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T냐 F냐

나경sam 2023. 9. 25.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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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 상해서 빵 사왔다는 물음에 무슨 빵이냐고 물어보면 T, 왜 속상한지를 물어보면 F라던데

결국 티와 에프의 차이는 Thinking과 Feeling, 사고와 감정의 차이라고 찾아보니 써 있더만요.

나는 에프인지 티인지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남편과는 맞지 않다는 거

그거 하나는 확실합니다. !!

토요일 날 걸어가다, 다리가 불편한 청년을 엄마처럼 보이는 사람이 힘겹게 부축해서 함께 걷는 걸 봤는데

남편이랑 둘이 동시에 보고 우리는 동시에 다른 생각을 했다는 거,

 

남편 - 저 정도면 차라리 휠체어를 태워야지

나 - 무슨 소리야, 저 나이에 휠체어에 앉으면 어떻게 하라고, 걸을 수 있으면 저렇게라도 걸어야지

 

한가지 현상을 보고 다른 생각을 하는 우리는 그래요, 안맞는 부부 맞습니다.

맞지않아서 싸우기도 하고 섭섭해하기도 하지만 기쁜 일과 슬펐던 일, 힘든 일을 함께 헤쳐나오면서

감정의 공동체가 된 것 같은 착각을 하지만 여전히 길에서 본 현상에 서로 다른 생각을 하는 우리는 정상적인

부부라고 생각을 합니다.

 

부부라는게 참 이상하기도 하다. 가끔은 이런것도 이렇게 맞지 않나 싶다가도 이런것까지 저 사람이랑 맞나 싶기도 하니

얼마나 더 살아봐야 간극이 좁혀질지, 아니다. 절대로 좁혀지지 않을 것이다.

 

돌아가신 아버지와 엄마를 보면 답은 정해져있다.

절대로 네버, 부부는 서로 건널 수 없는 다리 저 끝에서 각자 서서 한 곳을 바라보고 있을 뿐!!


그래도, 남편이란 나와 반대쪽의 다리 끝에 서 있는 사람인것 같아도 물불 안가리고 내가 하고 싶은 거 다 해주려고 기를 쓰는 사람인것 같을 때가 있으니, 그런 맛에 또 살아지는 것 같다.

 

일요일 칠보산에 등산갔다가, 벌어진 밤나무를 보고

나 - "저번에 퇴근하면서 밤나무 아래 지나갔는데 한 개도 못 주었다." 그랬더니

남편이 곧바로 두리번거리다 공사장 각목같은걸 주워오더니 밤나무에 던졌다.

남편 - "비켜, 밤 떨어져"

워메, 이렇게 상남자였어. 

남편의 각목 투포환에 밤들은 떨어지고, 그 아래에서 깔깔 거리면서 밤을 줍는 그래, 우리는 부부다.

 


다를 수 밖에 없는게 사람이고, 남편과 나는 다르고 가끔은 내가 나와 다르다.

오늘은 돌봄교실에서 정말 대문자 티의 남자아이를 봤으니, 내가 그 아이의 티 성향을 알게 된 과정은 이랬다.

제주도 여행갔다 온 아이가 나한테 주황색 귤이 달린 볼펜을 주는 거다.

 

T소년 - "이거요"

나 - "이게 뭐야"

내가 볼펜인지 몰라서 물었겠어? 제주도 여행가서 사온거라는 이야기 들을려고 물었는데 나의 T소년은 시크하게

T소년- "볼펜요"

나 - "그러니까, 이게 뭐냐고"

T소년은 나를 아주 답답하다는듯이 쳐다보고, 한마디했다.

T소년- "볼펜이라고요. 검정 잉크요"

더 물어봤다가는 맞을 뻔 했다. 

하지만 또 물어봤다. '

나 - "그래서 티야, 내가 어제 속상해서 빵을 사왔어?

T소년 - "그걸 왜 저한테 말하세요"

T소년으로 인정.

 

티가 있으면 에프도 있는 법, 옆에서 듣고 있던 다른 아이가 조용히 물었다.

그런데 소금빵이었어요. 카스테라였어요.

너는 F소년으로 인정.

 

이렇게 다르네, 애들이. 남편도 나랑 다르고. 다르면 다른대로 그냥 잘 살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