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에 일을 하길 했나, 그저 다녀가기만 했을 뿐인데 아직까지 몸이 돌아오질 않았다.
그래 이럴 때는 그냥 나이탓이라고 하는게 가장 좋지. 회복이 더디다.
언제 도착하느냐고 전화를 세 번이나 한 시아버지에게 밀린다고 거짓말을 하고 나바위 성당 -함열성당- 미륵사지- 남편 친구 짜장면집까지 네 곳이나 선택관광을 하고 들어 간 내가 시댁에서 무슨 일을 했겠냐 하겠지만
그래도 시댁에 들어가면 나는 며느리, 남편은 아들 신분의 차이가 조선시대처럼 정해지니 뺀질거리는 며느리래도 주방에 들어서면 그게 모두 내 일이 된다.
셋째 동서랑 일을 나눠서 했는데도 역시 명절은 힘들긴했다. 시댁 큰집 제사 후 나오는 설겆이까지 추석 한 번 지내고 왔더니 평상시 설겆이의 6개월분은 소급해서 하고 온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든다. 그래 그 정도 양은 했을 것이다.
엄마 집에서는 설겆이하겠다고 고무장갑꼈더니 엄마가 설겆이 하지 말라고 장갑을 확 베끼는 걸 딸이 봤다.
"할머니가 장갑 확 벗길 때 웃기더라"
"그래, 딸이라 그래, 하지만 엄마는 너 고무장갑 안 벗길게, 걱정 마"
그렇게 말했어도 나도 집에서 애들이 집안 일 하는 거 시키고 싶지 않고 보는 것만으로도 아까운데 셋째는 오랫동안 숙소 생활을 해서, 집에서도 설겆이나 빨래도 두 번 손이 안가게끔 잘해놓는다.
큰 애도 욕실 닦아 놓는것은 즈이 아빠보다 반짝거리게 해 놓고 일하고 거리가 좀 있는 게 둘째 늘보인데 어느날은 둘째 늘보가 욕실을 아주 반짝거리게 치약을 써서 닦아 놓은 거다.
수전이 완전히 반짝거리길래 물었더니 치약으로 닦았다면서, 자기가 안 해서 그렇지 하면 저렇다나 어쩐다나 하면서 생색을 내는데 그것도 귀여웠다.
남편이었더라면 어쩌다 한 번 해놓고 생색낸다고 화를 냈을텐데 자식은 온갖 진상을 부려도 귀여우니... 부모는 중병맞다.
추석에 친정에 가서 슈퍼문은 나만 봤고 이것들은 달광을 봤다.
엄마와 동네 아줌마들의 작은 화투판이 우리 가족들의 놀이터가 되었다. 엄마 집은 무한정 에어컨 제공에 음료 무제한 리필되는 판타스틱한 하우스이므로 반팔입고 얇은 옷 입고 자다가 나중에는 추워서 잠이 깼지만 더운것보다는 추운게 낫다.
길은 막히지 않아 고생스럽게 오진 않았지만 오고가고 추석 한 번 보내고 명절 한 번 보내고 나면 이제 회복력이 더디다.
이번 주까지 지나가면 괜찮을려나. 이렇게 나이를 먹나보다.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행 다녀온 마음이 식기전에! (5) | 2024.10.07 |
---|---|
우리는 얼마나 함께 가을을 보낼 수 있을까 (2) | 2024.09.29 |
가을을 이기는 여름은 없다. (2) | 2024.09.23 |
추석 친정 가는 길 (7) | 2024.09.18 |
딸 덕에 가평 산 골짜기 (4) | 2024.09.08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