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기

나리 꽃 핀 화단, 꽃 같은 막내 딸

by 나경sam 2024. 6. 10.
728x90
반응형

셋째는 생일도 애들 순서 중에서 셋째다. 큰 애는 2월 둘째는 4월 셋째는 6월이니 태어난 순서에 따라

생일도 순 번이 정해져 있고 수민이 낳던 해에 대구에서 에어컨이라는 신문물을 처음 설치했고

아기 침대 대여라는 획기적인 서비스를 이용했다.

 

호기심많은 둘째가 아기 침대에 누워있던 동생을 떡 처럼 찔러 보는 것을 막고자 포대기로 범퍼처럼 두르고 아기 침대를

방공호처럼 만들었으나 둘째의 손가락은 어느 틈으로든 들어가서 셋째의 말랑거리는 살을 눌러 보곤 했었다.

 

방 두개짜리 관사에서 제대로 된 방은 안 방 하나였고 하나는 창고처럼 썼는데 둘째의 호기심을 피할 곳은 창고방밖에 없어서 둘째의 호기심이 사그라들 때 까지 창고방에 아기 침대를 들여놓고 창고방 공주로 키운 적도 있었다.

 

다행히 둘째의 호기심은 집 안에 있던 동생으로부터 관사 마당으로 시야가 넓어져서 17개월에 관사 마당에 진출했다.

대구 관사 마당 역사살 가장 어린 나이에 마당 데뷔, 아기였을 것이다.

 

아줌마들이 평상에 앉아 남의 집 아기도 자기 아기처럼 봐 주던 시절이었으니 셋째낳고 육아에 뺨 싸대기 맞고 정신 못 차리던 내가 그나마 숨 쉬고 살 수 있었던 것은 그 시절 평상에서 남의 집 아기도 봐 줬던 대구 아지매들 덕분이었다.

 

 

지켜보는 엄마가 없어도 남자 애들 넷 사이에서 기 죽지 않고 놀다가 남의 장난감도 마음에 들면 손에 확 쥐고 3층까지 올라오던 17개월짜리 둘째가 마당에서 그렇게 놀아 준 덕에 집 안에서는 셋째 하나만 보면서 그럭저럭 견딜만 했지만

애 둘이 아프기라도 하면 정신 못 차리게 힘든 육아였다.

 

그 때 머리 다 빠지고, 허리는 작살이 났으며 흰 머리도 겁나게 났다.

내 허리와 머리카락과 영혼을 갈아서 셋을 키웠다. 이것들아 알겠지.


애들 키울 때 금반지 받은 거 어디다 다 팔아 먹고 한 개도 없는게 너무 속상하고 미안해서 어느 해 엔가 세 명에게 한 돈씩 선물을 줬었다. 이번 셋째 생일에도 토끼 돌반지 선물을 줬다. 스물 여섯살에 받은 돌반지 선물

토끼 띠 26살 딸에게 선물한 돌반지

 

이렇게라도 해야 돌반지 팔아먹은 아쉬움이 조금이라도 덜 하지 싶어서 돌반지 선물을 했으니 이게 바로 부모 마음이라는것인가 보다.

 

마당에 나리 꽃이 피었다. 작년에 소피아 줄 때는 키가 작았던 것들이 훅 자라서 고개를 못 들길래 고가 숙이지 마라고 끈으로 묶어줬다.

셋째 생일 즈음에 이렇게 예쁜 꽃이 피었다.

나리꽃

 

셋째 반지를 종로에서 사 오면서 남편에게 나도 돌반지 없다. 사달라했더니 당신은 원숭이로 해 주지. 그것도 석 돈으로

그래놓고 아 그건 너무 과하다. 하지만 이미 나는 들었으니 퉤퉤퉤!!! 그리고 글로 썼으니 바로 또 퉤퉤퉤!!!

원숭이가 비만겠어요.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쓰야마 1일  (3) 2024.06.21
마쓰야마 3박 4일 "남편업고 튀어"  (3) 2024.06.19
우리집이 재벌보다 낫다.  (3) 2024.05.31
엄마와 오이지  (3) 2024.05.28
남편이 바람났습니다.  (0) 2024.05.27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