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블태기야, 왜 블로그 안 써
얼굴 밤 낮으로 마주보고 살면서도 블로그 안 쓰냐고 딸이 물었다.
남편은 말했다. '슬슬 쓸 때가 안됐을까-.-'
아주 이 인간들이 밥 하는 걸로 내 등꼴을 빼 먹고, 글 쓰는 걸로도 쌍 등꼴을 빼 먹을려고 작정을 했다.
그래, 블태기 맞다. 하지만 내 글에 지친게 아니라 사람에게 치여서 글 쓰고 싶은 마음이 없었고
사춘기도 없이 지나간 내 마음에 갱춘기가 덥쳤는지 우울이 잠시 내 마음에 스며 들어, 나는 글은 써서 뭐하나
하여간..... 그랬다.
블로그를 처음 쓴 게 입시이야기 (tistory.com)다. 2017년 9월 20일이었다.
입시이야기
교토에 가는 건 내년이지만 떠나기 위해서 이 곳에서 해결해야 할 일들은 차고 넘쳐 사람 하나 떠나가기가 이렇게 힘든거구나 싶기도 하고 또 그냥 가면 알아서 남아 있는 사람들이 다 알아서
sesmam.tistory.com
둘째가 재수하면서 수시 입시 보러 다니던 이야기부터가 시작점이었다. 세상 무너지는 압박감이 있었고 눈 뜨고 내일이 오는게 답답하던 시절이었다. 재수하던 당사자는 얼마나 힘들었을까만은 지금은 대학교도 졸업했고 시간은 무서울 정도로 빠르다.
사춘기를 교과서로 배웠다. 질풍노도의 시기, 갱년기는 교과서에서 가르치지 않으니 무슨 시기인줄 모르겠지만
대체로 잠을 깊이 못 자고 감정이 바닥을 쳤다 다시 가라앉는 불안정한 시기가 아닐까 싶고 전반적으로 인생이 불안하다 느껴지는 시기같기도 하다. 곧 죽을 것 같은 무서움도 있다가 죽으면 다 끝나는데 그것도 편한거 아닌가 기분이 막 나가기도 했다가 저녁에 뭐 해먹지 하는 오락가락 모드가 나의 갱년기같다.
잘 극복해보려고 탁구도 다니고, 합창도 열심히 하고 성당에도 잘 나가지만 마음이 무섭게 돌아서는 날들이 있고
기분이 태도가 되는 직장 것들 때문에 마상을 입어 글도 쓰기 싫어진게 요즘 나의 일상이었다.
그래도 뭐, 아침에 보니 우리집 화단에 봄이 오고 있었다.
매발톱이 초록잎을 보여줬고, 매화 나무에 싹눈이 올라왔으니 봄이 오고 있는 거지, 봄이 되면 해마다 하듯이 부지런히 화분 사다 심고 꾸미고 모든 사람이 쳐다보는 예쁜 화단을 만들어야겠다 싶다.
어제도 힘든 일이 있었다. 기분이 태도가 되는, 일과 감정을 섞는 인간이 옆에 있어 힘들었는데 어제도 그랬다.
집에 와서 남편 신문고를 두드리면서 말했더니 조용히 한마디한다.
남편 : '당신 힘들었으니까 내가 5만원 줄게'
나 : '그러던가'
자려고 누웠는데 거실에 전기장판 켜두고 들어온게 생각났다. 다시 나가기 귀찮았다.
나: '전기장판 켜 놓고 온 것 같아'
남편: '당신 힘드니까 내가 끌게'
기분이 그럭저럭 풀리는, 이 기분은 뭐지...
봄이 온다고, 해가 길어진다고, 걷기가 즐거워지는 계절이 돌아 온다고, 우리집 화단에 봄이 온다고 남편이 5만원을 준다고
기분이 풀리다니... 나는 조금 싼 사람인가보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