
두 세 살 때여서 발음도 되지 않아 베개 소리를 못 하고 '파란베에' 라고 하면서 졸릴때 베개를 찾았다.

베냇저고리만 남겨놓고 이번에야 말로 다 버리는데 베개커버 버리는 물건으로 결정 못 하고 세모다.
둘째에게 정하라고 해서 이번 주까지 이삿짐에 싸 든지 버리든지 해야겠다.
직접 이삿짐을 싸니 버리고 정리하는 물건이 포장으로 맡길 때 보다 더 많아지는 것 같다. 이번에야말로 가볍게 살기를 실천하는 이사가 되기를. 베개 버리자^^ 알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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