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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일기

"알바 첫 날"

by 나경sam 2018. 4.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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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 첫 날"


수요일 수업 5교시를 마치고 축지법을 써서 빵집에 도착

누가 보면 경보 경기 하는 줄 알았을거다.

가와라마치거리를 바바리 날리면서 걸어가는 아줌마가 있었으니 그게 바로 나였다.


외국인 관광객이며 일본인들은 그렇게 서둘러서 걷거나 뛰는 사람은 거의 없다.

성질 급한 나만 팍팍팍 바람을 가르고 걸음걸이 시속 10키로를 유지하면서 빵집 도착


데모-.-;;;

사실 너무 쓸데없이 일찍 왔더라

항상 어딜가거나 일찍 다녀야 마음이 편하다고 믿고 산 게 어언 삼십년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휴게실에 아줌마 한 분 앉아계시길래 또 잠깐 지꼬쇼우까이 타임


나 - "저는 오늘부터 일하기로 한 한국 아줌마 땡땡땡입니다.잘 부탁드립니다"

일본 아줌마 - "네 저도 한국 여러번 다녀왔어요.지난번에는 사수도를 다녀왔어요"

나 - ""죄송하지만 뭐라고 하셨나요 사수도라니요 그동안 제가 모르는 섬이 우리나라에 생겼나요"

일본 아줌마 - "아 네 사수도가 아니라 제주도였네요 쓰미마셍"


오메나 귀여운 일본 아줌마 보소

내가 앞치마 입는 것도 도와주고 가방도 어디다 놓으라고 알려주고 짧은 시간에 친절을 많이 베풀어주셔서

나 갑자기 이 아줌마 좋아졌어


그런데 아줌마가 갑자기 나한테


한국말로

일본 아줌마 - "저는 사실 재일교포입니다. 이건 비밀로 해주세요:

나 - "아 네 네 네 (갑자기 작은 소리로) 알겠어요 "히미쯔" 쉿"

일본 아줌마 - "네 말씀하시면 안돼요"

아줌마 갑자기 한국말을 서툴게 하면서 자기가 재일교포인거 비밀로 해달라고 하시는데

나는 갑자기 아줌마가 하는 말이 한국말이 아니고 일본어인데 내 귀에 다 들리는 건가 하고 착각을 했었다.


아줌마 나를 본 지 5분도 안되서 자기 비밀을 털어 놓다니

뭐가 나도 내 비밀 하나 쯤은 알려줘야 서로 쌤쌤이 될 것 같았지만


"저 일본 오기 전에 눈썹 문신했어요 이거 보세요 표시 나죠" 이럴수도 없고

비밀은 꼭 지켜준다고 했는데 이렇게 블로그에 올리고 있으니


"쓰미마셍"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교토 보로니아의 모든 빵들은 오늘 다 본 것 같다.

빵을 포장하고 썰고 포장에 불량은 없는지 검수하고 포장지에 빵 종류대로 스티커 붙이고


"내가 너에게 스티커를 붙이기 전까지 너는 그냥 빨간 빛이 도는 빵에 불과했지만 내가 너에게 "이찌고"라는 스티커를 붙인 후에

너는 비로소 딸기빵이 되었다"


"내가 너에게 스티커를 붙이기 전까지 어는 그냥 쵸렛렛색이 도는 빵에 불과했지만 내가 너에게 "쵸코쵸코"라는 스티커를 붙인 후에

너는 비로소 쵸코 빵이 되었다"


함께 일 할 아줌마들과 인사도 나누고 빵 포장도 하고 작은 공간에서 버터 향 가득한 공기를 네시간동안 실컷 맡고 집에 오니

나는 밥도 먹기 싫어지고 먹고 싶은게 있다면

오로지 단 하나

우리 엄니 "무김치"


김치 안먹고도 살 수 있는 한국 사람이 바로 나였는데

오늘은 정말이지 엄마가 담근 무 김치에(조금 익은거)

보리차물에 밥 말아서 손으로 김치 하나 들고 그냥 먹고 싶은 저녁이다.


우리 남편은 그렇게 맛있다는 파김치도 안먹는 난데 오늘은 파김치도 있으면 먹을 수 있을 것 같은 저녁이고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저녁이다.


엄마가 김치 줄 때면 아직도 많이 남았는데 또 준다고 툴툴 거리면서 받아왔었는데


엄니한테 또 쓰미마셍해지는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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