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있어, 에스파니아
한국에서 우리를 데리러 오는 에어프레미아의 14시간 연착으로 우리에게 벌어진 일은 스페인 1박 더 라는 보너스가 생겼네요.
사회적으로 그다지 중요한 사람이 아니니, 집에 돌아가는 일이 늦춰졌다는건 "집안 일만 늦출 뿐 " 급할게 없는 인생이다.
아니, 급할게 없다는 인생이라는 건 거짓말이다.
당장 집에 가면 화장실을 박박 닦고, 설겆이를 하면서
다음 주 합창단 간식 뭐 할건지 궁리할 것이다.
예열없이 급발진하는 스똬일이 바로 나다.
하지만 비싼 돈 들여 여행와서 딴 세상 보고 가니 달라지는 거 하나 쯤은 아이템으로 획득해서 가야 여행 다녀 온 보람이 있지
앞으로는 작은 일에 파르르 떨지 말 것이며, 그대여 걱정하지 말아요. 우리 함께 노래합시다. 아주 진짜 그런 마음으로 살란다.
어제 다녀 온 몬세라트 수도원, 사람이 절대 조각해서 만들 수 없는 바위 산 아래 평지를 1000년 넘게 시간 들여 조성한 후 성당과 수도원을 만들었다.
산악열차타고 올라 와서 성당안의 검은 성모상을 잡고 한가지 소원을 빌면 반드시 들어주신다는 데 조건이 있다. 한가지의 소원이라는 거, 검은 성모상 앞에서 차례 기다리며 우선 순위 한가지에 선택장애가 온 나는 같등했다. 어떤 성당을 갖다 놔도 나의 우선 순위는 내가 아닌 자식과 남의 편이라는 남편인지, 정신차릴려면 멀었네. 멀었어

멋진 수도원을 이 사진 하나로 밖에 못 올리는것은 어쩔수 없다.
보너스 숙박 후 공항에서 남은 유로를 탕진하며 뱅기를 기다린다.
수민이 줄 미니 오레오까까, 온 식구 마실 달달 디저트 와인, 질 좋은 올리브 유, 주방장갑과 냄비받침.
텅 빈 옷가방을 선물로 채우고 한국으로 돌아간다.
쉰둥이들의 여행은 무사히 끝났다.
돌아오는 뱅기 좌석이 따로따로만 아니면 그 여행은 성공한거다.
우리가 여행한 곳은 스웨덴
갔던 곳은 또성당과 마요네즈 광장이라고 기억의 오류가 올 망정
스페인은 기억할것이다.
쉰둥이들의 깔깔거림과 코고는 소리를^^
버스런,화장실런,식당런을 하던 우리들의 발자국 소리를!! 스펜 너는 기억해주길바래.

무지개빨로 감당 못 할 행운들이 굴러들어오면 소고기 사는 걸로 합의보고 쉰둥이들, 집으로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