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그랬냐, 너는 엄마라고... 그래서 감기로 아파도 할 일은 해야 되는 나는 주말에 공사중과 감기 중과 요리 중, 중3이었습니다.
중3이었을 때 라테는 말이지. 야자를 했다니까. 미쳤지 고입이 뭐라고 공립학교 들어가는 고등학교 입시에 9시까지 야자를 시켰는지, 어둠과 함께 사라진 나의 중 3 시절. 그래도 좋았었네. 그때는 육개장이 300원에 팔리던 시절이었습니다.
저녁 도시락을 안 싸 온 애들이 육개장 사발면을 먹으면 교실에 퍼지던 환장하게 좋던 냄새. 플라스틱 신문물이 이제 막 쏟아져 나오던 1980년대 중반, 사발면을 먹은 아이들은 플라스틱 사발을 씻어서 집으로 가져갔습니다.
믿거나 말거나가 아니고 믿으세요. 진짭니다. 그때 애들이 하던 말은 "집에 갖고 가서 개 밥그릇해야겠다"
그때 개들은 지금은 다 죽었겠다. 우리가 이렇게 아줌마들이 되었으니... 체력장 20점 맞겠다고 운동장을 매일 뛰고 고입 시험을 보고 집에 와서 뻗어서 죽은 듯이 잤던 날, 아버지는 자는 나를 깨워서 몇 점 맞았는지 가채점을 해보자 하셨고 체력장 합쳐서 176점 맞았던 나는 못 받은 점수도 아니었는데 이래서 어떻게 대학가겠냐고 화를 내셨지. 아버지 왜 그러셨어요. 고등학교 시험 보고 온 딸에게 수고했다고 하셨어야지.
바짓바람이 상당하셨던 아버지의 바람 쏠림 현상이 큰 딸이었던 나에게 쏠렸던 때라 이제는 이해가 갑니다.
아, 아버지 그립다. 살아계셨더라면 은진이 서울대 간 것도 보셨을 테고 얼마나 좋아하셨을까.
수민이 체육중 들어가서 처음에 양궁 한다고 하니까 활 사주겠다고 하셔서 아버지 활 한 자루에 삼백쯤 할 거야 했더니 운동화 사주겠다고 말씀을 바꾸긴 하셨지만 엄마가 나중에 할아버지가 우리 수민이 운동화 사주라고 했다며 10만 원을 주셨었다.
돌아가셨지만 약속을 엄마를 통해 지키신 아버지. 덕분에 우리 셋째 멋진 육상 선수됐습니다. 이렇게 멋진 육상 선수 없을 겁니다.

주말에 감기투혼 중에도 본 일본 영화 '태풍이 지나가고'에서 아베 히로시가 이 말을 했습니다.
모두가 되고 싶었던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다. 나는 아버지가 원하는 어른은 되지 못했지만 지금의 삶에 만족한다.
멋진 우리 아이들의 엄마이고 남편은 핸드폰에 나를 귀요미로 저장해놓고 있고 나는 그를 그냥 남편이라고 저장해 놨으니 감정면에서도 내가 이번 생에서는 이긴 게임이다.
이번 주에는 간장 제육볶음, 멸치 볶음, 새우젓 넣고 호박 나물을 해서 아들에게 들려 보냈다. 집에 함께 살 때는 반찬 해놔도 잘 안 먹더니 나가 사니까 해주는 반찬을 들고 간다. 그리고 지 말로는 잘 먹는다고 하니 그것도 고맙다.

공사는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어제 가보니까 밤늦게까지 도배를 한다고 기술자가 두 명이 와 있었다. 마음이 쓰여서 투썸에서 아아를 두 잔 사주고 왔다. 그런 돈까지 공사비에 포함되어 있는 줄 다 알면서도 사람 마음이 그렇지가 않다.
내가 아아 두 잔을 저 사람들에게 사 줘서 우리 집 도배를 잘해주기를 바라는 게 아니라 어디 가서 우리 애들도 낯선 사람들에게 예쁨 받고 따뜻하게 그들이 봐줬으면 하는 마음으로 그러는 거다. 기브 앤 테이크의 법칙에서 테이크의 주어가 우리 아이들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인 거다.
어렸을 때 내가 되고 싶었던 어른이 나는 지금 되어있지는 못하나(직업으로 말이지), 큰 애 반찬해주고 둘째 술 그만 마시라고 잔소리하고 셋째 집에 오면 엉덩이 토닥거려 주고 남편에게 아침마다 커피 한 잔 호사스럽게 드립으로 받아 마시는 사람이 된 것이 이만하면 괜찮은 어른이 된 것 같다.
공사 중은 아직 중!!이고, 감기 중은 떨어진 것 같고, 요리 중은 계속 중!! 일것이고, 중3이 아니라 중2로 어려진 이번 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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