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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누가 뭐래도, 추억은 아름답다.

by 나경sam 2026. 3.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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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강제 짐 버리기 중이십니다. 신축 20년이 지난 주택은 늙는 속도에 가속도가 붙어 엄마가 당신 죽기 전에 도배장판 한 번 새로 하고 싶다하시니 우선은 짐을 좀 줄여야 될 거 아닙니까... 해서 시작된 게 불필요한 것들 버리기의 시작이 되었습니다.

 

작년에도 엄마는 옷을 대량으로 정리하고 당신옷은 4계절 포함 행거 한 개로 정리를 끝내서 엄마 나잇대에 좀처럼 보기 드문 미니멀리즘 실천 할머니가 되었는데 이번에는 40년 넘게 우리 집을 떠나지 않고 있던 자개농을 치웠습니다.

거기에 옵션으로 사진을 정리했다고... 이번 정리의 1등공신들인 친정의 4번과 5번이 사진을 보내왔습니다.

 

나도 해봤지만 사진을 버리는 일이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이유는 그걸 한 번 보고 생각하고 웃고 우느라 시간이 걸려서입니다.

 

남동생 중앙 유치원 다닐때 아버지랑 할아버지 산소에서 찍은 사진을 보니 나는 아버지 입고 있는 남방도 기억나고 남동생의 병아리 같던 유치원 원복도 기억이 나는데 아버지만 안 계시네요.

 

사진 속 아버지는 지금 내 나이보다 훨씬 젊었고 남동생의 지금 나이보다 젊으셨네.

 

나보다 9살이나 어린 남동생이 병아리색 유치원 원복을 입고 용인 자연농원으로 소풍 가는 날 " 소풍 가서 넘어져서 타이즈에 빵꾸나 나버려라"하고 학교에 갔는데 학교 갔다 왔더니 진짜 남동생이 넘어져서 무릎이 까져서 집에 와서 엄마한테 얼마나 혼났는지...

 

말이 무섭다는 걸  타이즈에 펑크 난 걸 보고 알았습니다. 사실은 그 시절 타이스의 품질이 안 좋았을 거라 생각합니다만...

중학교에서 도덕을 배우는 나이였지만 도덕심은 그때 우리나라는 꿈도 못 꿀 우주로 날려버린 14살이었습니다.


바짓바람의 원조가 아버지아니셨을까 싶습니다. 우리 전학도 아버지가, 학교에 항의할 때도 아버지가 모두 했던 우리집은 초등학교때는 웅변대회 나가서 상을 못 탄걸 담당 선생님에게 전화를 해서 화를 내셨고 중학교 때는 1학년 때 담임에게 나는 기억도 안나는 일로 화를 내면서 전화를 해서 그때 담임이 나한테 "느그 아버지 뭐 하시노"라고 물었던... 아 증말 아버지 왜 그러셨어요.

 

그래서 우리 아버지는 남다른 발육상태로 밴드부에서 큰북을 치게 된 바로 아래 여동생이 집에 와서 "아빠, 나는 싫은데 선생님이 큰 북 치래" 그러자 바로 학교에 전화... 멜로디언으로 바뀐 바짓바람 펄럭이는 우리 아버지셨습니다.

 


40년도 전에 엄마가 집값의 10/1을 주고 맞춘 자개농은 봉황이 날아가듯이 우리 집을 떠났습니다.

나는 50만 원으로 기억하는 엄마의 자개농은 150만 원을 주고 맞췄다고 했고 버리자마자 농 볼 줄 아는 사람이 문짝만 떼서 가져갔다는 우리 집 자개농은 오늘쯤은 스티커와 함께 군산시 폐기물센터에 있겠네요.

 

왁스로 닦으면 반짝반짝 윤이 나던 엄마의 자개농은 이제 없어졌고 농을 치운 자리에서 지폐 한 장 안 나오더라는 여동생의 말에 웃음만 났습니다.

 

봄이 오니 집에 매화가 어느새 피고 셋째는 시합에 나가서 경기 시작으로 봄을 알려왔습니다.

 

턴키공사 중이라 아직도 주방 디자인에 망설이고, 가구도 사야 되고 일은 많은데 주말에 다녀가는 아들의 반찬까지 열일하고 있습니다. 남편에게는 닭볶음 안 해 줬어도 자식에게는 해서 보내다니. 오늘은 멋진 남편에게도 닭볶음을 엥겨야되겠습니다.

 

상부장 없애버리고 싶은 꿈틀거리는 욕망 어찌할꼬. 마음 같아서는 딱 이렇게 하고 싶습니다.

 

엄마의 옛날 찬장 같은 저런 거만 위에 두고 싶은데, 못 할 것도 없을 것 같은데. 결심만 남았습니다.

 

결심하려고 하면 망설이 게마련인데 정말 우리 엄마 멋지다. 4번과 5번(타이즈)도 고생했어. 사랑한다 얘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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