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빔국수
비상식적인 더위와 갱년기로 인한 열증으로 남들은 겨터파크가 터진다는 여름에 나는 두피에서 워터파크가 터져서,
머리와 목덜미에서 나는 땀으로 새벽에 잠이 저절로 떠지는 날들입니다.
애들 방에 두 대, 우리 방에 한 대, 거실에 하나. 에어컨이 네 대
쌩쌩 돌아갑니다. 옥상에 설치해 둔 태양광 판넬이 열일하고 있는 여름.... 이 집에서 가장 잘 한 일은 이사오고나서 태양광을 설치한 일이네요...
지난 달 전기세는 7,000원 정도. 아마 이 번달은 그 보다는 많이 나오겠지만 곧 더위도 갈 것이고
가을을 이기는 여름은 없다하니, 이 또한 지나가겠죠.
먹고 사는 일도 힘듭니다. 뭘 먹고 싶은 지 미각이 길을 잃어, 복숭아 한 상자를 사다 주말 내내 먹으면서 주식으로 대체했으나 우리집 도련님은 탄수화물을 너무 사랑하시어 드셔야 됩니다.
"비빔국수" 먹을까...
누가 먼저 한 소리인지 모르겠지만 집에 국수도 있겠다. 옥상에 채소도 있겠다. 냉장고에 묵은 김치도 있으니
못 해 먹을 이유도 없습니다.
오뚜기 비빔장 사다 냉장고에 넣어 둔 것도 있으니 비빔소스 만드느라 비율 따질 필요없이 비빔장에 들기름 듬뿍 치고 옥상에서 깻잎, 피망, 치커리를 따다 김치 쫑쫑 썰어넣고 비빔국수를 했습니다.
남편이 하루에 몇 번이고 옥상에 올라가서 물 주고 상태를 살피고 잘 보살펴 줘서 우리집 옥상에는 가지, 고추,치커리,상추,오이,토마토, 딸기, 부추까지 가족이 먹을 만큼은 결실이 있었습니다.
옥상에 올라가서 물 주고 풀 뽑아주고 천연 살충제만들어서 뿌려주느라 머리가 더웠을겁니다.
남편의 머리 위에도 신유빈처럼 얼음주머니를 올려주고 싶어서 그려봤습니다.
가지는 튀겨서 먹고, 피망은 채썰어서 비빔국수에 넣어 먹었습니다. 사람 하나 부지런하니 딸린 식구 넷이 먹고 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