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의 추억
요번 골든 위크때 한국에 다녀 간 에츠코 선생이 일본에서 상자 째 들고 와 우리나라 편의점에서
우리집으로 보낸 택배 보따리가 엊그제 도착했다.
쵸코렛, 책, 내 사랑 호로요이, 루로 된 커리, 짱구 후리카케, 홍차, 디지니 메모지, 일본어 공부 책까지
야무지게 한 상자 꾸려서 보낸 걸 받으니 일본 사람들의 세심한 성격이 드러난다.
뭐 그 사람들이 보면 내가 또 한 세심하는 한국 아줌마일것이다.
나는 이번에 오지 않은 히라이 선생 몫까지 챙겨서 에츠코 선생 편에 들려 보냈으니 내가 더 섬세하고 다정한 한국 아줌마 맞지. 그치^^
교토에서 빵집 알바 끝나면 습관처럼 마시던 맥주 한 캔 목록 중에 호로요이가 있었다.
1. 2018년 7월 7일 하루 종일 빗 속에서 혼자 여행 다니고 저녁에 집에 들어와서 사 마셨던 수박 맛 호로요이

2. 나는 교토에서, 섭섭군은 화서동에서 따로 살 던 2018년 어느 날, 내가 물었다.
나 '섭섭, 살만하냐'
섭섭 '요리도 할만하고, 특별히 어려운 일은 없으니까 당신은 신경쓰지마'
나를 배려해주느라 섭섭은 늘 그렇게 괜찮다고 했으나 어느날은 좀 서운했다.

섭섭섭과 그런 통화를 했던 날 저녁, 블로그를 쓰고 마셨던 호로요이는 바로 이거다.
아라시야마를 쏘다니고 집으로 돌아와 섭섭과 통화를 했을 때 마지못해 산다 던 섭섭의 섭섭치않은
말을 들은 후, 김치 볶음밥에 호로요이를 마셨었다.
그러보니, 호로요이 중독자였었네
프레스코에서 팔던 완전히 익은 미원맛 범벅의 김치를 사서 해먹던 김치볶음밥이 그렇게 맛있었던 나홀로 교토 시절
그 김치로 김치볶음밥이나 김치찌개를 끓여 먹으면 그게 또 기가 막히게 맛있었다.

3. 알바 쉬는 날, 걸어다니면서 마신 복숭아 맛 호로요이, 음주운전은 하지 않지만 음주보행은 했었다.
4. 2018년 5월 30일 알바 첫 월급을 타고 아사히 캔맥주를 마시면서 힘들었던 내가 번 최초의 엔화를 보면서
풀었다. 호로요이는 맛으로 마시는 맥주, 아사히는 맛으로 마시는 맥주.
5. 일본에서 정말 맥주를 많이 마셨지만 진짜 맛있었던 인생 맥주는 삿포로 맥주 공장에서 마셨던 삿포로 맥주
일 년 동안 공부, 아르바이트, 여행, 맥주 마시기 모두 열심히 했던 2018-19년 이었다.
6. 엄마랑 막내 여동생이 왔을 때 함께 마셨던 아사히 생맥주, 엄마도 왔었지만 그 때 지진도 왔었다.
2018년 6월 크게 한 번 왔었던 오사카 지진, 엄마는 그때 교토에 다녀 가셨다.
글을 쓰고 보니, 냉장고에 있는 호로요이가 살짝 땡기는 밤이지만, 이젠 그때 만큼 술을 마시지는 않으니까
참겠어. 끙-.-