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월요일 시작 된 감기는 토요일에 피크를 찍고 일요일 저녁, 태풍처럼 소멸 중이나 여전히 몸은 무겁고 기침은 그치지 않아 결국 주일 성당 미사를 빠졌다.
고해성사 본 지 한 달도 안됐는데 신부님 앞에서 또 목소리 변조하고 고백성사봐야겠네.
나: 신부님, 미사를 빠졌습니다.
신부님: 네, 그럴수 있습니다. 그럴 때는 그냥 마음 편히 쉬세요.
성불하신 스님같은 우리 신부님은 어떤 죄를 말해도, 보속도 없고 그저 잘 하셨다, 칭찬만 해주시고 신자들 말을 진심으로 들어주시니, 할머니들 고해성사 보러 들어가면 나오지를 않아, 줄을 잘 타야 된다.
죄다 할아버지 흉만 본다는 소문을 많이 들었건만 아무리 할아버지 흉을 봐도, 즉문즉설 법륜스님처럼 답을 주신다는 교해성사 맛집으로 소문이 났다.
할머니1: 신부님, 아주 영감탱이땜에 미치겄슈.
우리 신부님: 네, 잘오셨어요. 그렇게 말씀하셔야 스트레스가 풀리죠. 어떤 분들은 징글징글하다 그러셔요.
이렇게 말씀을 해 주신다니 할머니들 사이에서 고해성사 맛집으로 소문이 난 겁니다.
그래도 신부님 앞으로, 고해성사실 앞으로 가는 길은 비행시간 열 다섯 시간 스페인 행 만큼 멀고도 힘듭니다.-.-
신부님, 다음 주에 만나러 갈게요.
시작은 남편이었다. 남편이 나아갈 무렵, 나의 감기는 토요일 피크였으나 엄마 생신으로 남동생 집에 내려가야 되는 상황
아침에 일어나서 몸이 무거웠지만 출발했고 40키로쯤 갔을 때 엄마와 통화하면서 아프다했더니
엄마 : "돌아가라, 아픈데 뭐하러 와, 쉬어야지"
나 : "그래도...엄마 생신인데 가야지"
엄마 : "아프면 집에서 쉬어야지, 뭐하러 와"
결국 간다, 오지마라 오고 간 끝에 다시 집으로 돌아와 그대로 누워서 끙끙 앓았다.
뭔가 책임감이 없어지고 나니 아픈 상태만 정직하게 남아서 일주일동안 참고 다녔던 것들이 그대로 몸을 덮친 것이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고, 기침은 머리가 울릴 정도로 심해서 무서울 지경이었으나 약 먹고 그대로 누워 버린게 그나마
다행이었는지 자다 깨다를 반복하면서 하루를 보냈다.
무서운 토요일을 보냈다. 그대로 빠이빠이해도 될 뻔했던 나의 감기였지만-.-
2. 엄마는 우리를 다정하게 키우지 않았다. 비온다고 우산들고 교문 앞에 서 있어 본 없었고 학교에 온 것은 내가 고 3일때 담임 면담하러 한 번 온 것 뿐이었다. 빈 손으로 올 수 없다며 영비천 한 상자를 들고 오셨다.
그것도 면담 전에 나에게 맡겨놓고 엄마는 면담만 하고 가시면서 담임 책상 위에 갖다 놓으라고하셨는데 내가 3학년 연구실에 가서 영비천을 이렇게 놓은 거다.
내 반은 3학년 6반인데 5반 선생님 책상에 3분의 2가 걸쳐지게 놨으니, 왕자병 5반 담임이 자기 건 줄 알고 5반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5반 담임 : '누가 나 마시라고 영비천을 책상위에 둬서 잘 마셨다'
5반 아이들이 자체 조사 결과 아무도 가져다 놓은 사람은 없었고 며칠뒤에 5반 실장이 나를 찾아왔다.
5반 실장 : 미안하게 됐다. 우리 담임때문에... 너네 엄마 영비천, 우리 담임이 자기건줄 알고 마셨어. 그래서 우리반 애들이 너를 영비천이라 부르더라. 걔들이 학급비를 걷어서 영비천을 사 줬나 어쨌나. 예전일을 상세히 기억하는 나도 그건 잊어버렸고 한동안 5반 애들이 나만 보면 실실거리면서 영비천이라고 불렀다.
엄마의 화냄은 진심이었다. 아프면 쉬어야지 엄마 생일이 별거라고 그 몸을 해서 올려고 했냐며 뜨거운 마음으로 화를 내고 다음 날 새벽같이 남동생과 음식을 싸 들고 우리 집으로 오셨다.
엄마와 남동생은 열무김치, 묵은김치, 양념 게장, 나물 무침, 소 불고기, 들깨탕, 무말랭이 무침, 동태전, 새우튀김,고춧가루 고추장,조기 고사리 찌개 한 솥을 가지고 새벽에 일어나서 우리집으로 오신 거다.
앉아서 차 한잔도 안 드시고 바로 내려가셨다. 다시 한 번 나를 혼내고 가셨다.
그렇게 아프면 내려 오지 말고 쉬었어야지, 왜 그랬냐고 버럭 하고 가신 우리 엄마
그래요. 비오는 날 우산 한 번 갖다 주신 적 없어도 우리 엄마는 친엄마가 맞나봅니다.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월요일의 남자 (1) | 2024.05.08 |
---|---|
블로그 가뭄이래, 남편이 (0) | 2024.05.06 |
세월호 10주기 추모 음악회 (0) | 2024.04.22 |
친정 나들이 2일째 (2) | 2024.04.13 |
우리 집 화단 (2) | 2024.04.07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