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 일기, 첫 날
우리 애들 키울 때도 애들 방학이면 내가 개학한 것 같았다.
셋이니 오죽했겠어. 아무리 남편이 그 시절 것들 같지 않게 생각이 깨여 있어서 육아를 함께 해줬으니
키웠지. 나 정말 애 셋 키우다 골로 갈 뻔했던 여자였음.
둘째 셋째 15개월이 나지 않는 연년생이라 등은 둘째에게 내주고 앞자락은 셋째에게 내주고 살았다.
서른 살 중반부터 아침에 일어나면 누가 밤에 때리고 도망간처럼 아팠었는데 그게 다 육아병이었던것같다.
남의 애들 봐주는일도 쉬운 건 아니지만 요즘은 애들이 힘든게 아니라 부모들이 더 힘든 세상이라
아이들과 있을 때는 그런대로 괜찮다.
잠시 더위도 참지 못하고 에어컨하고만 있는 애들을 방학동안만이라도 밖에서 놀려야 되겠다 마음먹고
데리고 나와 놀면서 나는 그늘에서 책을 읽고 너희들은 놀아라 풀어놨더니
어지간해서는 그들을 막을 수 없었다.
레고도 밖에서, 놀이는 당연히 밖에서. 어느날은 점심 도시락을 돗자리 깔아놓고 밖에서 먹었으니
아이들이 여름을 좋아하는 것은 진리다.
도서관에서 빌린 수도원 기행 2를 읽다가 친구 수녀님에게 편지같은 카톡을 보냈다.
어디로 피정을 가고 싶은 마음이 드는 책이었다.
저렇게 놀리다가 체육관 데리고 가서 거기서 실컷 한시간을 놀렸어도 노는게 질린다는 아이들은 한 명도 없었다.
우리 애들도 그랬었다.
남편이 놀이터에서 실컷 놀아줬어도 노는게 질리다는 소린 하지 않았다.
애들한테 물려 줄 돈은 별로 없는 집이 우리집이지만 남편이 자랑하는 건 하나있다.
어렸을 때 실컷 놀아준거 그거 하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자랑할 만한 남편의 자부심이다.
애들 질린다 소리 할 만큼 올 여름방학동안 실컷 놀게 해주는게 나의 목표
어느날 어른이 된 아이들이 기억하는 여름방학에 내가 놀린 여름방학이 들어가있기를 바라면
놀이지옥 시작 1일.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