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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시댁 가는 길 1

나경sam 2024. 9. 16.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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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가 셋에 2번 3번은 연년생이라 명절 지내러 시댁 친정 다녀오려면 미니멀 자취생 원룸 이삿짐 정도로 짐을 싸서 다녔었다.
대구 살 때 명절 지내고 갖다 온 가방 그대로 거실에 두고 짜장면을 시켰었는데 그때 배달오신분이 우리집 거실을 보고 한마디했었다.
"이사오셨어요?"


이젠 셋을 모두 데리고 가는 것도 힘들고 아이들 어렸을때처럼 시댁가는 일이 일주일전부터 한숨나거나 그러진 않으니 내가 그만큼 강단있어졌거나, 아님 시부모님이 늙으셨다는 얘기다.

꼬장꼬장하셨고 며느리에게 할 말 다하시던 어머니의 본캐가 사라지고 늙고 가여운 한 여인이 계실뿐이다.

걷기도 힘들어서 휘청휘청 걸으시는 어머니가 새벽 세시에 일어나서 전을 부치고 나물을 무치셨다는 시어머니의 추석은 앞으로 얼만큼 계속될수있을까


시댁오는 길에는 와 볼만한 성당들이 있다.
나바위성당에 들렀다.

너른 바위라는 뜻을 가진 나바위성당은 김대건 신부님께서 조선땅  입국하시고 최초로 들르신 성당이라고한다.
고풍스런 외관은 리틀 명동성당 분위기인데 이 곳이 성당터가 된 게 재미있는 일화가 있었다.

초대신부 베르모텔 신부님이 성당을 지으려고 했을 때 이 곳은 암자가 있었고 스님에게 성당을 짓게 터를 내달라고 부탁했다한다.

베르모렐 신부님: 봉쥬르, 여기에 성당을 짓고 싶으니 저한테 이 터를 양도해주시겠어요.
스님: 개소리말고 좋은 말로 할 때 썩 나가시오.
그리하여 신부님은 암자터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자리잡고 청윈기도 시작, 얼마 안있어 스님이 반쪽 된 얼굴로 찾아왔다고 한다.

.스님: 신부보살님, 제발 여기 비워드릴테니 성당지으세요. 밤마다 꿈에 흰옷 입은 여자가 나와서 나한테 여기는 내 자리이니  너는 여기를 떠나거라 그래서 제가 못 살겠습니다.

나바위성당은 그렇게해서 지어졌고 스님에게 자리를 내 놓으라고 담판을 지으셨던 성모님은 온화하게 성모동산에 서 계신다.

시댁 오는 길에 나바위성당을 들르기까지 30년 걸렸다.

은혜롭고 기쁨이 넘치는 시댁 순례의 길이 어려운게 아니었는데 이렇게 조금 돌아올걸,  앞으로는 좋은 곳 가고 싶은 곳을 정해놓고 시댁 코스에 넣어야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