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맥주의 추억

나경sam 2023. 5. 11.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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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쿠타 에츠코 선생님에게서 온 택배

요번 골든 위크때 한국에 다녀 간 에츠코 선생이 일본에서 상자 째 들고 와 우리나라 편의점에서

우리집으로 보낸 택배 보따리가 엊그제 도착했다.

쵸코렛, 책, 내 사랑 호로요이, 루로 된 커리, 짱구 후리카케, 홍차, 디지니 메모지, 일본어 공부 책까지

야무지게 한 상자 꾸려서 보낸 걸 받으니 일본 사람들의 세심한 성격이 드러난다.

뭐 그 사람들이 보면 내가 또 한 세심하는 한국 아줌마일것이다.

나는 이번에 오지 않은 히라이 선생 몫까지 챙겨서 에츠코 선생 편에 들려 보냈으니 내가 더 섬세하고 다정한 한국 아줌마 맞지. 그치^^

 

교토에서 빵집 알바 끝나면 습관처럼 마시던 맥주 한 캔 목록 중에 호로요이가 있었다.

ほろよい (ほろ酔い) 호로요이 : 술이 얼큰히 취한다는 뜻이다.
저게 종류가 많은데 복숭아 호로요이가 맛있었다. 마시다 보면 은근히 취기가 올라오는 달달한 과일 맥주
쿄토에서 혼자 살던 일 년, 가장 많이 마셨던 일본 맥주였다. 마실 이유도 많았다.
지금부터는 교토에서 즐겁게 마셨던 호로요이와  맥주 씨리즈다.

1. 2018년 7월 7일 하루 종일 빗 속에서 혼자 여행 다니고 저녁에 집에 들어와서 사 마셨던 수박 맛 호로요이

한정판 수박 맛 호로요이 - 일년 열두달 한정이래

2. 나는 교토에서, 섭섭군은 화서동에서 따로 살 던 2018년 어느 날, 내가 물었다. 

나 '섭섭, 살만하냐'

섭섭 '요리도 할만하고, 특별히 어려운 일은 없으니까 당신은 신경쓰지마'

나를 배려해주느라 섭섭은 늘 그렇게 괜찮다고 했으나 어느날은 좀 서운했다.

 

당신이 없어서 사실은 마지 못해 살고 있다고 한 섭섭군

섭섭섭과 그런 통화를 했던 날 저녁, 블로그를 쓰고 마셨던 호로요이는 바로 이거다.

아라시야마를 쏘다니고 집으로 돌아와 섭섭과 통화를 했을 때 마지못해 산다 던 섭섭의 섭섭치않은

말을 들은 후, 김치 볶음밥에 호로요이를 마셨었다.

그러보니, 호로요이 중독자였었네

프레스코에서 팔던 완전히 익은 미원맛 범벅의 김치를 사서 해먹던 김치볶음밥이 그렇게 맛있었던 나홀로 교토 시절

그 김치로 김치볶음밥이나 김치찌개를 끓여 먹으면 그게 또 기가 막히게 맛있었다. 

김치 볶음밥과 함께 먹던 호로요이, 이 조합은 추천 꿀 조합입니다.

 

3. 알바 쉬는 날, 걸어다니면서 마신 복숭아 맛 호로요이, 음주운전은 하지 않지만 음주보행은 했었다.

 

4. 2018년 5월 30일 알바 첫 월급을 타고 아사히 캔맥주를 마시면서 힘들었던 내가 번 최초의 엔화를 보면서

풀었다. 호로요이는 맛으로 마시는 맥주, 아사히는 맛으로 마시는 맥주.

5. 일본에서 정말 맥주를 많이 마셨지만 진짜 맛있었던 인생 맥주는 삿포로 맥주 공장에서 마셨던 삿포로 맥주

 

신선한 맥주가 이렇게 맛있을 일이냐, 맛있다.

일 년 동안 공부, 아르바이트, 여행, 맥주 마시기 모두 열심히 했던 2018-19년 이었다.

 

6. 엄마랑 막내 여동생이 왔을 때 함께 마셨던 아사히 생맥주, 엄마도 왔었지만 그 때 지진도 왔었다. 

2018년 6월 크게 한 번 왔었던 오사카 지진, 엄마는 그때 교토에 다녀 가셨다.

엄마, 여동생, 나 셋이 함께 마셨던 아사히 생맥주 집의 아사히 생맥주

글을 쓰고 보니, 냉장고에 있는 호로요이가 살짝 땡기는 밤이지만, 이젠 그때 만큼 술을 마시지는 않으니까

참겠어. 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